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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 제도] 삭순 ~ 퇴르누비크 트레킹

산에 들다 - 유럽

by 보리올 2023. 4. 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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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모이(Streymoy) 섬 북서쪽에 자리잡은 삭순(Saksun)과 퇴르누비크(Tjornuvik) 마을을 잇는 산길을 걸었다. 삭순에서 급경사를 치고 오른 다음, 산 중턱을 트래버스하다가 해발 522m의 퇴르누빅스카르드(Tjornuviksskard) 패스에 올라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을 감상한 후에 퇴르누비크 마을로 내려서는 아주 단순한 트레일이지만, 이정표가 거의 없어 길찾기는 그리 쉽진 않다. 수시로 루트를 확인하고 이정표 대신 설치된 돌무덤, 즉 케언(Cairn)을 찾아 진행해야 한다. 삭순엔 잔디 지붕을 하고 있는 하얀 교회와 전통 가옥 몇 채가 있다. 마을에 있는 허름한 박물관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오른쪽 경사를 오른다. 고도를 높이자 석호(Lagoon)가 한 눈에 들어왔다. 과거엔 파도가 없는 천혜의 항구였지만 1600년대에 엄청난 폭풍과 파도에 밀려온 모래가 피오르드 입구를 막아 석호가 되었다. 산자락 여기저기에 폭포 몇 개가 나타나 우리 눈을 즐겁게 했다.

 

길을 잃어 잠시 헤맨 적도 있으나 가장 높은 지점인 퇴르누빅스카르드 패스에 무사히 도착했다. 여기까지 올라오면서도 빗줄기가 얼굴을 때려 시야가 좋지 않았는데, 패스에서도 모든 풍경이 비구름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좋으면 페로 제도 최고봉인 슬래타라틴두르(Slaettaratindur, 880m)와 제 2봉에 해당하는 그라펠리(Grafelli, 856m)까지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저 허무한 교언에 불과했다. 페로 제도엔 날씨 변화가 심하고 흐린 날이 많다니 이 또한 받아드릴 수밖에. 몸이 비에 젖은 상태라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하산을 재촉했다. 다행스럽게도 퇴르누비크로 내려서는 길에는 날씨가 점점 좋아졌고 나중엔 파란 하늘도 나타났다. 고도를 낮추며 위에서 바라본 퇴르누비크 마을은 무척 아름답게 다가왔다. 멀리 에스트로이(Eysturoy) 섬에 있는 리신(Risin)과 켈링긴(Kellingin)이란 촛대바위도 보였다. 그리 힘들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되어 오히려 복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삭순에서 퇴르누비크에 이르는 이 트레킹은 약 7km 거리에 세 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가파른 벼랑 아래 자리잡은 삭순 마을 주변은 온통 녹색으로 도배되어 푸르름이 넘쳤다.

 

산중턱까지 가파르게 올라 왼쪽 아래 펼쳐진 석호를 눈에 담았다.

 

퇴르누빅스카르드 패스로 오르는 동안 폭포 몇 개를 지나야 했다.

 

패스로 오르기 직전에 잠시 길을 잃은 적도 있었다.

 

비구름에 가려 조망이 사라진 퇴르누빅스카르드 패스에 올랐다.

 

퇴르누비크 마을로 내려서는 길에 날씨도, 풍경도 살아났다. 멀리 바다 쪽에 리신과 켈링긴도 눈에 들어왔다.

 

퇴르누비크 마을로 내려서 인적이 드문 마을과 해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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