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 쇼어/하우 사운드 지역에서 가장 높은 브룬스윅의 높이는 해발 1,785m이다. 하지만 여기선 높이에 비해 무척 오르기 힘든 산으로 정평이 나 있다. 왜냐하면 경사가 꽤나 급하고 바닷가에 바로 접해 있어 발품을 팔아야 할 높이에 에누리가 없기 때문이다. 엘리베이션 게인(Elevation Gain), 즉 등반 고도가 자그마치 1,550m. 웬만한 산사람에게도 녹녹치 않은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한적한 산행을 즐기기엔 더 없이 좋다.
라이온스 베이(Lions Bay)를 거슬러 올라 마을 끝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 채비를 마쳤다. 처음엔 벌목도로를 따라 50분 정도 완만하게 오른다. 두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야 한다. 여기서 그대로 곧장 가면 하비 산(Mt. Harvey)과 라이온스봉(The Lions)으로 오르는 길이다. 오솔길을 따라 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들어섰다. 숲속 맑은 공기와 비릿한 숲내음이 우릴 반긴다. 깊게 숨을 들이키며 양껏 가슴에 눌러 담았다. 이처럼 싱그러운 숲길을 걷는 것은 산사람만 누릴 수 있는 지상 최고의 특권이 아니겠는가.
눈 녹은 물에 수량이 불어난 마그네시아 계곡(Magnesia Creek)을 지나면서부터 경사가 급해졌다. 맨땅을 보이던 길도 어느새 눈길로 바뀌었다. 눈이 점점 깊어지며 발이 빠지는 횟수가 늘어간다. 어떤 곳은 허벅지까지 깊이 빠져 발을 빼내기가 힘이 들었다. 이럴 때는 스노슈즈를 사용해야 하는데, 비탈이 너무 심해 스노슈즈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쓸데없이 등짐 무게만 늘인 셈이다. 발끝으로 눈을 찍어가며 길을 만드는 고단한 몸짓에 금세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역시 브룬스윅은 만만치 않은 산임을 절감했다.
정상을 100여m 남겨 놓은 지점에서 진퇴를 고민하여야 했다. 정상이 바로 저 앞인데 눈 덮인 바위 구간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눈이나 얼음으로 덮여 있는 시기에는 너무 위험하니 오르지 말라는 구간이 바로 여기다. 함께 산행에 나선 분들의 의사에 따라 오늘은 여기서 돌아서기로 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눈에 담은 풍경만으로도 솔직히 충분한 보상은 받은 느낌이었다. 하우 사운드(Howe Sound)의 푸른 물결, 그 위에 떠있는 섬들, 브룬스윅을 호위하듯 둘러싼 주변 봉우리들의 힘찬 모습에 가슴이 벅차 오른 지는 이미 오래. 특히 라이온스 봉을 지척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이 설렜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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