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토할 것 같다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급체 증상을 보였다. 이것도 고소 증세인가? 텐트 밖으로 나와 토하고 말았다. 한 대장이 뜨거운 물을 구해와 약과 같이 건넨다. 다시 잠에서 깼을 땐 온몸이 솜뭉치처럼 힘이 하나도 없었다. 졸지에 병자가 된 것이다. 아침도 거르고 뒤늦게 몸을 일으켰다. 어려운 코스 다 지나와서 이 무슨 꼴인가 싶었다. 좀더 쉬고 포터 한 명과 뒤따라 오라는 것을 억지로 일어나 일행을 따라 나섰다.
발걸음이 참으로 무거웠다. 하행 구간에 이러길 얼마나 다행인가 스스로를 위로하며 발을 뗀다. 가끔씩 나오는 오르막 구간은 베이스 캠프 오르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해가 마나슬루 봉 위로 떠오른다. 사마 가운에서 보았던 마나슬루의 반대편 모습이다. 우리를 보내주기 싫은 듯 며칠을 따라온다. 그런데 어쩌냐. 우리는 여기서 작별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수르키(Surki)에서 점심으로 수제비를 권하기에 몇 숟가락 떴다. 먹을만 했다. 나무들로 우거진 숲길이 나왔다. 해발 고도를 낮추는 것에 비례해 날씨도 점점 더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 3시 틸체(Tilche)에 도착. 사과 재배로 유명하고 사과주 양조장도 있는 곳이다. 다들 사과주 한 잔씩 한다고 밖으로 나가고 나만 홀로 텐트를 지켰다. 속은 어느 정도 진정돼 살만 했지만 오늘은 술을 사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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