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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04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① (6)
  2. 2013.10.13 랑탕 트레킹 - 12 (2)
  3. 2013.10.12 랑탕 트레킹 - 11
  4. 2013.10.11 랑탕 트레킹 - 10 (2)
  5. 2013.10.10 랑탕 트레킹 - 9 (2)

 

매년 한 차례씩 히말라야를 찾고 싶다는 꿈이 몇 년 간은 그런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안나푸르나(Annapurna) 라운드 트레킹에 도전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와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에 이어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까지 트레킹하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트레킹을 함께 할 일행은 나를 포함해 모두 6. 아주 단출한 구성이었다. 밴쿠버 산에서 인연을 맺은 세 분에 추가하여 논산에 계시는 비구니 스님 두 분이 참여를 하였다. 여섯 명 중에 두 명은 히말라야가 초행길이라 고산 지역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했다.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예정대로 아침 7시에 카트만두를 출발할 수 있었다. 동절기로 들어서는 11월임에도 햇볕이 따가웠다. 도심을 빠져나가며 마주치는 거리 풍경은 여전했다. 코를 찌르는 매연도, 시끄러운 경음기 소리도 예전 그대로였다. 그런데도 여기 사람들은 짜증을 부리는 법이 없고 바삐 서두르지도 않는다. 역시 네팔답다고나 할까. 베시사하르(Besisahar)까지는 전세버스로 6~7시간을 예상한다. 실제 거리야 그리 멀진 않지만 도로 사정이 엉망이라 버스는 세월아 네월아 노래를 부르며 달린다. 그곳은 마나슬루(Manaslu) 라운드 트레킹을 마치고 버스에 올랐던 곳이라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아침 구보에 나선 군인들이 버스 옆을 질러 간다. 하얀 교복을 차려입은 여학생들은 발걸음 가볍게 학교로 가고 있다. 정겨운 네팔 풍경이 차창을 스쳐 지난다. 갑자기 검정색 도요타 SUV 차량 한 대가 경광등을 돌리며 우리를 추월해간다. 그 꽁무니에는 3성 장군 표식이 매달려 있었다. 딱딱한 표정의 호위병들이 탄 트럭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총구가 섬뜩했다. 네팔에서 3성 장군이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닌가. 카트만두 분지를 벗어나자, 공기도 깨끗해지고 소음도 적어져 마음이 편안해졌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기사가 허름한 현지식당 앞에 버스를 세웠다. 메뉴라곤 오로지 달밧만 있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네팔에 처음 온 사람들에겐 이들의 주식인 달밧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네팔 식당은 대부분 외국인과 현지인을 구분해 서로 다른 가격을 받는다. 물론 테이블이나 식기도 약간은 차이를 둔다. 모두들 달밧을 별 부담없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이번 여행이 수월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달밧만 먹을 수 있다면 네팔 여행은 무척 쉬워진다.  

 

베시사하르에 도착할 즈음, 왼쪽으로 안나푸르나 연봉이, 오른쪽으론 마나슬루 연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나푸르나 정상은 구름에 가려 식별이 어려웠다. 흰눈을 이고 있는 마나슬루의 장엄한 모습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마나슬루야, 오랜만이다!’ 속으로 마나슬루에게 재회의 인사를 건넸다. 베시사하르는 개발 붐에 몸살을 앓는 듯이 보였다. 여기저기 골재 채취장이 흉물스럽게 자리잡고 있었고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아 돌을 깨고 있었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히말라야 깊은 산속까지 개발붐이라니이런 산골 모습을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시사하르에서 샹게(Syange)까지는 짚으로 이동이 가능해졌다. 몇 년 전까진 두 발로 걸었던 구간인데 그 새 차가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안나푸르나 라운드 구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이야긴 바로 이 때문이다. 전에는 3주 잡았던 것을 요즘엔 2주면 충분하고, 어쩌면 멀지 않아 1주 코스도 생겨날 판이다. 신작로가 탐탁치 않아도 차로 갈 수 있는 구간을 걸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가격부터 협상을 벌였다. 1인당 300루피면 충분하다 들었는데 처음 만난 기사는 7,000루피를 달라고 하고, 두 번째 기사는 5,000루피를 요구한다. 너무 시간을 끌 수가 없어 그 금액에 가기로 했다.  

 

짚으로 2시간을 달렸다. 그 울퉁불퉁한 길을 쉬지 않고 운전을 해야 했다. 중간에 펑크난 타이어를 갈아 끼웠다. 구불구불한 벼랑 위를 달릴 때는 아찔한 곡예 운전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새로 다리를 놓고 있는 현장에서 차가 멈췄다. 여기서부터 샹게까지는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내일부터 걸을테니 컨디션 조절한다 생각하고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 것이다. 1시간 30분을 걸었나. 샹게 로지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저지대일 때 가능하면 샤워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번 트레킹은 잠과 식사를 모두 로지에서 하기로 했다. 로지에서 제공하는 볶음밥이나 계란 프라이, 모모(Momo)라 불리는 만두로 때워야 한다. 첫날 저녁인지라 별 어려움 없이 식사를 마쳤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이 실감이 났다. 비행기에서 면세품으로 산 위스키 한 잔씩에 마음이 들뜬 모양이다. 보름달이 보여 로지 밖으로 나왔다가 계곡에 놓인 출렁다리에 올랐다. 보름에서 하루나 이틀은 지난 듯이 보였지만, 달빛이 너무 밝아 별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히말라야의 밤하늘을 다시 볼 수 있어 가슴이 훈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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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누리 2014.01.04 15: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보리올 2014.01.04 16: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따끈한 커피 향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근데 하누리님도 산과 사진, 여행 모두를 좋아하시네요. 좋은 글과 사진으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시니 큰 덕을 쌓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십시요.

  2. Justin 2014.01.19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드디어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래킹 시리즈의 첫 편을 읽어보았네요. 앞으로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 보리올 2014.01.20 12: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블로그 글도 차례를 정해 놓고 순서대로 보냐?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은 워낙 유명하다만 실제 가본 소감은 좀 별로였다. 사람도 많고 바가지도 심하고 너무 개발이 많이 되었고. 아직 개발이 덜된 다른 코스를 추천한다.

  3. 설록차 2014.01.20 0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가셨던 코스와는 길이 다른것인지~높이가 달라지는지~ 다른 점이 뭐에요?
    그동안 모니터의 작은 글자를 보면 초점이 안맞고 눈물이 나서 읽기가 힘들었는데 다행히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 보리올 2014.01.20 1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모니터의 문제였군요. 고치셨다니 다행입니다. 안나푸르나에는 세 개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해발 4,130m의 남면 베이스 캠프까지 오르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코스가 가장 쉬운 편이죠. 로지, 음식 등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보통 5~6일 정도 걸으면 됩니다.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은 보통 10~12일 정도 걷는데 안나푸르나 주봉 아래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라 보면 됩니다. 이 코스에서 가장 높은 곳이 토롱 라로 해발 5,416m입니다. 고산병 때문에 여길 오르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안나푸르나 북면 베이스 캠프는 안나푸르나 정상을 오르려는 원정대 아니면 잘 안갑니다. 베이스 캠프의 높이는 4,200m라지만 가는 길이 좀 험합니다. 로지같은 시설이 없어 텐트를 쳐야 하는 일도 좀 성가시구요. 나중에 안나푸르나를 가시려면 ABC 코스부터 가시는 것이 수순입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신지요?

 

창문으로 아침 여명이 들어온다. 침낭을 박차고 빠져 나왔다. 일출을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나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카트만두 인근에선 이곳이 나가르고트(Nagargot)와 더불어 일출 명소라는 것을 뒤늦게 들었다. 그래서 로지 방값이 만만치 않게 비쌌던 모양이다. 산 위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했다. 트레킹을 끝내는 우리에게 주는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작은 감동으로 넘쳤다. 

 

트레킹 마지막 날이다. 바로 쉬바푸리(Shivapuri) 국립공원으로 들어선다. 국립공원내 짧은 구간을 통과만 하는데 입장료를 받는다. 우리는 외국인이라고 1인당 250루피씩, 그리고 스탭들은 10루피씩을 내야 했다. 오로지 볼 것이라곤 발 아래 땅밖엔 없었다. 길도 엉망이었다. 빗물에 침식되어 어떤 곳은 사람 키만큼 파여 있었다. 또 바가지를 썼다는 찜찜한 마음은 공원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위안을 받았다. 어디에 쓸 요량인지 풀뿌리를 뽑는 아이들, 지렁이를 잡아 병아리에게 주는 아이들도 만났다.

 

시소파니에서 다시 300m를 올라선 다음에야 마냥 내리막 길이 이어졌다. 이제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 부담이 없어졌다. 멀리 카트만두가 보이기 시작한다. 시내가 보였다기 보다는 엄청난 매연의 바다가 보였단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카트만두를 보는 순간 동시에 트레킹 끝을 보게 된다.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앞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이 끝나는 지점에 댐이 하나 있었다. 학생들 소풍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커다란 솥에다 냄비까지 들고 오는 학생들을 보아선 음식을 직접 끓여 먹을 심산이 모양이다. 국립공원에서 이 많은 학생들이 음식을 해 먹는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냥 도시락 하나씩 싸가지고 오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땡볕을 걸어 정오가 되기 전 순다리잘(Sundarijal)에 도착했다. 버스와 아스팔트 도로가 있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트레킹을 마쳤다. 가게에서 바나나를 사서 일행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트레킹을 반추해 볼 시간을 가졌다. 또 다시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면 나에겐 커다란 행운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것으로 만족을 느껴야 되겠지.

 

대행사에서 보내준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로 돌아왔다. 점심은 대행사에 근무하는 핀조네 식당에서 하기로 했다. 티벳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데, 우리는 만두와 치킨커리, 국수를 시켰다. 네팔 막걸리인 창을 곁들여 10여 명이 풍성하게 먹었음에도 1,300루피밖에 나오지 않았다. 핀조 부인이 한사코 돈을 받으려 하지 않아 억지로 쥐어 주고 나왔다.

 

 

 

 

 

 

 

 

 

 

 

 

  

<트레킹 요약>

 

밴쿠버 산사람 네 명이 오붓하게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에 한국에서 진짜 산사람 한 명이 우리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바로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좌를 완등한 한왕용 대장이 그 동안 고산 원정만 다녔지, 랑탕 트레킹은 처음이라면서 우리를 따라 나선 것이다. 몹시 신경 쓰이는 거물이었지만 우리들이 세운 계획인만큼 우리가 정한 일정대로 진행해 나갔다. 2008 11 25일부터 126일까지 12일에 걸친 트레킹 기록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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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3.10.14 0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레킹을 마치고 히말라야가 더 높지만 로키가 더 아름답구나~이렇게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2. 보리올 2013.10.14 08: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건 아이에게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를 묻는 난감한 질문과 비슷합니다. 전 둘 다 아름답고 둘 다 좋습니다. 너무 정치적(?)인 대답인가요? ㅎㅎㅎ 히말라야는 산세가 위압적이면서도 웅장함이 단연 앞서고 캐나다 로키는 산세가 아기자기하고 무척 아름답지요. 어디가 위다, 아래다로 답하긴 좀 어렵습니다.

 

내리막 일색일 것이란 예상이 이번에도 보기좋게 깨졌다. 쿠툼상부터 바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능선길이라 해서 마음을 놓았는데 그 능선길이 계속해서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다. 쿠툼상을 벗어나자, 임시 천막을 설치하곤 의료봉사에 여념이 없는 현장을 발견했다. ‘CAN’이란 영국 단체가 주관하고 있었는데 무슨 의미냐 물었더니 ‘Community Action Nepal’의 준말이란다.

 

의료봉사 현장을 둘러볼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허락을 받았다. 영국인 월(Wall)이란 친구가 나와 우리에게 직접 간단한 브리핑을 한다. 이렇게 의료진을 데리고 봉사를 올 정도면 재원도 장난이 아닐텐데 기부금을 통해서 봉사를 실현한다니 부럽기도 했다. 어느 캠프에는 눈 수술을 받은 할머니들 십여 명이 천막 안에 앉아 있었다. 의료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살아온 이들에게 의료봉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이리라.

 

부식이 떨어졌다고 해서 이제부턴 부득이 매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식 예측을 잘못한 요리사를 힐책할까 하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리마도 이제 경력이 쌓였으니 꾀를 낼만도 하겠지. 그 동안 열심히 봉사했으니 이제 휴가를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대행사에도 따지지 않기로 했다. 칩링(Chipling)의 경치좋은 로지에서 차파티로 간식을 했다. 이렇게라도 네팔 음식에 적응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은가.

 

골프반장(Golfbyanjang)은 아이들이 많아 좋았다. 나에겐 사진 모델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산자락에 다랑이논도 많고 아이들 입성도 좋아 보였다. 점심으로 모모(만두)와 볶음밥, 스프를 시켜 먹었다. 맛이 좋기에 주인을 불러 음식 솜씨를 칭찬했더니 나중에서야 니마가 직접 요리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쩐지 기대 이상이라 했더니 하마터면 속을 뻔 했다. 그럼에도 외국인에게 바가지 씌우는 금액을 모두 지불해야만 했다. 우리 요리사가 음식을 만들었지만 주인네 식재료를 섰다는 이유로 말이다. 요리사가 따로 뒷돈을 받았나?      

 

능선을 걸으며 여기서 바라보는 산자락이 꼭 우리 나라 야산과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첩첩이 중첩되어 뻗어나간 모습이라니능선을 따라 오르내림을 계속했다. 쉽게 보내주지는 않겠다는 히말라야의 속셈인 것 같았다. 사막 지역에나 있을 법한 선인장이 몇 그루 보이고 용설란도 꽤 많이 보였다. 히말라야에 용설란이라니 참으로 의외였다. 우리가 지나온 고산 지역과는 식생이 상당히 달랐다.

 

트럭 한 대가 마을 가운데 세워져 있는 파티반장을 지났다. 이 산골 마을까지 트럭이 들어온다니 놀라웠다. 아이들 십 수명이 트럭 위에 실린 화물에서 놀고 있었다. 트럭이 아이들 놀이터로 변해 버린 것이다. 해발 1,800m인 파티반장에서 고도를 300m 올려 시소파니(Chisopani)에 닿았다. 닭을 세 마리 구입해 우리와 스탭이 반씩 나눴다. 니마가 맛있는 닭도리탕을 만들어 왔다. 히말라야 닭은 마당에 풀어놓고 길러 살이 질긴 편이지만 맛은 뛰어나다. 거기에 니마의 솜씨까지 가미가 되었으니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숙면을 위해 9시까지 버티다가 함께 야간 데이트를 나가자 청했다. 상현달에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보고 있자니 절로 흥이 오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산길을 걸었다. 흥에 겨워 노래도 불렀다. 랑탕 트레킹을 끝내는 우리들의 조그만 자축 파티였다. 우리의 시끄러운 합창에 호주에서 온 마이클이란 친구가 밖으로 나왔다가 우리에게 노래 한 곡을 청한다. 우리가 부르던 노래가 듣기 좋아 나왔다며 웃는다. 그래서 또 한 곡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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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틀녘 수탉 한 마리가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훈련소 신병처럼 벌떡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로지 식당에서 만난 이스라엘 청년들 셋은 라우레비나 패스로 오른단다. 배낭 크기가 장난이 아닌 것을 보아선 요리사나 포터를 쓰지 않고 고행에 나선 친구들이다. 속으론 좀 부러웠다.

 

이제부터는 줄창 내리막인줄 알았는데 계곡으로 내려섰다간 타데파티(Thadepati)까지 가파르게 올라선다. 내리막 길에 오르막이 나오면 좀 짜증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타데파티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이 계속 되었다. 타데파티부터 다시 설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능선 상에서 시샤팡마(Shishapangma)를 볼 수가 있다며 지반이 정상부가 매끈하게 보이는 먼 봉우리 하나를 가르킨다. 8,000m급 고봉 중에 가장 낮은 산으로 온전히 티벳 땅에 속해 있는 산이다. 비록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충분히 감격에 겨웠다.   

 

지반이 가르킨 또 다른 봉우리는 1992년 타이항공의 여객기가 추락한 현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제 지난 탑이 그 때 죽은 일본인 한 명을 추모하기 위해 가족들이 세운 위령탑이라 한다. 어제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면 탑을 지나치면서 고인을 추모라도 했을텐데 지반은 타이밍을 맞추는데 좀 서툰 듯 하다. 네팔에서는 신분이 무척 높은 귀족 출신이라는데 말이다.  

 

망겐고트(Mangengoth)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헬남부(Helambu)로 갈리는 길이 여기서 나뉜다. 쿠툼상(Kutumsang)까지는 무척 지루한 내리막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어떤 연유인지 쿠툼상 들어서는 길목에 폐허 상태로 방치한 빈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0여 년간 정부군과 마오이스트 반군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낮에는 정부군에게 시달리고 밤이면 반군에게 얻어 맞는 일이 계속되니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도망쳐 버린 까닭이다. 지리산 빨치산 토벌 당시의 우리 나라를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했다.

 

쿠툼상은 능선에 자리잡은 큰 마을이었다. 전기도 들어오고 사람들 입성도 풍족해 보였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표정에도 구김살이 없었다. 모처럼 로지에서 찬물로 샤워도 했다. 전등이 있으니 식당에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좋았다. 또 하루가 흘렀다. 내일 하루 더 산에서 묵으면 도시로 나가야 한다. 산을 내려가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매미가 성장을 위해 허물을 벗듯 나는 히말라야를 통해 자신의 허물을 벗으며 성장통을 이겨내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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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영숙 2013.10.12 05: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물을 벗어 성장통을 이겨 낸다? 사춘기도 아니고 자신의 더 많은 발전을 위해 노력? 내지는 향상
    할수있는 모색을 찾아 본다라고 사료 되내요...
    사춘기의 growing pain 그런것 인가요? 아니면 다른뜻?.....


    석양 무렵의 대나무 모습, 너무 아름다와요,,,

  2. 보리올 2013.10.12 0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 생각이 많이 나시는 모양이네요. 신체적인 성장도 있지만 정신적인 내면의 성장통도 있다고 봅니다.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라고 보면 되지요. 전 히말라야에서 마음을 비우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잘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계속 노력해야겠죠.

 

우리는 이 호수를 고사인쿤드라 부르지만, 현지에선 고사이쿤다(Gosaikunda)라 부르기도 한다. 아침에 맞는 호수는 좀 색달랐다. 고요하고 신비롭다고나 할까. 해가 높이 떠오르면 그런 느낌이 많이 사라질 것이다. 왜 시바 신은 삼지창으로 한 번만 찍었을까 상상해보았다. 심심풀이로 몇 번 더 찍었다면 호수가 그만큼 늘어나 이 지역은 더 큰 성지가 되었을 것이고, 호수가 많지 않은 히말라야에 뛰어난 풍광을 선사했을 터인데 말이다.

 

이번 트레킹 구간 중에 가장 높은 지점인 라우레비나 패스로 오른다. 해발 고도 4,400m인 고사인쿤드 로지에서 잠을 자고 4,610m까지 오르는 발길이 좀 무거워 보인다. 패스에 오르니 어제 보았던 마나슬루와 히말출리 연봉이 다시 보인다. 아쉽지만 여기서 작별을 고해야 했다. 우리는 반대편으로 내려서기 때문에 다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페디(Phedi)에서 점심을 먹었다. 산 아래로는 여전히 구름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었다. 지루한 내리막이 계속 된다. 고도를 낮추면서 구름 속을 들락거리기도 한다. 산길에 야생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선 고도를 많이 낮춘 모양이다. 야생화가 나타날 때마다 꽃박사인 안영숙 회장의 교성이 이어진다. 곱테(Gopte)에 내려서니 다시 구름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우리는 지난 이틀을 구름 위에서 신선놀음을 하고는 구름 속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곱테 로지는 지금까지 묵은 로지 중에서 시설이 가장 열악했다. 송판으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방은 바람도 솔솔 들어오고 옆방에서 뒤척이는 소리, 코고는 소리, 심지어 방귀 소리까지 모두 들려온다. 옆방에서 누가 밖으로 나갈 때면 찌그덕거리는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다. 그래도 11~12시간씩 누워 있기 때문에 수면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긴 할 수가 없다.

 

새벽 2시경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밤새 하늘을 가렸던 구름이 모두 걷힌 것이다.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이 우수수 쏟아질 듯 했다. 밤공기가 춥지만 않았다면 여기서 비박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인지 청승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멀리서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방으로 돌아갈 생각도 잊고 잠시 멍하게 물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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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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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영숙 2013.10.11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Cosaikunda lake은 이름도 신비로워 마음의 한자리에 매김한듯 이름도 생생하게 잊혀지지 않고있어요.
    그날 아침은 기온도 급강한듯 down jacket을 입고 출발했고,호수가에 얼음도 얼은듯 싶네요.

  2. 보리올 2013.10.11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말라야엔 호수가 많지 않아 고사인쿤드와 같이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으셨는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