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질 무렵, 비행기가 보스턴(Boston) 로간 국제공항에 내려 앉았다. 2011년 1월 31일, 다시 보스턴을 찾은 것이다. 이번에는 업무 출장 때문이었다. 전에 한 번 다녀간 곳이라고 그리 낯설지가 않았다. 이것도 여행의 학습 효과라 부를 수 있을까? 도심에 예약해 놓은 하얏트 호텔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보기로 했다. 택시비 아낀다는 명분에 내 나름의 여행 본능이 작용한 탓이리라. 사실 보스턴 대중교통은 지하철 지도 한 장만 손에 넣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객기를 부린 면도 있다.
몹시 춥고 눈이 몰아치는 겨울 날씨가 계속되어 보스턴에 대한 인상이 좀 흐려졌다. 다행히 업무는 내가 묵는 호텔에서 보기 때문에 굳이 밖에 나갈 필요는 없었다. TV에서 어느 지역인가 갑작스런 폭설로 학교가 쉰다고 긴급 소식을 전한다. 이러다가 3일 후에 핼리팩스로 돌아가는 비행편도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경우에는 눈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질퍽거리는지 구두가 모두 젖었다.
겨울철 보스턴은 여름에 비해 무척 스산했다. 딱히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스턴에 왔으니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을 걸어 보고 싶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미국인들의 노력과 희생이 서려있는 현장이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내 수중에 카메라가 없다는 것이었다. 출장이라 카메라를 챙기지 못했다. 부득히 화질이 좋지 않은 블랙베리라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늦은 시각에 도심에 있는 프리덤 트레일을 잠시 걸어 보기도 했고, 마지막 날에는 미팅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 남는 시간을 이용해 찰스타운(Charlestown) 다리까지 걸어 보았다. 사실 프리덤 트레일은 거기서 다리 건너 벙커 힐(Bunker Hill)까지 더 이어져 있지만 그 구간은 다음으로 미뤘다. 그래야 또 다시 이곳을 찾을 명분이 있지 않은가.
16개의 유명한 역사 유적지를 연결해 만든 프리덤 트레일은 보스턴 커먼스(Boston Commons)의 방문자 센터에서 시작한다. 붉은 색깔의 표식만 잘 찾으면 트레일을 놓칠 가능성은 적다. 아스팔트 길에는 붉은 페인트로 칠을 해놓았고 보도에는 붉은 벽돌을 두 줄로 깔아 놓았다. 보스턴 커먼스 북쪽의 주의회 의사당(State House)을 찍곤 길은 다시 파크 스트리트(Park Street) 교회로 내려온다.
1773년 12월, 5,00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회합을 가진 올드 사우스 미팅 하우스(Old South Meeting House). 여기 모였던 회합으로 보스턴 차 사건이 촉발되었다 한다. 늦은 밤이라 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전에 왔을 때 내부 구경은 충분히 한 적이 있어 궁금하진 않았다. 트레일은 구의회 의사당(Old State House)을 지나 퀸시 마켓(Quincy Market)의 패늘 홀(Faneuil Hall)에 닿았다. 잠시 템포를 늦추고 쉬어갈 공간을 찾아 보았지만 모두 문을 닫았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선 프리덤 트레일은 보스턴에서, 아니 미국을 통털어 가장 오래된 식당인 유니언 오이스터 하우스(Union Oyster House)를 지나면 이태리 식당들이 늘어선 노스 엔드(North End)의 하노버(Hanover) 거리를 걷는다. 폴 리비어 하우스(Paul Revere House)와 올드 노스(Old North) 교회를 지나면 트레일은 찰스타운 다리에 닿는다. 이번에는 여기에서 걸음을 멈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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