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 있는 국립공원 세 개 가운데 하나인 스내펠스요쿨(Snaefellsjokull) 국립공원에 닿았다. 2001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웨스트 아이슬란드(West Iceland)에서도 서쪽에 있는 스내펠스네스(Snaefellsnes) 반도의 서쪽 끝단에 위치한다. 레이캬비크(Reykjavik)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차로 두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날씨가 좋으면 레이캬비크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공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해발 1,446m의 산 정상부가 빙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완만하고 드넓은 정상부가 하얀 눈과 빙하로 덮혀있는 모습은 멀리서 보아도 무척 평화롭고 아름답다. 하지만 이 지역은 아이슬란드에서 현재도 움직이는 32개 활화산 가운데 하나다. 언제 화산활동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574번 해안 도로를 따라 국립공원으로 접근할수록 산세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슴은 두근거리는데 아쉽게도 스내펠스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먼저 해발 526m의 스타파펠(Stapafell)이 우리 시야에 들어왔다. 곧 F570 비포장도로를 타고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도 있지만 도로 상태 역시 좋지 않아 속도가 나지 않았다. 5분 정도 올랐을까. 왼쪽으로 송헤리르(Songhellir) 동굴이 나타나 잠시 둘러보았다. 고도를 높일수록 풍경이 조금씩 바뀌더니 온통 하얀색 일색인 정상부가 구름에 가려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눈인지, 빙하인지 우리 눈으론 구분이 어려웠다. 길 위에 눈이 많이 쌓여 더 이상 오르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그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눈과 빙하로 덮힌 설원 아래 녹색을 띄는 이끼가 지표를 덥고 있는 모습이 내겐 꽤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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