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 참치는 보통 8월부터 1월까지 낚시로 잡는다. 날씨가 추워지면 살에 기름이 붙어 더 맛이 있다고 한다. 참치를 낚는 현장을 보고 싶었는데, 오마에선 참치잡이 배에 일반인을 태우면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고 했다. 해서 우린 고깃배에 타지 못하고 허 화백과 호준이만 고기잡이에 따라 나섰다. 우리는 다른 배를 타고 오마자키 등대가 있는 섬으로 가기로 했다. 오전에는 잔잔했던 바다가 오후엔 거친 바람에 요동을 친다. 오마자키 등대에서는 홋카이도가 한 눈에 보였다. 등대지기가 친절하게도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망원경을 건네주며 바다 건너 마을들을 보게 해준다.

 

 

 

 

참치잡이 배 한 척이 하얀 파도를 가르며 쏜살같이 오마 항으로 달려간다. 참치를 낚아 올리는데 성공한 배가 분명했다. 빠른 시간 안에 내장을 빼내고 얼음에 재워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할 것이다. 시간을 지체해 선도 유지에 실패하면 경매가가 엉망일 것이기 때문이다. 원양에서 잡는 참치는 급속 냉동 처리하는데 반해, 오마 참치는 냉장으로 보관을 해서 바로 동경으로 보내진다. 냉장 참치의 가격은 냉동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가에 거래된다. 그래서 정작 여기 사람들은 오마 참치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배에서 내린 참치를 처리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아가미를 통해 내장을 꺼내고 꼬리를 자른 후에 무게를 재서 얼음에 재우면 된다. 이 냉장 참치는 밤새 동경으로 공수가 될 것이고 그 다음 날 아침이면 츠키지 시장에서 경매에 붙여질 것이다. 참치에서 꺼낸 내장을 이용해 반찬을 만들어 파는 공판장도 들러 보았다. 예전에는 내장은 모두 버렸다는데 간이나 위, 껍질 등 모든 부위를 이용해 반찬을 만들고 있었다. 몇 가지 시식도 해 보았는데 맛이 훌륭했다.

 

 

 

 

 

 

 

저녁은 하마스시란 유명한 식당에서 하게 되었다. 참치로 시작해 참치로 끝을 내는 참치 세트 메뉴를 먹었는데, 참치에 이렇게 많은 부위가 있었는지, 부위별로 어떻게 맛이 다른 지를 처음 알았다. 막 자른 참치라는 부츠기리(ぶつ切り)부터 시작해 목살(燒き物), ()와 지아이(血合い), 껍질(), 볼살(ほほ肉), 눈 주위 살로 만든 수프, 참치 스테이크 등의 순으로 이어진 저녁 메뉴는 솔직히 받아 적기도 힘이 들었다.

 

 

 

 

 

 

 

 

 

오마 어부들의 소득이 화제에 올랐다. 300명의 어부 중에 낚시로 참치를 잡는 어부는 약 120명 정도. 6개월 일해서 어부 한 명이 대략 20~30마리를 잡는데 이것으로 연간 1~2억원의 소득을 올린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지만 서너 명은 연간 1억엔, 즉 우리 돈으로 10억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몇몇 어부는 TV 다큐멘타리에 출연을 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참치잡이 배는 일본 TV에서 좋은 소재임이 분명했다.

 

오마 어부 중에 가장 유명한 스타는 참치를 잡지 못해 유명해진 야마모토 히데가츠 씨(57)가 아닐까 싶다. TV에 몇 번 소개된 후로는 참치잡이보다 언론 매체 때문에 먹고 산다고 한다. 방송에서 심장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했더니 전국에서 심장약이 답지를 했고, 부인이 일찌기 도망을 간 탓에 아이에게 매일 밥에 카레만 얹어 주었단 이야기가 전파를 타면서 이곳 오마에 있는 카레 식당이 유명해졌다. 일본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야마모토상의 그 라이스 카레 주세요.라고 외친다니 이 얼마나 희한한 세상인가.

 

또 한 명의 유명 스타는 와타나베 료기치 씨. 이 양반은 오마에서 파란 스카프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부인이 죽고 난 후 부인이 남기고 간 파란 스카프를 매고 매일 바다로 나갔단다. 요즘도 여전히 파란 스카프를 두르고 다닌다. 어떤 초월적인 믿음을 가지고 고기잡이에 나서는 모양인데, 과연 그 믿음 덕택에 고기를 많이 잡았는지는 모르겠다. 허 화백의 부탁으로 저녁 식사에 야마모토 씨와 와타나베 씨를 초대했다. 왜 그리 참치를 못 잡았냐고 물었더니, 예전에는 그래도 200kg 짜리까지 잡아 봤다고 자랑을 한다. 그렇게 실속이 없으면서도 큰 녀석 잡았을 때 그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해 아직도 여전히 바다로 나간다는 대답에 실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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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et 2013.09.18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치 정말 좋아하는데,
    넘 부럽습니다. ㅠ

  2. 보리올 2013.09.18 14: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비싼 참치를 좋아하시네요. 제대로 된 참치를 드시려면 아무래도 산지에 가는 것이 좋은데 일본은 요즘 방사능 때문에 온통 난리고요.

  3. 내멋대로~ 2013.09.18 14: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참치 먹어 본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부턴
    냉동참치는 맛이 없어졌다는.. -_-

  4. 보리올 2013.09.18 14: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냉장 참치와 냉동 참치는 맛과 품격, 그리고 가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아쉽게도 우리 나라에선 냉장 참치를 먹기가 쉽지 않지요.

  5. 해인 2013.10.04 16: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업하신 글만 먼저 읽고, 사진과 같이 다시 읽어보니 훌륭한 포스팅이에요 :) 저는 참치의 수은 함유량때문에 참치를 먹지 않는데, 조기..저~~~~~~기 참치로 만든 다양한 반찬들 한번 시식 해 보고싶군요.

  6. 보리올 2013.10.05 02: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 눈으로 직접 수은 함유량을 측정할 수 없으니 참치를 먹는 것도 걱정이 앞서지. 사실 모든 먹거리가 마찬가지야. 너무 많이 먹는 것을 조심해야지.

 

광할한 평야 지대를 가로지르며 버스는 오마(大間)로 향했다. 일본에도 이런 시골이 다 있구나 싶었다. 참마 재배지를 지나며 아오모리가 일본에서 참마 최대 생산지라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참마가 뭐 그리 대단한 작물이라고 이렇게 침 튀기며 자랑인가 싶었는데, 자랑이 거기서 그치질 않았다. 우엉과 마늘, 사과, 살구, 넙치, 오징어도 그렇다고 한다. 아오모리가 일본의 식재료 생산에 그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단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 인식도 좀 달라진 느낌이었다. , 또 하나가 있다고 했는데 잊을 뻔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풍력 발전기가 설치된 곳도 바로 여기라 했다.

 

 

오마는 일본 혼슈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홋카이도가 바다 건너 빤히 보일 정도로 가깝다. 일본에선 참치 하면 오마고 오마 하면 참치를 떠올린다. 오마 참치는 이곳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엄청 유명한 브랜드 그 자체다. 오죽하면 참치를 여기선 다이아몬드 마구로라 부를까. 비싼 참치는 한 마리에 우리 나라 돈으로 2억원에 달했다 한다. 참치 1kg100만 원에 이른다니 입이 떡 벌어진다. 그 비싼 참치를 누가 사고 누가 먹는단 말인가.

 

오마곶(大間崎)부터 둘러 보았다. 지금까지 오마에서 잡힌 참치 중에서 가장 컸다는 440kg짜리 참치를 석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이 석상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일본 각지에서, 심지어는 외국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여길 찾는다고 한다. 뉴욕 타임즈가 오마를 소개된 이후부터 세계적인 명소로 변해 버린 것이다. 우리가 오마를 찾은 때가 마침 1년에 한 번 마구로 축제가 열리는 시기였다. 오마 참치에 대해 뭔가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겠단 기대에 부풀었다.

 

 

 

 

 

 

 

 

오마 마구로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참치 해체쇼가 아닐까 싶다. 행사장은 구경꾼들로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평소에는 주말에만 한 차례씩 선보이던 구경거리였는데, 축제 기간에는 매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참치 한 마리씩을 구경꾼 앞에서 직접 해체한다. 몇 명이 붙어 용을 쓰는 모습도 재미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칼의 용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볼만했다. 머리와 같은 특정 부위는 바로 현장에서 구경꾼들을 상대로 경매에 붙이기도 하고, 해체된 참치는 즉석에서 작은 크기로 잘라 포장 판매를 했다. 내 손바닥 크기면 10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심은 바닷가 선창에 쳐놓은 천막 식당에서 해결했다. 마을 부녀회에서 축제 기간 동안 임시로 운영하는 것 같았다. 한 사람에게 접시 하나씩을 건네주는데 그 안에는 참치와 문어, 조개 등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가져다 자기 앞에 피워놓은 불판 위 석쇠에 구워 먹으면 된다. 직접 참치를 구워 먹는 재미도 있었지만, 참치와 해산물을 불판에 구워 먹으니 실제로 맛도 좋았다. 석쇠에서 풍기는 참치 굽는 냄새도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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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부장 2015.02.09 1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참지를
    검색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허영만 선생님의 블로그를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ㅎ
    식객26권에 있는 사진이랑 똑같에서
    깜작 놀랐습니다

    • 보리올 2015.02.09 17: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거 죄송해서 어쩌지요? 이 블로그는 허영만 화백님의 블로그가 아닙니다. 저는 허 화백님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는데 그분과 함께 아오모리를 둘러보고 쓴 여행기록이지요.

 

 

우리를 실은 버스는 시골길을 달려 미사와(三澤)에 있는 아오모리야(靑森屋)로 가고 있다. 거기서 하루를 묵을 예정이다. 고마키(古牧) 온천이 있어 유명한 아오모리야는 22만평 부지를 가지고 있는 대규모 리조트 시설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제법 많이 이곳을 찾는 것 같았다. 호텔 체크인에 앞서 리조트 내 공원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산책로는 꽃으로 장식을 해 놓았고 인공 호수엔 오리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호숫가에는 일본 전통 가옥과 신전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신전의 지붕 모양이 특이해 시선을 끌었다. 그런데 그 옆에 따로 모셔진 남근석은 이들도 옛날부터 다산을 염원했단 의미일까?

 

 

 

 

호텔은 현대식 건물에 규모도 엄청 났다. 잘못 하면 호텔 안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 방은 다다미로 꾸민 화실(和室)이었다. 정갈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 온천욕부터 하기로 했다. 유카타(浴衣)로 갈아입고 호텔 안에 있는 우키유(浮湯) 온천으로 갔다. 피부에 닿는 온천수가 미끌미끌해 묘한 느낌을 준다. 세상에 별 온천이 다 있구나 싶었다. 온천수에 메타케이산이 풍부해 강력한 피부 미용 효과가 있단다. 부페 식당을 잠시 둘러 보았다. 정갈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았지만 우리는 다른 식당을 예약했으니 그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음식에 한글 설명이 있는 것을 보아선 한국인이 많이 온다는 의미리라.

 

 

 

 

 

 

저녁 식사는 미치노쿠 마츠리야(みちのく祭りや)라는 식당에서 했다. 이 식당 또한 호텔에 붙어 있는데 꽤나 유명세를 타는지 그 넓은 공간에 사람으로 가득했다. 음식도 다른 식당과는 달리 아주 풍성하게 나왔다. 식당 매니저인 사토씨가 나와 음식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여덟 가지 반찬에 찜통 다섯 개가 따로 나오는데, 그 안에 소고기와 밥, 해물, 조림, 만두가 들어 있었다. 거기에 센베이시루라는 수프와 디저트가 별도로 나왔다. 모처럼 배를 두드리며 실컷 먹었다. , 삼마로 만들었다는 나가이마 소주도 빼먹으면 안 되지.

 

 

 

 

 

 

 

식사가 끝나면 식당 무대에서 민속 공연이 펼쳐진다. 서빙을 하던 젊은 종업원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아오모리 마츠리 시연, 춤과 민요, 쓰가루 사미엔 등을 공연했다. 빠르고 역동적인 춤이 일품이었다. 공연 막바지에는 손님들을 무대로 불러 함께 춤을 추는 시간도 가졌다. 우리 일행도 몇 명 불려나가 춤을 추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마치 신들린 듯한 춤사위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해 허둥대면서도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하루의 마지막을 이렇게 땀과 웃음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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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요미맘 2013.09.16 2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선한기온..아..환절기..감기조심하세요~포스팅잘보고갑니다..~

  2. 보리올 2013.09.17 0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는 환절기 별 신경쓰지 않고 살았는데 요즘은 좀 다르네요. 이것도 나이 먹는 증상인가 봅니다. 기요미맘님도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아오모리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도와다(十和田) 호수에 도착했다. 이곳도 도와다하치만타이 국립공원에 속한다. 오이라세 계류를 따라 도와다 호수까지는 도로가 닦여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차량을 타고 호수에 이른다. 화산 활동에 의해 형성된 지형에 약 4만 년 전 다시 화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호수가 바로 도와다 호수다. 둘레가 46km에 이른다니 그 크기를 한 눈에 가늠키 어렵다. 수심은 327m.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로 불린다.

 

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 또한 명물이라고 한다. 도와다 호수를 찾는 사람이라면 이 유람선을 타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네노구치()에서 야스미야(休屋)까지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50분이 걸리는데 편도 요금은 성인 한 명에 1,400엔을 받는다. 유람선에 오르자, 이 회사 사장이란 분이 맥주와 사과 주스를 건네며 인사를 한다. 도와다 호수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바람을 쐬러 갑판으로 나왔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호숫가 풍경 속으로 하얀 유람선 한 척이 들어오더니 한 폭의 멋진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점심은 오이라세 계류 호텔에서 특별히 각시송어를 준비한다고 했다. 히메마쓰라 부르는 각시송어가 회로 나왔고, 그 외에도 히쓰미 나베라고 하는 수제비, 호다테 미소 카이야케라 불리는 가리비 된장 전골이 나왔다. 꽤 정성을 들인 정찬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어려운 음식 이름을 받아 적느라 정작 음식 맛이 어땠는지 기억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주객이 전도되어도 유분수지. 앞으론 좀더 맛에 집중하자 마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 로비 라운지에서 차를 시켰다. 이 라운지 또한 유명한 곳이란다. 오카모토 타로우의 모리노신와(神話)라는 조각품이 가운데 설치되어 있었는데, 내 눈에는 꼭 연통같아 보였다. 라운지에서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핫코다 산의 숲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라운지에 앉아 있으면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차에도 후식이 따라 나오는 것인지 사과가 나왔다. 그런데 얼음 위에 단풍잎을 한 장 깔고 사과 두 조각을 그 위에 올려 놓았다. 이런 작은 정성이 날 감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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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유 온천에서의 하룻밤은 내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일본 온천에 묵은 것도 처음이긴 했지만 일본인들이 이런 온천 여행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아침은 부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오징어 순대와 비슷하게 생긴 해물 요리에 참치회가 나왔다. 아침부터 회를 먹다니 좀 의외이긴 했지만 여기는 일본 아닌가. 짐을 꾸려 버스에 싣고 온천장 주변을 둘러 보았다. 고색창연한 건물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이런 곳이라면 며칠 묵어도 좋을 것 같았다. 사사키 사장이 문 밖으로 나와 우리를 배웅한다.

 

 

 

 

 

 

 

핫코다 산 중턱을 가로 질러 오이라세(奧入) 계류로 향했다. 산에는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끝없이 펼쳐지는 너도밤나무 숲과 그 속을 구불구불 파고드는 산중도로, 거기에 산이 뿜어내는 향기와 다채로운 산색도 나에겐 모두 이채로웠다. 빨간색, 노란색으로 물든 나뭇잎뿐만 아니라 아직 갈길이 바쁜 녹색 이파리도 많이 눈에 띄었다. 산 속을 달리는 이 순간이 난 너무 좋았다. 차에서 내려 몇 분이라도 걷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우리가 가는 오이라세 계류가 더 아름답다고 하니 참을 수밖에 없다.

 

 

 

오이라세 계류는 야케야마부터 도와다 호수까지 14km 길이의 계곡을 말한다. 숲이 우거지고 그 사이를 수량이 풍부한 청정 계류가 흘러간다. 여유롭게 산책하기엔 그만이었다. 오마치 게이게쓰란 일본 문인이 이곳을 다녀간 뒤에 기행문을 썼는데, 그 덕택에 외부에 알려졌단다. 요즘엔 여기를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단풍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중간 지점에서 버스를 내려 계류를 따라 걸었다. 차창으로 쳐다만 보다가 직접 숲길을 걸으니 살 것 같았다.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을 유유자적 걸었다. 바쁠 것이 하나도 없는 양반걸음으로 말이다. 캔버스에 자연을 담고 있는 어느 화가 등 뒤에 서서 한참을 머물기도 했다. 노란색이 많은 나무 아래로 시냇물이 평화롭게 흘러간다. 폭이 좁은 곳을 졸졸 흐르기도 하고, 어느 곳은 격류가 되어 거친 물살을 일으키기도 했다. 낙차가 그리 크지 않은 폭포도 지났다. 여유로운 발걸음, 평화로운 계류 풍경에 눈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난 영락없는 자연인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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