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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슬루 라운드 트레킹 <11>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2. 11. 2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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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라르케 패스를 얼마나 쉽게 넘느냐에 있었다. 해발 5,200m를 처음 오르는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이 고개 오르기가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눈이 녹기 전에 패스를 통과할 요량으로 한 대장이 4시 기상, 5시 출발로 시각을 조정했다. 어둠 속을 랜턴 행렬이 길게 이어간다. 처음부터 우리와 줄곧 함께 했던 부디 간다키 강이 이 지점에서 우리 곁을 떠났다.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을 걸었다. 너무나 지루했다. 도대체 라르케 패스가 어디에 있는 것이냐는 불평도 쏟아져 나왔다. 눈에 반사된 강렬한 햇볕은 우리 얼굴을 금방이라도 익힐 것 같았다. 열 걸음 내딛고 호흡을 가다듬기를 얼마나 했던가. 우리 눈 앞에 오색 룽다가 휘날리는 라르케 패스가 나타났다. 3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란 예상이 결국 4시간 30분 걸려 그 지긋지긋한 라르케 패스에 도착한 것이다. 라르케라는 네팔 말이 원래 길다는 의미라니 어쩌겠는가.

 

라르케 패스의 고도에 대해선 다들 엇갈리는 자료를 내놓는다. 누구는 5,100m라 하고 누군 그 보다 높은 5,200m라 이야길 한다. 손목 시계에 찬 고도계로는 5,070m가 표시되었다. 지도마다 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좀 지루하긴 했지만 모두들 탈없이 라르케 패스를 넘었다. 큰 고통 없이 전구간 중 가장 높은 지점을 넘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 이야긴 하행 구간에선 그 동안 자제해 왔던 음주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빔탕(Bimtang)으로 내려서는 길은 미끄럼과의 한판 승부였다. 표면이 녹으며 미끄럽기 짝이 없었다. 미끄러져 골짜기로 떨어지면 죽지야 않겠지만 부상은 면치 못할 것은 자명한 일. 빔탕에 도착하니 누군가 위스키를 꺼내 한 잔씩 돌린다. 큰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에 단숨에 들이켰다. 뱃속에서 짜르르 취기가 올라온다. 텐트에서 살짝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저녁 먹으라 부르는데 영 식욕이 나질 않는다. 그리 내키지 않았지만 밥 한 술 뜨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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