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할 준비를 했다. 솔직히 산행이라 하기엔 턱없이 짧은 트레일이었다. 먼저 하이 리지(High Ridge) 트레일을 타고 선라이즈 포인트(Sunrise Point)까지 걸어 올랐다. 한 바퀴 돌아 나와도 1km가 채 되지 않았다. 길지 않은 코스에 경사도 심하지 않아 집사람도 무난히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짧은 트레일에서 마주하는 파노라마 풍경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뒤로는 허리케인 리지에서 보았던 산악 지형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고, 고개를 넘으면 이번엔 바다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하늘에 가득한 구름이 풍경을 일부 가린다는 것이었다. 하산길에 새 한 마리가 우리 앞에 나타나 재롱을 피운다. 야생화도 가끔 눈에 띄었다.    

 

하이 리지 트레일에서 내려와 만난 서크 림(Cirque Rim) 트레일은 더 쉬웠다. 트레일을 아스팔트로 포장해 놓아 걷기에도 편했다. 왜 미국 국립공원은 이렇게 좁은 산길까지 포장하려고 애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 토양이나 식생을 보호하려 한다는 명분은 이해가 가지만 자연스럽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버루크(Overlook)라 불리는 전망대에 닿았다. 트레일 주변으로 풀을 뜯으러 나온 사슴 두 마리를 만났다. 사람이 다가가도 경계는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풍경이었다. 방문자 센터 바로 위에도 제법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 또한 사슴들 놀이터였다. 꽤 많은 숫자의 사슴들이 노니는 초원을 걸으며 한쪽으론 웅장한 봉우리를, 다른쪽으론 태평양을 바라보는 풍경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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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9.29 04: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늘로 통하는 길처럼 보입니다..ㅎㅎ 내려다 보는 경치도 멋~지구요..
    미국이여서인지 사슴 크기도 엄청 크네요...^^

    • 보리올 2014.09.29 0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지요. 한쪽으론 산이, 다른쪽으론 바다가 펼쳐집니다. 올림픽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빠짐없이 찾는 곳일 겝니다.

  2. Justin 2014.10.15 0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슴들이 모델 노릇을 톡톡히 해냅니다. 마치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왔던 장면 같습니다.

 

차를 몰아 허리케인 리지(Hurricane Ridge)로 향했다. 경사를 오르는 도중에 전망대가 나와 잠시 차를 세웠다. 바로 아래로는 포트 에인젤스가 내려다 보이고 후안 데 푸카(Juan de Fuca) 해협 건너로는 밴쿠버 아일랜드(Vancouver Island)도 보였다. 심심한 풍경에 변화를 주려는 듯 어린 사슴 한 마리가 경사지에서 우리를 빤히 내려다 보는 것이 아닌가. 우리를 마중나온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다시 차를 몰아 허리케인 리지로 올랐다. 터널 몇 개를 지나야 했다. 여기에도 방문자 센터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허리케인 리지는 해발 1,598m에 있는 전망대로 보면 된다. 꼭대기까지 차로 오를 수 있어 올림픽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이라면 예외없이 찾는 곳이다. 리지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진 파노라마 풍경이 대단하다. 올림푸스 산을 위시해 울퉁불퉁한 연봉들이 사방을 둘러싼 모습에서 고산에 올라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난 이런 높이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오는 것에 대해선 좀 불편하게 생각한다. 산에 도로를 내고 아스팔트를 까는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고나 할까. 그런 내가 차를 몰아 이 산악도로를 이용해 허리케인 리지에 올랐으니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행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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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9.26 04: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에 도로가 없으면 평생 정상에서 보는 멋진 경치를 감상하지 못할 사람이 많을텐데요..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니시죠?

    • 보리올 2014.09.26 08: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이유로 도로를 놓고 케이블카를 설치하곤 합니다. 이런 사안은 훼손 여부도 중요하겠지만 사람의 시각이 아닌 자연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도로 타는 것이 늘 유쾌하지만은 않지요.

  2. Justin 2014.10.12 0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과 캐나다 환경 보호 정책이 많이 다르진 않지요? 그러고보면 밴쿠버 근처에서 스키장이 있지 않는 이상 산 높이 도로를 놓은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밴프 국립공원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호수라 하면 단연 루이스 호수(Lake Louise)나 모레인 호수(Moraine Lake)를 첫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언론 매체에 의해서 또는 사람들 입소문에 의해 널리 알려져 그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호수의 아름다움만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인공댐에 의해 만들어진 미네완카 호수도 아름답기로 치면 어디에 빠지지 않는다. 미네완카 호수는 밴프 다운타운에서 북동쪽으로 5km 떨어져 있는데, 호수의 길이가 28km로 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길다. 미네완카란 원래 스토니(Stoney) 원주민 부족의 말로 영혼의 호수란 의미가 있다고 한다.

 

미네완카를 가고 오는 길에 어김없이 들르는 곳이 바로 투잭 호수(Two Jack Lake). 미네완카 호수와 물길로 연결되어 있어 이웃사촌이라 해도 좋다. 그리 크지도 않고 유명세에서도 한참 밀리지만 난 개인적으로 투잭 호수에 더 많은 점수를 준다. 호숫가에 설치된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여유를 부리며 호수에 비친 런들 산(Mt. Rundle)의 반영을 바라보는 것이 나에겐 하나의 낙이다. 청순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비취색 물빛은 또 어떤가. 거기에 호수 위를 한가롭게 미끄러지며 물고기를 낚는 사람들도 멋진 풍경에 일조를 한다.

 

 

 

 

 

 

 

 

[사진 설명] 여름 시즌이면 미네완카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호수 반대편에 있는 악마의 갭(Devil’s Gap)까지 다녀올 수 있다. 이 유람선은 여름 시즌에만 운행을 한다.

 

 

 

 

[사진 설명] 미네완카 호수에 갈 때마다 이 주변에 서식하는 빅혼(Bighorn) 떼를 자주 만난다.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아 나선 이 녀석들은 사람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진 설명] 미네완카 호수와 비교하면 아주 작은 규모지만 우리 눈에는 상당히 크게 보인다. 호수 뒤로 런들 산이 보여 수려한 경관을 제공한다.

 

 

[사진 설명] 투잭 호수에서도 야생동물을 만났다. 호숫가에 땅을 파고 살아가는 컬럼비아 땅다람쥐(Columbian Ground Squirrel)가 낯선 방문객을 지켜보고 있고, 사슴은 풀을 찾아 숲에서 나왔다.

 

 

 

[사진 설명] 투잭 메인 캠핑장. 380개의 캠프 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숲속에 위치해 있어 한적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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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k Man 2014.06.25 09: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자연경관이 너무 아름답네요.. 그리고 동물들도 너무 귀여워요..

    • 보리올 2014.06.25 1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여기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캐나다 로키 정말 아름답습니다. 야생동물도 많이 볼 수 있구요. 언제 한번 꼭 다녀가시길 강추합니다.

  2. 토종감자 2014.06.25 1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멋지네요. 미네카완은 못가봤는데, 수려한 경관에 미니 힐링 하고 가네요 ^^

    • 보리올 2014.06.25 1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착장에서 미네완카 호수를 보면 많은 부분이 가려서 전체 풍경을 보지 못합니다. 산길 걷는 것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시면 에일머 전망대(Aylmer Lookout)까지 가셔서 호수를 내려다 보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캐나다 로키를 구성하는 다섯 개의 국립공원 가운데 재스퍼 국립공원 가장 북쪽에 있다. 재스퍼 국립공원은 크기가 엄청나다. 무려 10,878평방 킬로미터나 된다면 크기를 대충이나마 가늠할 있을지 모르겠다. 나머지 국립공원 개를 모두 합쳐도 재스퍼 국립공원 하나 크기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지리산 국립공원과 비교를 하면 크기의 25배쯤 된다. 구역상으로는 버타(Alberta) 주에 속하며 대륙분수령 동쪽 사면을 차지하고 있다. 국립공원 대부분은 재스퍼 다운타운의 북쪽과 서쪽에 널리 자리 잡고 있지만 접근이 그리 쉽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 (Maligne) 호수 주변의 산들을 많이 찾게 된다.

 

재스퍼 국립공원의 중심은 인구 5,000명을 가진 작은 소읍, 재스퍼. 밴프에 비해선 인적도 드물고 아담한 규모. 도회지로서의 화려함은 크게 없지만 구석구석 편안함과 은은한 자연향이 묻어있어 왠지 정감이 간다. 재스퍼 한산한 것은 캘거리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때문일 것이다. 재스퍼만 방문 생각이라면 캘거리보다 버타의 주도인 에드먼튼(Edmonton) 편리할 수도 있다. 캘거리에서 밴프를 경유해 재스퍼로 오는 경우 보통 5시간 걸리고, 에드먼튼에서 대략 4시간 걸린다.

 

 

 

 

[사진 설명] 재스퍼 시내. 기차역 건너편에 식당이나 선물가게, 장비점 등이 자리잡고 있다. 도시 규모는 그리 크진 않지만 밴프에 비해 훨씬 정감이 간다.

 

 

[사진 설명] 먹이를 찾아 사람 사는 마을로 내려온 사슴들. 재스퍼에서 이런 광경은 거의 일상에 속한다. 그만큼 야생동물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진 설명] 재스퍼를 좀 벗어나 스날링 리버(Snarling River) 캠핑장을 찾아 나섰다가 이름 모를 호수에서 석양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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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멋대로~ 2014.06.12 09: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다웠던 재스퍼..
    다시 가고 싶네요...

 

방문자 센터를 출발해 차를 가지고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보았다. 공원 경내를 한 바퀴 도는 비포장 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도로에서 출발하는 트레일엔 조그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나에게 공룡주립공원의 트레일을 걷는 것은 마치 별세계를 걷는 것과 같았다. 어쩌면 지구의 속살이 이렇게 생길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런 별난 풍경이 너무나 좋았고 이처럼 황량한 곳을 걸으면 속으로 희열이 끓어 오른다. 연신 감탄사가 흘러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배드랜즈 트레일도 공룡주립공원의 속살을 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1.3km 트레일을 한 바퀴 도는데 45분 걸린다. 이런 자연 환경이 형성된 배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버섯처럼 생긴 후두스(Hoodoos)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커튼우드 프래츠 트레일(Cottonwood Flats Trail)1.4km 길이로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된다. 공룡 화석보다는 황무지에서 자라는 미루나무를 보러 레드 디어(Red Deer) 강까지 걸어갔다. 쭉쭉 갈라진 나무 표피가 인상적이었다. 차를 가지고 공룡주립공원을 빠져 나오며 공원 경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이 옆에도 300m 길이의 아주 짧은 프레리 트레일(Prairie Trail)이 있어 한 바퀴 돌았다. 천천히 걸었음에도 15분이면 충분했다.

 

 

 

 

 

 

 

 

 

 

배드랜즈 트레일. 1.3km 길이의 짧은 트레일이었지만 후두스와 피너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레드 디어 강까지 걸어가는 커튼우드 프래츠 트레일에선 사슴 한 가족과 껍질이 굵게 파인 미루나무를 볼 수 있었다.

 

 

 

 

 

 

공룡주립공원 입구에 있는 프레리 트레일을 걸었다. 엄청 짧은 트레일이지만 조망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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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적샷굿샷 2014.05.29 14: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기한 지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