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여행이라 부르기엔 낯이 간지럽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이란 미국, 아니 세계에서도 가장 큰 도시를 둘러보려면 누구는 3 4일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난 솔직히 두세 시간을 거기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 동안 비행기를 갈아 타기 위해 뉴욕을 몇 차례 지나친 적은 있지만 도심을 가볼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행기 환승에 7시간이나 남아 공항에서 무료하게 기다리느니 맨해튼(Manhattan)이라도 다녀오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존 에프 케네디(JFK) 공항에서 에어 트레인을 타고 자마이카(Jamaica) 역까지 이동을 했고, 거기서 LIRR이란 열차를 바꿔 타고는 맨해튼 펜(Penn) 역으로 갔다. 외곽에서 도심을 연결하는 단거리 통근 열차 같았다. 열차는 그런대로 깨끗한 편이었고 좌석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역을 빠져 나와 처음으로 맨해튼에 발을 디뎠다. 하늘로 쭉쭉 뻗은 고층 빌딩들이 먼저 시야에 들어왔고 보도에는 바삐 걷는 사람들로 무척 붐볐다. 역시 세계 제일의 도시다웠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뉴욕 도심 트레킹에 나섰다. 3시간 동안 도심을 열심히 걸었다. 딱히 무엇을 보겠다 작정한 것도 아니었기에 발길 닿는대로 부지런히 걸었을 뿐이다. 건물 사이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이 보여 일단 그 방향으로 향했다. 어릴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던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다. 뉴욕을 상징하는 건물로 오랜 기간 명성을 떨쳤던 건물이라 내심 반갑긴 했다. 입장료를 내고 건물 꼭대기 전망대까지 올라가진 않았다. 오늘처럼 시야가 엉망인 날에 전망대를 오르는 것은 입장료를 낭비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다음 기회로 미뤘다.

 

 

 

 

 

맨해튼은 마치 서울 종로 거리를 걷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타임즈 스퀘어(Times Square)는 더더욱 그랬다. 종종걸음으로 바삐 지나치는 사람들도 많았고,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네온사인도 화려했고 광고용 간판은 또 얼마나 눈을 어지럽게 하는지……. 한 시간 조금 넘게 시내를 걸었을까, 뉴욕에서 딱 한 가지만 볼 수 있다면 무엇을 가장 보고 싶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자유의 여신상, 아니면 9.11 테러 현장? 하지만 내 선택은 도심 속의 공원, 센트럴 파크였다.

 

 

 

 

 

자연스레 발길이 센트럴 파크로 향했다. 고층 건물로 꽉 들어찬 도심보단 푸른 잔디와 나무가 있는 공원을 걷는 것이 더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공원 입구에 마차와 인력거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관광지에서나 마차는 흔하지만 뉴욕 한 복판에 자전거에 매단 인력거가 있다는 사실은 좀 의외였다.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 비치 발리볼을 즐기는 젊은이들, 가족을 동반한 관광객 등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워낙 공원이 넓어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은 없었다. 도심 한 복판에 이렇게 큰 공원을 가지고 있는 뉴욕이 내심 부러웠다. 엄청나게 비싼 땅일텐데 공원으로 유지를 했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러웠다.

 

 

 

 

 

나무에서 쪼르르 내려와 재롱을 피는 다람쥐와 무리를 지어 잔디밭에서 먹이를 찾는 참새들.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그리 무서워 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람에게 다가올 정도로 대담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거리만 유지하면 도망을 치진 않았다. 뉴욕 한 가운데에서 이 작은 동물들의 재롱을 보며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푸른 잔디와 나뭇잎 덕분에 눈도 시원했다.

 

 

 

이날 센트럴 파크에서는 뉴욕 시민들에게 한국 음식을 알리고자 코리아 데이란 행사가 열렸다. 뉴욕의 몇몇 한식당에서 부스를 설치하고 있었고 무대에선 젊은 아가씨 너댓 명이 피리와 장구 등을 들고 공연 연습에 한창이었다. 그래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행사장 한 복판에 자리잡은 뻥이요였다. ‘BBUNG-I-YO’란 영문 표기도 재미있었다. 이 뻥이요는 어릴 때 많이 먹었던 튀밥을 만드는 현장을 말한다. 옛날 시골장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을 이곳 뉴욕에서 다시 보다니 그 반가움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때마침 뻥이요외치는 소리가 들리며 뻥하는 소리에 이어 하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옛날에 들었던 소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튀밥 한 봉지를 얻어 들고 공원을 빠져 나왔다. 오전 11시에 행사를 시작한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11시가 지나도 시작할 기미가 없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자리를 떴다. 공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이다.

 

 

 

 

맨해튼에서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은 가슴 졸이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지하철 F라인을 타고 종점인 자마이카 역으로 가면 다시 에어 트레인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자마이카 역은 아까 열차를 갈아탄 역이 아니었다. 몇 정거장 전에 내려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탔어야 했는데 지나친 것이다. 열차에서 아무에게나 물어 보았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인데 은근히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사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역무원에게 공항가는 방법을 물었더니 밖으로 나가 공항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타란다. 공항이 그리 멀지 않기에 10분이면 도착할 줄 알았다. 한데 이 버스는 이 마을 저 마을 뒷골목을 돌아다니더니 40분 만에 공항에 도착을 했다. 중간에 내려 택시를 잡기도 여의치 않아 보였다. 신기하게도 나를 빼곤 운전사와 버스 승객 모두가 흑인들이었다. 버스가 지나치는 마을에서도 백인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좀 늦긴 했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탈 수는 있었다. 이렇게 해서 몇 시간의 뉴욕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 여행 요약 >

2011 8 16, 본국 출장 길에 뉴욕을 경유하게 되었고 환승편을 기다리는 몇 시간을 이용해 맨해튼 구경을 한 기록이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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