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깜깜한 새벽임에도 캠핑장 여기저기서 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도 서둘러 준비를 마치곤 차를 몰아 두 번째 게이트로 갔다. 차단기가 내려진 게이트 앞에는 우리보다 동작이 빨랐던 차들이 일렬로 정차해 있었다. 이 게이트는 일출 한 시간 전에야 문을 연다. 시간이 되어 경비원이 차단기를 올리자, 마치 자동차 경주를 하듯 차들이 어둠 속으로 달려나갔다. 서서히 하늘이 밝아왔다. 사구들이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모습도 우리에겐 꽤 큰 감동이었다. 듄45에 닿았다. 우리 앞에서 걷는 사람들 꽁무니를 따라 사구를 오르기 시작했다. 표고 170m의 듄45를 오르는 데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지만 행여 꼭대기에 닿기도 전에 해가 뜨면 어쩌나 싶어 마음이 조급했다. 정상엔 십여 명이 모래톱에 앉아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산등성이 너머로 서서히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일출이 소문처럼 그리 대단하지도 않았고, 모래사막에 펼쳐지는 빛의 향연도 밋밋하기 짝이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 경우인 듯했다. 30여 분 정상에 머문 후에 하산했다. 국립공원 밖에서 묵은 사람들이 그제서야 주차장에 도착해 듄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국립공원으로 드는 첫 번째 게이트가 이런 시간차를 만든 것이다. 이들이 보지 못 한 일출을 우리는 보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나미비아] 소수스블레이 & 빅마마 듄 (0) | 2021.04.12 |
---|---|
[나미비아] 데드블레이 (0) | 2021.04.05 |
[나미비아] 듄45와 첫인사를 나누다 (4) | 2021.03.23 |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을 달리다 (2) | 2021.03.16 |
[나미비아] 문 랜드스케이프 & 듄7 (0) | 2021.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