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일랜드] 위클로 웨이 ① ; 말레이 공원 ~ 노크리

산에 들다 - 유럽

by 보리올 2024. 4. 5. 08:26

본문

 

 

1980년에 오픈한 위클로 웨이(Wicklow Way)는 아일랜드 최초로 조성한 장거리 트레일을 말한다. 말론(J.B. Malone)이란 사람이 고안한 이 트레일은 전체 길이가 127km로 보통 6일에 걷는다. 더블린(Dublin) 바로 남쪽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 전체 구간에 노란색 화살표를 새겨 넣은 검은 막대 표식(Waymark)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위클로 고원에 자리잡은 산봉우리가 계곡과 폭포, 숲, 호수 등과 어우러져 다양한 자연 경관을 연출한다. 숲은 주로 졸참나무(Sessile Oak)와 자작나무(Birch), 마가목(Rowan), 물푸레나무(Ash) 등이 주를 이루고 있고, 고지대엔 황무지도 꽤 많은 편이다. 이 황무지를 덮고 있는 히스(Ling)나 벨 헤더(Bell Heather), 빌베리(Bilberry) 등이 지표를 노란색이나 자주색으로 장식하고 있어 여기만의 독특한 자연 경관으로 꼽을 수 있었다.  

 

위클로 웨이를 시작하는 기점은 말레이 공원(Marlay Park)이다. 더블린 도심의 어퍼 오코넬 스트리트(Upper O'Connell Street)에서 출발하는 16번 버스를 타고 40여 분 지나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안에 위클로 웨이 출발점을 알리는 돌담과 게시판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노크리(Knockree)까지 첫날 걸을 구간은 20km 거리에 약 6시간 걸린다. 말레이 공원을 출발해 남쪽으로 향했다. 숙소 예약도 하지 못 하고, 그것도 혼자 걷는 길이라 걱정은 좀 되었지만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진 것 아닌가. 공원은 산책이나 조깅을 즐기는 몇 사람을 제외하곤 한산했다. 곧 M50 하이웨이 아래에 있는 굴다리를 지나면서 공원을 벗어났다. 킬마쇼그 숲(Kilmashogue Forest)으로 들어서 꾸준히 고도를 올렸다. 잠시 쉬면서 뒤쪽으로 펼쳐진 더블린 도심과 항구를 감상하곤 했다. 도시의 소음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평온해졌다.  

 

갈림길에서 우회전해 킬마쇼그 숲을 빠져나왔다. 여기서 좌회전 하면 해발 536m의 페리 캐슬(Fairy Castle)로 간다. R116번 도로를 건넌 후에 글렌쿨렌 강(Glencullen River)도 건넜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무지로 올랐다. 노란색 또는 자주색으로 지표를 덮은 식생 덕분에 눈이 즐거웠다. 시커멓게 몰려온 비구름에 금방 옷이 젖기 전까진 말이다. 우산을 들고 있었지만 바람이 강해 쓸모가 없었다. 허나 비는 오래 가지 않았고 옷이 거의 마를 즈음에 노크리에 도착했다. 2km를 걸어 유스호스텔을 찾아 갔더니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닌가. 시설 전체에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예약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거부당한 이유가 바로 이 떄문이었다. 별 수 없이 숙소가 있을 만한 에니스케리(Enniskerry)로 4km를 더 걸었다. 하지만 거기도 방이 없다고 해서 호텔에서 식사만 하고 공원 벤치에서 비박을 해야 했다.  

 

말레이 공원의 위클로 웨이 출발점에 섰다. 홀로 걷는 길이라 좀 긴장은 됐다.

 

킬마쇼그 숲으로 들어서 고도를 올리는 도중에 더블린 도심과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위클로 고원에는 나무가 없는 황무지가 넓게 분포했다. 노랗게, 자주색으로 대지를 덮은 식생들이 묘한 풍경을 연출했다.

 

소나기에 젖은 옷을 말리며 첫날 목적지인 노크리로 내려서고 있다.

 

위클로 웨이에서 벗어나 노크리 유스호스텔을 찾았지만 우크라이나 난민 때문에 숙박이 불가했다.

 

에니스케리까지 걸어 갔지만 호텔에 방이 없다고 해서 저녁만 먹곤 공원에서 비박을 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