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호수에 접해 있는 밀레니엄 공원(Millennium Park)으로 산책을 나갔다. 이 밀레니엄 공원은 1997년까지 산업 쓰레기로 가득했던 곳인데, 세계적인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참여한 재개발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공원으로 탄생한 것이다. 내 최대 관심은 단연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에 있었다. 아니시 카푸어(Anish Kapoor)란 건축가가 세운 조형물인데, 우리 말로 콩(Bean)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높이 33피트, 길이 66피트, 무게는 110톤에 달하는 스테인리스 강판 재질로 만들었다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둥근 곡면을 통해 건물이나 사람들의 왜곡된 반영을 볼 수 있었다. 꽤 재미있는 물건이었다.
호텔 근처의 트리뷴 타워(Tribune Tower) 앞에 설치된 마릴린 먼로의 동상도 재미있기는 마찬가지. 영화 <7년만의 외출>에 나왔던 장면, 즉 지하철 환풍구 바람에 날리는 치마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먼로의 동작을 8m 크기로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이 치마 아래 서서 사진을 찍는다. 뭐 볼 게 있다고 치마 속을 열심히 들여다 보는 사람도 있다. 슈워드 존슨이란 조각가가 세운 이 동상은 천박한 조형물이란 평가도, 시대적인 대중 문화의 아이콘이란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런 논란 속에 시카고의 명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2011년 7월에 설치를 했고 2012년 말에 철거를 한다고 했다.
미시간 호수로 다가가 호숫가를 걸었다. 호수는 어찌나 큰지 그 끝이 보이질 않았고 바다처럼 파도도 거칠다. 자전거를 타고 휙 지나치는 사람들, 두 세명씩 짝을 지어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노부부. 대도시 시카고의 바쁜 일상이 여기 호숫가에선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어느 새 네이비 피어(Navy Pier)에 닿았다. 네이비 피어는 호숫가에 있는 공원을 말하는데, 아이들 놀이기구도 있고 극장과 박물관도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 좋은 곳이다. 식당이나 가게, 보트 투어 선착장도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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