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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위클로 웨이 ② ; 노크리 ~ 라운드우드

산에 들다 - 유럽

by 보리올 2024. 4. 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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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로 웨이(Wicklow Way)를 걷다 보면 위클로 마운틴스 국립공원(Wicklow Mountains National Park)을 드나들곤 한다. 전반적으로 산세가 그리 험하지는 않았다. 산 아래론 작은 마을이나 농장이 포진하고 있어 비상 상황에서는 탈출도 가능하다. 위클로 웨이 상에서도 조그만 마을 몇 개를 만나며 거기엔 대부분 숙소가 한두 개 있다. 대략 6일에 나눠 이 트레일을 모두 걷는다면 중간에 하룻씩 묵는 숙소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행여 트레일 상에 있는 마을에서 숙소를 구하기 힘들면 택시를 부르거나, 아니면 걸어서 호텔이 있는 다른 마을로 가야 한다. 언젠가 위클로 웨이를 걷겠지 하는 생각에 트레킹 정보를 수집하곤 있었지만, 실제 방문이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몰랐다. 갑자기 숙소 잡는 것이 여기선 하늘에 별따기였다. 사실 난 배낭 안에 침낭과 매트리스는 지니고 있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기는 했다. 짐이 많은 사람이라면 운송업체에 맡기고 가벼운 배낭만 지고 걸을 수 있다. 이런 배기지 운송 서비스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선 보편화된 곳이 많다. 

 

하룻밤 노숙한 에니스케리(Enniskerry)에서 4km를 걸어 도착한 노크리(Knockree)에서 다시 위클로 웨이로 들어섰다. 하루 걸을 거리는 22km에 6~7시간을 예상한다. 노크리 힐(Knockree Hill)로 오르는 과정부터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일부러 숨겨놓은 것처럼 이정표를 보이지 않게 세워놓은 것이다. 예를 들면 직진하는 넓은 비포장도로에서 갑자기 좁은 샛길로 꺽는데, 이정표가 샛길로 꺽기 전에 큰 길가에 있어야 함에도 실제는 샛길로 들어서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길눈이 밝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나였지만 초반부에 다섯 차례나 길을 잃고 헤매야 했다. 전날 갔었던 유스호스텔을 스쳐 지나 글렌크리(Glencree) 강가로 내려서 걷다가 나무로 만든 조그만 다리로 강을 건넜다. 다글 밸리(Dargle Valley)로 치고 올랐더니 왼쪽으로 파워스코트 폭포(Powerscourt Waterfall)가 시야에 들어왔다. 낙차 119m로 아일랜드에선 낙차가 가장 큰 폭포라는데 멀어서 그런지 별다른 감흥을 주진 않았다.

 

다글 강으로 내려섰다가 해발 725m 높이의 듀스 산(Djouce Mountain) 기슭으로 올랐다. 정상으로 오르는 우회로가 있었지만 날이 흐려 정상에 오르진 않았다. 여기서 위클로 마운틴스 국립공원 경내로 들어섰다. 늪지를 보호하기 위해 2km 가까이 보드워크(Boardwalk)를 설치해 놓았다. 위클로 웨이가 지나는 해발 630m의 화이트 힐(White Hill) 정상으로 올랐다. 듀스 산에서 화이트 힐에 이르는 능선엔 벨 헤더(Bell Heather)가 꽃을 피워 온통 자주빛으로 도배한 산악 풍경이 이채로웠다. 그 속에서 하얀색 양 몇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산 아래 테이 호수(Lough Tay)도 시야에 들어왔다. 피어 게이츠(Pier Gates)로 내려서다 위클로 웨이를 조성한 JB 말론의 조그만 기념탑을 만났고, 인공조림한 숲을 가로지르는 환상적인 보드워크도 걸었다. 주차장부터는 비포장도로를 걸어 라운드우드(Roundwood)로 내려섰다. 두 번째 구간을 끝낸 것이다. 여기서도 숙소를 구할 수 없었다. 또 하루를 노숙으로 버티기로 했다. 투차 하우스(Tochar House)란 레스토랑에서 맥주 한 잔 곁들이며 저녁을 먹곤 하루 묵을 공원을 찾아 나섰다.

 

에니스케리에서 4km를 걸어 노크리로 이동해 위클로 웨이를 다시 만났다.

 

나무가 무성한 숲을 지나 노크리 힐로 올라 조망을 즐기기도 했다.

 

다글 강을 건너 듀스 산기슭으로 오르다가 위클로 마운틴스 국립공원으로 들어섰다.

 

듀스 산은 구름에 가려 정상에 오르지 않고 화이트 힐로 직행했다. 온통 자주색으로 뒤덮인 산자락이 인상적이었다.

 

피어 게이츠로 내려서기 전에 인공조림한 숲을 관통하는 보드워크를 걸었다.

 

산자락을 자주색으로 물들인 주인공, 벨 헤더의 꽃망울

 

머리는 검고 몸통은 하얀 양들이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위클로 웨이를 걷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하루를 묵고 간다는 라운드우드에 닿았다.

 

라운드우드에 있는 펍에서 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곤 노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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