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란 개인의 감각이나 기억, 때론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그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음식에서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공통점을 찾기란 솔직히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맛집에 대해 맛이 있다, 없다를 소개한다는 것은 엄청 위험하단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요즘은 온갖 매스컴에서 맛집 소개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다시피 하니 내 주장이 좀 무색해지긴 했지만서도.
사실 미디어를 통해 맛있는 집이라 소개된 곳도 내 입맛엔 별로라고 생각한 적이 너무 많았기에 난 어느 식당을 추천하고 싶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단지, 이런 식당에서 이런 음식을 먹어 보았다는 경험 차원의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나 역시 여행 책자나 인터넷 검색, 또는 현지인들의 추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그들 추천에 대한 내 소박한 평가라고나 할까.
보스턴 출장길에 처음 찾은 식당은 제이콥 워스(Jacob Wirth). 1868년에 세워져 보스턴에선 두 번째로 오래된 집이라 소개를 받았다. 가장 오래된 식당은 유니언 오이스터 하우스(Union Oyster House)였지만 건물만 보고 지나쳤다. 제이콥 워스는 식당이면서도 고풍스런 선술집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맥주 메뉴도 다양해서 좋았다.
독일 음식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독일에서 많이 먹었던 예거 슈니젤(Jaeger Schnizel)을 시켰는데 웨이터가 가져온 음식이 좀 이상해 보였다. 웨이터를 불러 이게 예거 슈니젤이 맞냐 물었더니 비엔나 슈니젤이 잘못 나왔다고 음식을 도로 가져간다. 독일에서 먹었던 예거 슈니젤과는 맛도 많이 달라 실망을 금치 못했다.
둘째날 저녁은 노스 엔드(North End)의 브리코(Bricco)를 찾았다. 보스턴에는 아일랜드계와 이태리계 이민자들이 많아 보스턴의 유명 음식점은 거의 이태리계가 장악을 했다. 호텔 카운터에 이태리 식당을 추천해 달랬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브리코란 이름을 알려 준다. 식당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예약을 하지 않고 그냥 간 까닭에 30분 넘게 기다리게 하더니 테이블 하나를 준다.
이 식당은 불가마를 사용해 고기를 익히는 방식이 특이했다. 고급 레스토랑에 걸맞는 품격을 갖추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그네들 말로는 미국내 10대 이태리 레스토랑에 들아간다고 한다. 이 식당을 소개한 신문 칼럼을 액자에 넣어 여기저기 걸어 놓았다. 여기서도 미디어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음식은 불가마에서 구운 립 아이(Rib Eye)를 시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기에 캘리포니아 와인까지 시켰더니 꽤 비싸게 나왔다.
보스턴을 떠나는 날의 점심은 레갈 시푸드(Legal Sea Foods)라는 식당에서 했다. 보스턴에선 여러가지 해물요리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크램 차우더 스프에 추가해서 메인은 홍합, 조개에 소세지가 들어간 ‘포르투갈 어부 스튜(Portuguese Fisherman’s Stew)’란 별난 요리를 시켜 보았다. 조금 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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