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평원 지역에 속하는 사스캐처원으로 들어서 리자이너(Regina)에 도착했다. 사스캐처원의 주도인 리자이너는 프랑스어로 여왕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와스카나(Wascana)라고 불리다가 1882년 대륙횡단철도가 이 도시를 지나면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당시 캐나다 총독 부인이었던 루이스 공주가 그녀의 어머니 빅토리아 여왕을 기려 도시명을 바꾼 것이다. 그 때문에 퀸시티란 별명을 얻었다. 리자이너에서 하루 묵고 아침에 숙소를 나서 와스카나 센터로 갔다. 인공 호수를 둘러싸고 공원을 조성해 놓은 곳인데, 호숫가를 따라 산책하기에 아주 좋았다. 호수 건너편으론 대리석으로 만들었다는 주의사당이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공원 한쪽에 있는 로얄 사스캐처원 박물관(Royal Saskatchewan Museum)은 안에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안내도 없이 문을 열지 않았고, 어렵게 찾아간 왕립 기마경찰대 박물관(RCMP Centennial Museum)도 시간이 너무 이르다고 문이 닫혀 있었다.  

 

건물 외벽에 29개 벽화를 그려 놓은 무스 조(Moose Jaw)도 철도 개통으로 1882년에 세워진 도시다. 이 도시는 1920년대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어 술을 만들 수 없자, 그 유명한 알 카포네(Al Capone)가 여기서 술을 만들어 시카고까지 밀수를 했다고 알려져 있다. 카포네의 이름을 딴 어느 모텔에는 1920년대 승용차를 전시하고 있었다. 11번 하이웨이를 타고 대평원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달렸다. 사람들은 일자로 곧게 뻗은 하이웨이를 운전하는 것이 지루하다고 했지만, 난 그 지루한 풍경이 좋았다. 언제 이렇게 푸른 하늘과 누런 들판만 있는 곳을 달릴 수 있단 말인가. 절기가 맞지 않아 지평선 너머까지 펼쳐진 밀밭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쉽긴 했다. 사스캐처원 최대 도시라 일컫는 사스카툰(Saskatoon)은 시내까진 들어가지 않고 외곽에 있는 와누스케윈 헤리티지 공원(Wanuskewin Heritage Park)을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사스캐처원 주로 들어서며 주 경계선에 세워진 표지판을 카메라에 담았다.



인공 호수를 품고 있는 와스카나 센터는 도심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그 규모가 엄청 컸다.


와스카나 호수 건너편으로 사스캐처원 주의사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얄 사스캐처원 박물관은 문을 열지 않아 안으론 들어가지 못 하고 입구만 찍었다.



왕립 기마경찰대 박물관 또한 너무 시간이 일러 입장할 수가 없었다.






시카고 유명한 갱이었던 알 카포네가 술을 밀수해 갔다는 무스 조는 요즘 벽화 마을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맥 더 무스(Mac the Moose)라 불리는 9.8m 높이의 무스 상이 하이웨이를 달리는 차량을 무심히 내려다보고 있다.



11번 하이웨이의 데이비드슨(Davidson)이란 마을엔 커다란 커피포트와 바이올린 키는 농부가 조각되어 있었다.




사스카툰 외곽에 있는 와누스케윈 헤리티지 공원은 대평원 북부 원주민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대평원 지역에선 철도가 닿는 곳이면 이런 밀 저장창고, 즉 곡물 엘리베이터를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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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2.19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평원을 보면서 운전하는 것이 바닷가를 보면서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색깔만 다를뿐 끝없이 이어진 수평선에 위로는 하늘과 밑으로는 노란 바닷가가 펼쳐져있는 것이 아닐까요?

    • 보리올 2017.12.20 0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디에서 이런 광활한 지역을 운전해 보겠냐? 남들은 지루하다 하더구만 난 운전이 오히려 편하더라. 난 대평원 스타일인가??

 

그랜드 캐니언을 보러 가는 길에 잠시 후버 댐(Hoover Dam)에 들렀다. 라스 베이거스에서 남동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는 후버 댐은 무척 유명한 건축물이다. 역사적 의미도 있지만 건축학적으로도 미국의 7대 현대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후버 댐은 검은 목요일로 촉발된 1929년의 미국 대공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시행된 대규모 토목공사였다. 1931년에 착공해 1935년에 준공하였고 1936년부터 발전을 시작하였다. 높이는 221m, 길이는 379m에 이른다. 이 댐의 건설로 세계 최대의 인공 호수인 미드 호수(Lake Mead)가 생겨났다. 그 길이가 자그마치 185km. 이 호수 덕분에 라스 베이거스 같은 대도시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후버 댐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투어가 있다고 들었지만 우린 시간이 없어 댐 위를 걸어 왕복하는 것으로 댐 구경을 마쳤다.

 

루트 66(Route 66)은 현존하지 않는 과거의 길이다. 시카고를 출발해 LA를 지나 산타 모니카까지 장장 3,945km를 달리던 길이었다. 1926년에 생겨 1985년에 공식적으로 지도 상에서 사라졌다. 미국의 하이웨이 시스템에서 퇴역한 것이다. 하지만 그 명성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어떤 주에선 옛길을 복원해 히스토릭 루트 66으로 명명해 보전하기도 한다. 오래 전에 동경에서 만난 한 일본인 선배는 LA에서 할리를 빌려 시카고까지 루트 66을 완주했다고 자랑을 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기억 때문인지 셀리그먼(Seligman)에서 루트 66을 만났을 때 무척 감격스러웠다. 그랜드 캐니언으로 드는 관문인 윌리엄스(Williams)는 루트 66으로 먹고 사는 듯 했다. 온 도시를 루트 66 표지판으로 도배를 한 것이다. 여기를 지나던 루트 66 1984 I-40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공식적으로 사라졌는데도 말이다.

 

 

후버 댐 건설로 생긴 인공 호수인 미드 호수에 아침 햇살이 들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후버 댐은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통한다. 댐 중간으로 네바다와 애리조나 주 경계선이 지난다.

 

 

 

셀리그먼에서 처음으로 히스토릭 루트 66을 만나는 감격을 누렸다.

 

 

 

 

그랜드 캐니언의 관문인 윌리엄스는 무슨 까닭인지 온통 루트 66 표지판으로 도배를 해놓았다.

 

 

 

윌리엄스에 있는 파인 컨트리(Pine Country)란 식당에서 피시앤칩스로 저녁을 먹었다.

내륙에 있는 도시에서 피시앤칩스를 시키는 것이 얼마나 바보짓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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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뱅미 2016.09.07 18: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상에 앉아 여행을 꿈꾸는 있는 뱅미여요~ 언젠간 저도~ 선배님처럼 여행 길 위에 있을 꺼라 꿈꾸며ㅋㅋㅋ
    여행기와 사진 너무 너무 잘 보고 있어요 ^^

    • 보리올 2016.09.08 0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이 세상은 뱅미처럼 책상에 앉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버티고 있는 거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

  2. justin 2016.09.18 1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먼가 루트 66에 관한 글들이 마치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를 찾은 듯한 느낌이 묻어났습니다! 그것도 그렇고 후버댐을 보니 미국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네요!

    • 보리올 2016.09.19 0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땅덩이가 큰 나라다 보니 저런 대역사가 가능하지 않았겠냐. 루트 66은 아직도 할리를 모는 바이커들에겐 끔의 길이란다.

  3. 박인우 2016.09.24 2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글 항상 즐겁게 보고있습니다! 덕분에 항상 즐겁네요 ㅋㅋ

    • 보리올 2016.09.25 01: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고마운 말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겐 다녀온 여행을 정리하는 차원인데 글과 사진을 통해 누군가 즐거웠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포틀랜드에서 저녁을 먹으러 호텔을 나섰다. 시내로 나가려면 택시를 불러야 한다고 해서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걸어 나갔다. 예전에 시카고에서 먹어 봤던 우노(Uno)란 피자집이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우노의 프랜차이즈 가게가 포틀랜드까지 손을 뻗힌 것이다. 우노 피자가 메인 주 고유의 음식은 아니었지만 반가운 마음이 들어 덥썩 문을 열고 들어섰다. 주문은 당연히 맥주 한 잔에 딥 디쉬(Deep Dish) 피자. 이곳 우노가 시카고에 비해 더 맛있었다고 말하긴 물론 어렵지만 역시 우노다운 진한 맛을 선사한다.

 

 

 

 

포틀랜드를 떠나기 앞서 올드 포트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해산물이 워낙 유명한 곳이라 커머셜 스트리트(Commercial Street)를 걸으며 눈에 띄는 식당을 눈여겨 보았다. 해산물로 유명한 식당이 꽤나 많았다. 몇 군데 시선을 끄는 곳이 있었지만 정작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앤디스 올드 포트 펍(Andy’s Old Port Pub)이란 조그만 선술집이었다. 우선 실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어부와 인어를 새긴 투박한 나무판도 좋았고, 라이브 뮤직을 공연했던 음악가들의 사진과 사인으로 도배한 벽면도 좋았다. 외부인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이나 뱃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을 것 같았다. 해산물이 유명한 지역인만큼 샐러드와 랍스터 스튜를 시켰다. 맛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들른 뉴욕의 뉴왁 공항. 비싸고 맛없는 공항 음식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저녁을 해결해야 했다. 홍보 문구가 너무나 거창한 얼 오브 샌드위치(Earl of Sandwich)’에서 풀 몬태규(Full Montagu)를 시켰다. 얇게 썰어 익힌 소고기에 칠면조 고기와 체더 치즈, 상추, 토마토를 얹고 그 위에 머스타드 소스를 끼얹은 샌드위치가 나왔다. 맛은 역시 그저 그랬다. 패스트 푸드란 선입견 때문인지 그네들이 광고하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샌드위치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마 사람 손맛이 끼어들 틈이 없는 매뉴얼화된 음식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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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핫도그가 명물이란 이야기는 익히 들은 적이 있다. 길거리에서 이 처비 위너(Chubby Wiener)의 왜건을 보고 갑자기 핫도그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고객사와 미팅을 하기 위해 가는 길이었고, 더구나 양복 차림에 길거리에서 핫도그를 먹기엔 내 용기가 부족했다. 그래도 시카고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 유명한 수퍼도그(Superdawg)나 포틸로스(Portillo’s), 골드 코스트(Gold Coast)까지야 찾아갈 수 없더라도 호텔 근처 아무 곳에서나 맛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호텔 근처의 펍(Pub). 맥주 한 잔과 핫도그를 시켰더니 시카고 핫도그에 대해 들었던 것과는 좀 다른 핫도그가 나왔고 그리 맛있다는 생각도 없이 단숨에 먹어 치웠다.

 

 

 

 

하루는 함께 출장을 온 동료을 불러내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그 동료의 추천은 또 하나의 시카고 명물이라 불리는 딥 디쉬(Deep Dish) 피자! 딥 디쉬 피자는 원조격인 우노(Uno)가 유명하다고 해서 이스트 오하이오(East Ohio) 거리에 있는 우노를 찾았다. 식당은 이미 만원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해 미리 주문을 해놓고 밖에 있는 탁자에 앉아 맥주 한 잔씩을 들이켰다우리 차례가 되어 들어선 식당 안은 역사와 전통이 물씬 배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있으니 미리 주문해 놓은 피자가 나왔다. 두께가 무려 4cm에 이르는 엄청 두꺼운 피자가 나온 것이다. 난생 처음 먹어본 딥 디쉬 피자가 맛있었다고 하긴 좀 그렇고 새로운 경험 하나 추가했다는데 의미를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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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loe_09 2013.04.27 1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양이 정말 푸짐한게 맛있어보여요 ㅎㅎ

  2. 보리올 2013.04.27 13: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습니다. 양은 진짜 푸짐했습니다. 저도 피자 좋아하지만 딥 디쉬 피자의 맛이 다른 피자보다 더 맛있었다고는 말하기 힘들더군요.

  3. Justin 2013.05.18 0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도 시카고 갔을때 딥디쉬 피자가 유명하다고해서 먹었는데, 핫도그가 유명하다는 것은 이 글 읽고 처음 알게 됐네요. 다음에 가게 돼면 핫도그 꼭 먹어봐야겠어요.

  4. 보리올 2013.05.19 0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카고 핫도그 꽤나 유명하지. 시카고에서 정통 핫도그를 먹지 못해 그런지 맛은 그렇고 그렇더라. 왜 그런 음식이 생겨났는지 배경을 알고 먹으면 더 재미있단다.

 

미시간 호수에 접해 있는 밀레니엄 공원(Millennium Park)으로 산책을 나갔다. 이 밀레니엄 공원은 1997년까지 산업 쓰레기로 가득했던 곳인데, 세계적인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참여한 재개발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공원으로 탄생한 것이다. 내 최대 관심은 단연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에 있었다. 아니시 카푸어(Anish Kapoor)란 건축가가 세운 조형물인데, 우리 말로 콩(Bean)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높이 33피트, 길이 66피트, 무게는 110톤에 달하는 스테인리스 강판 재질로 만들었다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둥근 곡면을 통해 건물이나 사람들의 왜곡된 반영을 볼 수 있었다. 꽤 재미있는 물건이었다.

 

호텔 근처의 트리뷴 타워(Tribune Tower) 앞에 설치된 마릴린 먼로의 동상도 재미있기는 마찬가지. 영화 <7년만의 외출>에 나왔던 장면, 즉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날리는 치마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먼로의 동작을 8m 크기로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이 치마 아래 서서 사진을 찍는다. 뭐 볼 게 있다고 치마 속을 열심히 들여다 보는 사람도 있다. 슈워드 존슨이란 조각가가 세운 이 동상은 천박한 조형물이란 평가도, 시대적인 대중 문화의 아이콘이란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런 논란 속에 시카고의 명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2011 7월에 설치를 했고 2012년 말에 철거를 한다고 했다.

 

미시간 호수로 다가가 호숫가를 걸었다. 호수는 어찌나 큰지 그 끝이 보이질 않았고 바다처럼 파도도 거칠다. 자전거를 타고 휙 지나치는 사람들, 두 세명씩 짝을 지어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노부부. 대도시 시카고의 바쁜 일상이 여기 호숫가에선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어느 새 네이비 피어(Navy Pier)에 닿았다. 네이비 피어는 호숫가에 있는 공원을 말하는데, 아이들 놀이기구도 있고 극장과 박물관도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 좋은 곳이다. 식당이나 가게, 보트 투어 선착장도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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