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들다 - 오세아니아'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7.07.05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④ (2)
  2. 2017.07.01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③ (4)
  3. 2017.06.28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② (2)
  4. 2017.06.26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① (2)
  5. 2016.04.15 [뉴질랜드] 루트번 트랙-3 (2)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다 보면 조수에 대해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트레일 상에서 해안으로 내려설지, 아니면 내륙으로 들어설지를 결정하라는 표지판(Decision Point)을 자주 만난다. 해안이나 내륙으로 가는 것이 모두 가능하지만 해안으로 내려설 때는 조수나 파도를 살펴보고 결정하라는 의미도 있고, 해안을 걷는 것이 너무 위험하니 내륙으로 돌아가라는 경고도 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 상에 있는 몇 군데는 바닷물이 들어오면 건널 수가 없기 때문에 조수표 지참은 필수다. 행여 그런 상황을 맞으면 물이 빠지기를 마냥 기다려야 한다. 문라이트 헤드(Moonlight Head)를 기점으로 조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아폴로 베이와 포트 캠벨 지역을 구분해 조수표를 따로 챙기는 것이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해가 떠올랐다. 애초 계획은 라이언스 덴까지 가서 하루를 끊을 생각이었으나 캠핑장을 구하지 못 한 관계로 부득이 그 다음에 있는 데블스 키친(Devil’s Kitchen)까지 가야만 했다. 목장 지역으로 들어서 꾸준히 오르막을 걷는다. 오르내림도 꽤 심했다. 목장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도로를 걸어야 했다. 하이더스 액세스(Hiders Access)와 밀라네시아 트랙(Milanesia Track)이란 비포장도로가 나타난 것이다. 듬성듬성 민가가 보이고 가끔은 자동차가 불쑥 나타나기도 했다. 이 지역이 그레이트 오션 워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해발 300m를 기록했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트레일 엔젤(Trail Angel)을 만났다. 목마른 하이커를 위해 커다란 물통에 식수를 담아 길가에 내놓은 것이다.

 

가끔 뱀을 조심하라는 경고판도 볼 수가 있었다. 머릿속에 이미 위험한 존재라 각인이 되어 발걸음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걸었다. 햇볕이 따뜻한 날이면 몸을 말리기 위해 산길로 나오는 녀석들이 많다. 사람이 나타나면 뱀이 먼저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고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에 들어선지 처음 3일 동안은 전혀 뱀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라이언스 덴으로 가던 4일차엔 뱀을 세 마리나 보았다. 죽은 사체까지 치면 네 마리였다. 이 지역이 뱀이 많은 곳임이 분명했다. 햇볕을 쬐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던 녀석을 내가 먼저 발견해 위험을 피할 수 있었고, 내 앞을 지나치던 두 마리는 내 존재를 눈치채곤 재빨리 숲으로 도망을 쳤다.

 

밀라네시아 비치를 지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내림에 좀 지친 상태로 라이언스 덴 캠핑장에 도착했다. 오전에만 14km를 걸은 것이다. 캠핑장 쉘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 데블스 키친까지는 아직 13km가 남았다. 따가운 햇살에 지치기도 했지만 지형도 꽤나 험난한 편이었다. 게이블스 전망대(Gables Lookout)를 잠시 들렀다가 게이블스 주차장으로 나왔다. 규모가 큰 목장이 하나 나타났고, 목장을 둘러싼 철조망을 따라 다시 숲 속으로 들어섰다. 난파선 두 척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렉 비치(Wreck Beach)로 내려설까 했지만 조수가 높아 그냥 숲길을 택했다. 해가 질 무렵에 데블스 키친 캠핑장에 도착했다. 텐트 두 동이 설치되어 있었다. 바로 텐트를 치고 식사 준비를 했다. 27km 거리를 9시간에 걸었던 고단한 하루가 이렇게 저물었다.



해 뜨기 전의 조한나 비치 바다 풍경


조한나 전망대에 올라 엷은 안개가 끼어 희미하게 보이는 남대양을 내려다 보았다.



울타리를 넘어 목장으로 들어섰다. 구릉에 조성된 초지가 아름다웠다.


비포장도로인 밀라네시아 트랙을 걸었다.


밀라네시아 트랙 끝나는 지점에서 트레일 엔젤이 놓아둔 식수통을 발견했다.


밀라네시아 비치를 잠시 걷곤 다시 육지로 올라섰다.



가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벼랑을 따라 걸었다.



라이언스 덴에 이르기 직전에 뱀 세 마리를 연달아 만날 수 있었다.


라이언스 덴에서 지나온 해안을 둘러 보았다.


문라이트 헤드를 기점으로 조수가 달라 별도의 조수표가 필요하다고 한다.


게이블스 주차장과 목장을 지나 숲길로 들어섰다.


흙으로 돌아가는 그라스 트리의 밑동에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데블스 키친이 그리 멀지 않은 지점에서 또 부트 하이진 클리닝 스테이션을 지났다.


데블스 키친 캠핑장


캠핑장 뒤쪽에 있는 날망에서 석양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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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21 1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제가 상상했던 그런 조그만 뱀이 아니라 꽤나 길고 굵은 뱀이네요! 곰과는 또 다른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해안을 따라 걷기 때문에 해발 300m 이상을 오르지는 않지만 오르내림은 제법 심한 편이다. 모래사장이나 벼랑 끝도 걷고 울창한 숲을 지나기도 한다. 한 마디로 호주 남동부의 다양한 지형을 지난다. 해변을 걸으며 눈과 귀로 파도를 느끼는 순간도 즐거웠지만, 벼랑 꼭대기에 올라 일망무제의 남대양(Southern Ocean)을 바라보는 것도 아주 좋았다. 이 길은 백패킹 트레일인 만큼 며칠 분의 식량과 야영장비, 취사구를 들고 가야 한다. 경량의 장비를 고르고 최대한 가볍게 배낭을 꾸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무거운 배낭이나 야영이 힘겨우면 가이드 트레킹을 이용해도 좋다. 픽업이나 짐 운반을 도와주고 캠핑장에 미리 텐트를 쳐놓거나 식사를 준비하는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있다.

 

에어 리버에서 조한나 비치로 가는 셋째 날은 내륙을 좀 걷다가 곧 바다가 보이는 벼랑 위를 걸었다. 며칠간 남대양을 내려다 보았더니 바다 풍경은 솔직히 고만고만했다. 캐슬 코브(Castle Cove)로 내려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만났다. 다시 벼랑으로 올라 등산화를 소독하는 스테이션을 지났다. 여긴 병원체에 의해 오염된 지역이라 보드워크를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등산화를 소독해야 했다. 뱀을 조심하라는 경고판도 보았지만 뱀은 만나지 못 했다. 길은 조한나 비치로 내려섰다. 2km에 이르는 모래사장을 걸어야 했다. 조한나 리버도 건넜다. 등산화를 벗고 강을 건널 생각이었는데 강폭이 점점 좁아지더니 끝내는 모래 속으로 물줄기가 스며들고 말았다. 폭우가 내리면 강폭이 20m로 불어난다는 강의 위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조한나 비치에선 GOW 캠핑장을 구하지 못 해 드라이브인 캠핑장에 묵어야 했다. 하루 운행한 거리는 14km로 가장 짧았다.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덕분에 점심도 캠핑장에 도착해 준비할 수 있었고, 오후엔 잠시 낮잠도 잤다. 캠핑장에 사람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휴대폰에 표시되는 시각이 이상해 텐트를 치고 있던 가족에게 시각을 물으니 내 시계완 한 시간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가. 어제 새벽에 섬머타임이 해제되면서 한 시간이 늦춰졌다고 한다. 예상치 못 한 시간까지 벌었으니 오후 시간은 진짜 여유만만이었다. 해질 무렵에 카메라를 들고 해변으로 나갔다. 12사도 바위가 있는 쪽에서 일몰이 펼쳐졌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는 동안에 만난 일몰 가운데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파도가 거센 남대양을 바라보며 조한나 비치로 향했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공존하는 청명한 하루였다.


옆 캠프사이트를 썼던 세 부자의 발걸음이 빠르다. 조한나 비치에서 3일간의 백패킹을 끝낸다고 했다.


내륙을 달리던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캐슬 코브에서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만난다.


그라스 트리(Grass Tree)가 무성한 벼랑길을 걸었다.


뱀을 조심하라는 경고판을 처음 접했다.


병원체로 오염된 지역이라 보드워크를 들어설 때와 나올 때 등산화를 소독해야 했다.


구간마다 보드워크을 설치해 식생을 보호하고 있었다.


산길에서 만난 커먼 히스(Common Heath). 빅토리아 주의 주화다.


토끼꼬리풀(Hare’s-tail)이라 불리는 라구루스 오바투스(Lagurus Ovatus)


조한나 비치로 내려서 조한나 리버를 만났다.



조한나 비치는 호주에서 꽤나 유명한 해변으로 2km에 이르는 모래사장을 걸어야 했다.


조한나 비치를 벗어나 조한나 비치 전망대에 올랐다.





여유롭게 해변을 거닐며 바다 풍경을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조한나 비치에서 맞은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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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 2017.07.21 05: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들어올 수 있는 이 공간이 좋습니다. 긴 여정을 한 번에 훓고 가 보는 것도 내심 절약이라는 얄팍한 판단이 들기도 합니다.

    • 보리올 2017.07.22 15: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닉네임을 보니 바다를 좋아하시는 분 같습니다. 누군가 이 블로그를 찾아와주시는 것만 해도 저로선 영광이죠.

  2. justin 2017.10.19 2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뉴질랜드와 같은 섬나라라서 그런지 소독을 열심히 하네요~! 자연을 위해서 세심한 것까지 신경쓰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 보리올 2017.10.22 17: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국의 식생이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법령을 갖추고 규제를 두는 것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 하지만 뉴질랜드와 호주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실천하는 것을 보니 꽤나 인상적이더구나.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동에서 서로 한 방향으로만 걸어야 한다. , 아폴로 베이에서 12사도 바위를 향해 걷는다. 대부분이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에 속하지만, 마지막 구간은 포트 캠벨 국립공원(Port Campbell National Park) 경내를 지난다. 캠핑장 이용은 빅토리아 공원 당국(Parks Victoria)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 상에 모두 일곱 개의 GOW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다. 공원 당국에선 은근히 7 8일에 걷도록 권장을 하지만 캠핑장 사이의 간격이 3~4시간이면 닿는지라 두 구간을 하나도 묶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했다. 또 어떤 곳은 GOW 캠핑장이 차를 몰고 오는 드라이브인 캠핑장과 나란히 붙어 있어 이를 이용해도 괜찮다. 차량이 닿는 곳이라면 교통편을 지원받아 밖에서 자고 들어와도 좋을 것 같았다.

 

둘째 날이 밝았다. 밖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어제 본 코알라를 찾았더니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해가 떠오를 즈음엔 구름이 걷히며 햇살이 비치는 것이 아닌가.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캠핑장을 출발해 바로 숲으로 들어섰다. 어제완 다르게 너도밤나무라 불리는 비치(Beech)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포인트 루이스로 올라섰지만 볼 것이 없었다. 처음으로 등산화를 소독하는 곳이 나왔다. 여기선 부트 하이진 클리닝 스테이션(Boot Hygiene Cleaning Station)이라 불렀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뿌리썩음병을 유발하는 병원체를 없애는 설비인데, 이후에도 여러 번 지나쳤고 그 때마다 등산화를 소독해야만 했다.

 

내륙으로 우회하는 길이 없어 만조에는 마냥 물이 빠지길 기다려야 한다는 파커 인레트(Parker Inlet)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다행히 간조라 모래사장이 모두 드러나 있었다. 여기서 커다란 배낭을 지고 가는 8명의 백패커를 만났다. 그들 뒤를 따라 돌계단과 모랫길을 걸어 올랐다. 크레이피시 베이(Clayfish Bay)로 내려가는 바닷길과 벼랑 위를 걷는 내륙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선 내륙길을 택했다. 여기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유독 많았다. 3시간 만에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Cape Otway Lighthouse)에 닿았다. 1848년에 설치한 이 등대는 빅토리아 주에선 가장 먼저 세워진 등대였다. 현재는 가동을 하지 않는다. 18m 높이의 등대 위로 오를 수 있다고 하지만 입장료가 20불이라 해서 그냥 지나쳤다. 케이프 오트웨이 캠핑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트레일 상에 조그만 공동묘지가 있었다. 등대지기나 그 가족, 난파선 선원이 묻힌 곳이었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길을 꾸준히 걸었다. 레인보우 폭포(Rainbow Falls)가 있는 바닷가로 내려서는 길이 있었지만 만조 시간이라 내려가진 않았다. 벼랑 위에서 멀리 강이 하나 보였다. 그 위에 다리가 놓인 곳이 오늘의 목적지인 에어 리버(Aire River)였다. 캠핑장까지 21km 거리를 6시간에 걸었다. 마을 구경한다고 강으로 내려왔건만 마을은 없고 드라이브인 캠핑장과 목장만 있었다. 여기서도 나무 위에서 미동도 않고 잠을 자는 코알라 세 마리를 만났다. 이만하면 코알라는 풍년이다. 저녁을 먹고 양치를 하러 가다가 14명 그룹에게 붙잡혀 와인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어디서 왔느냐, 왜 혼자 왔느냐는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해가 떠오르며 부드러운 햇살이 브랭키 베이 해변을 비췄다.


등산화를 소독하는 부트 하이진 클리닝 스테이션



만조에는 건널 수 없다는 파커 인레트


나무들이 터널을 만든 숲길도 걸었다.



입장료가 비싸 들어가지 않은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


등대지기나 난파선 선원들이 묻힌 공동 묘지


관목 사이를 뚫고 난 트레일이 정겹다.




트레일 주변에서 서식하는 식생들이 눈에 띄었다.


바위 표면에 꽃처럼 핀 라이킨(Lichen)은 지의류에 속한다.



제법 파도가 거센 스테이션 비치(Station Beach) 위 벼랑을 걸었다.


전망대에 오르자, 에어 리버 위에 놓인 다리가 보였다.


에어 리버 GOW 캠핑장


캠핑장 주변의 나무에서 발견한 코알라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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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17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무로 이루어진 터널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속 마법의 신비한 길을 걷는 것 같아요! 파커 인레트는 그럼 만조때 못 가게 되면 얼마나 기다려야하는거죠? 무작정 쉬면서 기다려야하겠네요~

    • 보리올 2017.10.22 1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만조엔 건너기가 어렵지만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모래사장 가장자리를 통해 건널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미리 조수표를 확인해 만조시각을 피하는게 아무래도 상책이지.



빅토리아 주 해안선을 따라 걷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Great Ocean Walk ; GOW) 2006년에 오픈했다. 멜버른 남서쪽에 자리잡은 아폴로 베이(Apollo Bay)를 출발해 12사도 바위까지 100km에 이르는 장거리 백패킹 트레일을 지칭한다. 각자의 능력이나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6일에서 8일이 소요된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그레이트 오션 워크보다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다. 멜버른 남서부를 가로지르는 B100번 도로를 일컫는데, 토키(Torquay)에서 워남불(Warrnambool)까지 240km에 이르는 해안도로가 이에 해당한다. 12사도 바위를 비롯한 명승지가 많아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손꼽히게 되었고, 그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해안선을 따라 나란히 지나는 두 길의 차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관광객의 길인 반면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트레커, 아니 백패커의 길이라 보면 된다.

 

멜버른에서 오전 9 10분에 출발하는 기차에 올랐다. 한 시간을 달려 지롱(Geelong)에 도착했다. 역 앞에 기다리고 있던 버스로 갈아타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달려 아폴로 베이에 닿았다. 방문자 센터에 들러 직원에게 캠핑장 예약을 도와달라고 청했다. 솔직히 캠핑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전에 온라인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여직원의 친절한 도움을 받아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애초에 계획한 5 6일의 여정 가운데 두 군데 캠핑장은 만원이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조한나 비치(Johanna Beach)는 인근에 있는 드라이브인 캠핑장으로 대체하고, 다른 한 곳인 라이언스 덴(Ryan’s Den)은 건너 뛰어 이틀 구간을 하루에 가기로 했다. 이틀 구간을 하루로 묶은 곳이 세 군데나 되면서 공원 당국에서 권장한 7 8일 일정이 4 5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방문자 센터에서 지도와 조수표를 구하고, 수퍼마켓에 들러 부식과 취사용 가스, 정수용 알약을 샀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는 날이 밝았다. 밤새 비가 내렸는지 땅이 젖어 있었지만 첫 발을 내디딜 당시엔 구름만 가득할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기온도 섭씨 15도로 아주 쾌적했다. 아폴로 베이 방문자 센터에 세워진 거대한 표지석 앞에 섰다. ‘빅토리아(Victoria)의 아이콘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폴로 베이 해변에 잠시 들렀다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 인근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직진 표식을 보고 앞으로 걸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 그 자리에 멈춰 지도를 보고 있자니 한 아주머니가 테라스로 나와 길을 알려준다. 홀리데이 파크로 돌아와 바닷가를 걸었다. 사람 사는 마을은 눈에서 사라지고 대신 농장지대의 푸른 초원과 엄청난 파도가 눈에 들어왔다.

 

해변을 떠나 내륙으로 들어서 고도를 올린다. 산 속으로 드는 느낌이 들었다. 내 앞에서 걷던 두 그룹을 만났다. 모녀로 보이는 그룹과 멜버른에서 왔다는 14명 그룹이었다. 모두들 등에 작은 배낭을 메고 있어 처음엔 당일 하이커로 알았는데, 이들도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고 있다고 한다.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캠핑장에 미리 텐트를 설치해 놓고 저녁 식사도 준비한다고 했다.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Great Otway National Park)으로 들어섰다. 아폴로 베이를 출발한지 3시간 만에 엘리어트 리지(Elliot Ridge) 캠핑장에 도착해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호주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더니 나무 위에 있는 코알라를 보았냐고 묻는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보니 20m 높이의 나뭇가지에 코알라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엉덩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코알라와의 첫 조우치곤 너무 어설펐다.

 

바다 쪽으로 벼랑이 많은 곳엔 내륙으로 길을 내놨다. 텐트와 식량을 담은 배낭 무게는 계속해 어깨를 짓눌렀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빼곡한 숲을 지나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경고판이 하나 붙어 있었다. 만조에는 해변으로 내려서지 말고 우회로로 돌아가라는 안내문이었다. 우회로를 걸어 조그만 계류 하나를 건넜더니 바로 브랭키 베이(Blankey Bay) 캠핑장이 나왔다. 오후 3시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6시간 반 걸려 22km를 걸은 것이다. 공원 당국에서 이틀에 걸으라는 것을 하루에 걸었는데도 여유가 많았다. 텐트를 치고 해변으로 나갔다. 만조 시각이라 바닷물이 해변 끝까지 덮고 있었다. 드라이브인 캠핑장이 바로 옆에 있어 가족 단위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란스런 분위기에서도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이파리를 뜯는 코알라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아폴로 베이 방문자 센터에 세워진 표지석


아폴로 베이 비치


이런 표지판이 갈림길마다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따라 마렝고를 지나고 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


이런 이정표도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를 벗어나면 바닷가 초원을 걷는다.


볼드 힐(Bald Hill)에 있는 경고판에는 해안길은 위험하니 내륙으로 우회하라고 적혀 있었다.



바닷가 초원을 가로질러 내륙으로 들어섰다.




바다를 벗어나 내륙을 걷는 길엔 제법 숲이 우거졌다.


유칼립투스 나무의 줄기 표피


길가에 코알라 사체가 버려져 있었다.


브랭키 베이 캠핑장


브랭키 베이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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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14 1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에 WCT 를 떠올리면서 글과 사진을 보는데 GOW 는 사뭇 그 분위기가 WCT 와 틀리네요~? 바로 옆에 마을이 있고 GOR 도 있어서 뭔가 격리되어있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 보리올 2017.10.14 12: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안선을 따라 걷는 것은 비슷하지만 기후 조건이나 지형, 식생은 너무 차이가 많더구나. 특히, 온대우림으로 가득한 WCT의 자연 조건은 호주에선 찾아보기 어렵지.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서니 하늘에 구름은 많았지만 그 사이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아질 것 같았다. 루트번 트랙의 종점인 루트번 쉘터까진 6.5km에 약 두 시간 걸리는 거리라 출발을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산장 부근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너도밤나무가 주를 이루는 숲은 청량하기 짝이 없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산길도 내리막이라 힘든 것이 없었다.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로 길이 제법 붐볐다. 가벼운 차림으로 올라오는 사람도 있었고, 커다란 등짐을 메고 캠핑을 하러 오는 사람도 있었다. 갈림길에서는 네이처 워크(Nature Walk)를 택했다. 루트번 강 위에 놓인 출렁다리를 건너니 바로 루트번 쉘터가 나왔다. 루트번 트랙을 모두 마친 것이다.

 

 

 

루트번 프랫 산장 앞에 펼쳐진 초원지대를 거닐며 아침 풍경을 즐겼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 느지막이 산장을 출발해 하산을 시작했다.

 

너도밤나무로 구성된 숲으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이름 모를 계곡과 폭포가 나타나 루트번 트랙을 떠나는 우리를 배웅했다.

 

 

 

 

 

루트번 트랙을 오르는 사람들로 산길이 제법 붐볐다.  

 

루트번 강은 폭이 그리 넓진 않았지만 격류가 흐르고 있었다.

 

 

두 갈래 갈림길이 나타나 자연스레 루트번 네이처 워크로 들어섰다.

 

 

 

루트번 트랙의 한쪽 기점인 루트번 쉩터에 도착해 트레킹을 모두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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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5.03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이밍이 무척 아쉽습니다. 저도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랑 완전 다른 날씨를 확인했을때 놀랐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습니다 ~ '조금만 천천히 쉬면서 오지, 구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