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 산은 등반 고도가 만만치 않은 산이기에 자주 발길이 닿지는 않는다. 이 근방에 있는 라이온스 봉(The Lions)이나 브룬스윅 산(Brunswick Mountain)도 비슷한 경사에 비슷한 높이를 가지고 있어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비의 높이는 해발 1,703m인데 반해 우리가 걸어 오르는 등반 고도는 무려 1,475m에 이른다. 한계령에서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높이의 두 배가 넘는다. 초보자의 허세로 얕잡아 보다간 큰코 다칠 산이란 의미다. 산행 거리는 왕복 12.5km로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7시간은 잡아야 한다.
라이온스 베이(Lions Bay)에서 산행을 시작해 빈커트(Binkert) 트레일을 타고 라이온스 봉을 향해 넓은 산길을 오른다. 나무에 매달린 앙증맞은 이정표 하나가 우리 눈길을 끌었다. 라이온스 봉 가는 길이라고 조그만 나무 판자에 사자를 색칠해 그려 넣었기 때문이다. 이곳 산길에서 마주치는 이정표는 이처럼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 알버타 크릭(Alberta Creek)을 건너기 직전에 왼쪽으로 꺽어야 하는데, 여기 세워진 작은 팻말을 유의해서 보아야 한다. 여기서부턴 상당히 가파른 경사를 오른다. 입에서 단내가 난다는 느낌이 들었던 구간이다. 산불 피해를 한 눈에 보여주는 안부에 도착해서 한숨을 돌린 후, 암릉으로 이뤄진 리지를 따라 다시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엔 구름이 낮게 깔려 그 아름다운 파노라마 풍경을 온전히 보여주진 않았다. 그래도 가끔씩 푸른 하늘이 나타나고 구름 아래로 라이언스 봉과 하우 사운드(Howe Sound)의 모습이 드러나곤 했다. 라이온스 봉은 우리 나라 마이산(馬耳山)과 비슷해 보여 더욱 눈길을 끄는 산이다. 멋진 모습으로 밴쿠버 북쪽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는 이 산은 밴쿠버를 상징하는 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밴쿠버 시내에선 작게 보이는 산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가슴이 벅차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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