아침 햇살이 퍼지자, 어둠 속에서 친퀘토리가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풍경이 아름다운 이곳을 떠나기가 좀 아쉬웠다. 언제 다시 여길 올 수 있을까 싶었다. 마지막 날 일정을 시작했다. 오르내림이 제법 심한 산길로 들어서 해발 2,235m의 지아우 패스(Passo Giau)까지 줄곧 걸었다. 2차선 포장도로를 건너 반대편으로 들어섰다. 지아우 안부(Forc. Giau)로 오르는 길이 마지막 고비 같았다. 그런데 우릴 쉽게 보내주기 싫은 것인지 돌로미티는 또 한 차례 내리막과 암브리졸 안부(Forc. Ambrizzol)로 오르는 시련을 주었다. 그 다음부터는 줄곧 내리막이었다. 그 이야긴 끝이 가까워 온다는 의미 아닌가. 우리 시야 속으로 코르티나 담페초와 크리스탈로 산(Monte Cristallo, 3221m)이 들어왔다. 페데라 호수 옆에 있는 크로다 다 라고 산장(Rif. Croda da Lago)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돌로미티와의 작별을 준비했다.

 

 

 

코르티나 담페초까진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눈으로 보기엔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 무려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암브리졸 안부에서 우리를 앞질러 갔던 산악자전거 팀이 우리 앞에서 추락 사고를 냈다. 급커브 코스에서 한 바이커가 계곡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자전거를 빨리 포기하고 길 가까이에 떨어진 바이커는 다행히 큰 부상은 면했다. 바이커를 치료하고 자전거를 찾느라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산길을 모두 내려와 외곽에 있는 민가를 만나면서 코르티나 담페초로 들어섰다. 돌로미티 트레킹 일정을 모두 마친 것이다. 우리가 4일 동안 알타비아 1을 걸은 거리는 총 60km로 추정되었다. 숙식을 제공한 산장 덕분에 짐을 줄일 수는 있었지만 그리 쉬운 트레킹은 아니었다. 트레킹을 끝내고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한두 명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돌로미티에서의 며칠이 정말 꿈만 같았다. 이렇게 해서 버킷리스트에 있던 트레일 하나를 지울 수 있었다.


친퀘토리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스코이아토이 산장을 출발해 제법 오르내림이 심한 산길로 들어섰다.




산길에서 마주친 산악 풍경 덕분에 눈이 심심치 않았다.

 

지아우 패스로 내려서는 도중에 오른쪽으로 돌로미티 최고봉 마르몰라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2차선 차도가 지나는 지아우 패스



지아우 패스에서 지아우 안부로 오르고 있다.



지아우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우리의 알타비아 1 트레킹에서 마지막 오르막인 암브리졸 안부로 향하고 있다.

 

암브리졸 안부에서 신나게 아래로 내려꽂는 바이커들


암브리졸 안부에서 내려오면서 시야에 들어온 크리스탈로 산


맥주 한 잔으로 트레킹 마무리를 미리 자축한 크로다 다 라고 산장

 

우리를 앞질러간 바이커들이 추락 사고를 일으킨 현장



산자락에 세워진 민가에서부터 코르티나 담페초로 들어섰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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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헉스 2019.01.25 11: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제가 가보고 싶은 곳...
    스위스,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에 있는 모든 알프스는 참으로 아름답네요.
    워낙에 여행프로그램을 보는 것을 좋아해서...인도 출장 가는데 언젠간 저기 갈 수 있겠죠.

    • 보리올 2019.01.25 16: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물론이죠. 꿈이 있으면 반드시 실현될 겁니다. 알프스는 접근이 쉽고 편의 시설이 많아 예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찾던 곳이죠. 위에 적은 나라 외에도 프랑스 쪽, 슬로베니아 쪽도 함께 다녀오세요.

  2. 가벼운 배낭여행 2019.01.25 16: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사진 웅장하고 멋있어요!

  3. 산남 2019.02.14 14: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 다녀오신 것인지요?
    사진상에는 겨울이 아닌 거 같은데요.

  4. 바다 2019.10.18 0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웅장해요! 저런 곳을 걷는 기분은 어떤지요...

    • 보리올 2019.10.18 1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돌로미티를 걸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만 글로 그 느낌을 적기가 쉽지 않네요. 기회가 되면 직접 가셔서 체험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스코토니 산장부터 바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걷는 알타비아 1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라가주오이(Lagazuoi) 산을 오르는 길이다. 라가주오이 정상은 해발 2,835m로 백두산보다 조금 더 높았다. 두 시간 이상을 계곡을 따라 줄기차게 오른 다음, 정상부에 있는 라가주오이 산장까지는 지그재그로 낸 길을 올라야 했다. 여기저기 산악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바위를 파내 참호와 터널을 만들었고 바위 아래엔 조그만 사무실을 지어 놓았다. 돌로미티 트레일을 걷다 보면 전쟁 당시에 사용했던 참호와 터널, 막사를 지난다. 우리가 걸었던 많은 지역이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치러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군대와 오스트리아 군대가 산봉우리와 능선을 따라 치열하게 전쟁을 치룬 곳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선이 산악 지형을 따라 형성된 만큼 산악인들로 구성된 산악부대를 만들어 전쟁을 치뤄야했다. 그런 전선이 무려 600km에 이르고, 이탈리아 산악부대만 여기서 12만 명이 전사했다고 하니 산을 피로 물들인 그 참상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라가주오이 정상은 산장에서 5분 정도 더 올라야 했다. 우리처럼 정상에 거창한 표지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하나가 달랑 세워져 있었다. 정상을 표시하는 방식도 이탈리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산길에 라가주오이 산장 테라스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돌로미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마르몰라다(Marmolada, 3343m)가 구름에 가려 그 존재기 분명치는 않았다. 라가주오이에서 팔자레고 고개(Passo Falzarego)로 하산했다. 산 아래로 찻길이 보이고 그 건너편 산자락에 우리가 묵을 산장이 보였다. 눈으로 어림해 보아도 거리가 상당해 보였다. 2차선 도로가 지나는 팔자레고 고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곤 다시 긴 오르막을 올랐다. 라가주오이에서 급하게 내려와 다시 오르막을 타는 여정이 퍽이나 길게 느껴졌다.

 

크로다 네그라(Croda Negra)를 우회해서 아베라우 산장(Rif. Averau)까지 올랐다. 거기서 암봉 꼭대기에 지어 놓은 누볼라우 산장(Rif. Nuvolau)을 갈 것인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트레일에서 벗어나 해발 2,576m 지점까지 왕복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우리가 묵을 스코이아토이 산장(Rif. Scoiattoi)으로 바로 갈 수도 있었지만 전원이 누볼라우 산장으로 오르겠다고 한다. 산꼭대기에 지어 놓은 산장인만큼 조망은 꽤 훌륭했다. 맥주 한 잔 마시고 바로 하산했다. 스코이아토이 산장까진 고도 300m를 내려야 했다. 이 산장 바로 옆에 친퀘토리(Cinque Torri)란 다섯 개 바위가 있다. 친퀘토리는 클라이밍 대상지로도 아주 유명한 곳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트이는 언덕배기에 산장이 세워져 있어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도 훌륭했다. 이곳 역시 도처에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었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적 현장이라 당시 참호가 있던 지역에 조그만 전시관을 만들어 놓았다. 인형으로 만든 병사 모습도 보였다.

 

 

 

스코토니 산장을 출발해 라가주오이 산 정상까지 긴 오르막을 걸어야 했다.

 

 

라가주오이 산장 주변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가 전쟁을 치룬 곳이라

여기저기서 그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해발 2,835m의 라가주오이 산 정상엔 십자가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훌륭했다.

 

라가주오이 정상에서 그 아래에 있는 라가주오이 산장으로 내려서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올 수도 있어 손님으로 늘 붐비는 라가주오이 산장

 

 

라가주오이 산장으로 오르는 케이블카 출발지 팔자레고 고개로 내려서고 있다.

 

해발 2,105m 높이에 있는 팔자레고 고개는 아스팔트 도로가 지난다.

 

 

크로다 네그라를 향해 오르던 중에 눈에 들어온 산악 풍경

 

 

누볼라우 산장은 해발 2,576m 바위산 정상에 세워져 있다.

 

 

하룻밤 묵을 스코이아토이 산장으로 내려서는 도중에 친퀘토리를 만났다.

 

산장 주변을 산책하며 석양 무렵의 산악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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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돌이 2019.01.22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집니다 새해 강건하시고 행복하셔요

  2. YK Ahn 2019.01.22 2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멋있네요...

  3. 글쓰는 엔지니어 2019.01.22 2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멋져요 ㅎㅎㅎ 진짜 재밋을거같아요 ㅠㅠ ㅎㅎㅎ

  4. 박희욱 2019.07.12 16: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구도가 무척 홀률하군요, 전공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Lago di Braies에서 Falzarego까지 mtb라이딩이 가능할까요?
    혹시 이 지역의 버스에 한국에서처럼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지 아시나요?
    화질이 엄청나군요. 대단한 사진기이겠지요.

    • 보리올 2019.07.13 1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진에 대한 코멘트는 고맙습니다. 사진을 좋아하지만 그리 대단한 사람 아닙니다. 카메라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고요. 브라이에스 호수에서 팔자레고 고개까지 라이딩이 가능한 지와 버스에 실을 수 있는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 코스를 걷는 동안 MTB 타는 사람을 본 기억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