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토니 산장(Rifugio Scotoni)은 해발 2,040m에 위치하는 관계로 아침에 밖으로 나오니 서늘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 오늘은 이번 트레킹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해발 2,835m의 라가주오이(Lagazuoi) 산에 오르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이제부턴 세 시간 가까이 줄곧 오르막이다. 저 멀리 라가주오이 산장(Rifugio Lagazuoi)이 보였다. 산장으로 오르는 가파른 경사엔 지그재그로 길이 놓여 있는데, 이 지그재그 길에는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군과 오스트리아 군이 전투를 벌였던 현장이 남아있다. 벼랑에 바위를 뚫어 터널을 내고 참호를 만들었다. 나무로 지은 오래된 건물도 보였다. 케이블카 탑승장을 지나 라가주오이 산장에 도착해서 멋진 조망을 눈에 담았다. 10분 더 걸어 십자가 하나 달랑 세워져 있는 라가주오니 정상에 올랐다. 여기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조망이 훨씬 더 뛰어났다. 장엄한 풍경에 절로 가슴이 뛰었다.
라가주오니 산장에서 따뜻한 수프로 점심을 먹곤 케이블카를 타고 팔자레고 고개(Passo Falzarego)로 하산했다. 전에는 두 발로 내려왔는데 케이블카 덕분에 두 시간 가까이 절약한 셈이다. 도로를 건너 다시 오르막이 이어졌다. 크지 않은 리미데스 호수(Lago di Limides)를 지나 지루한 오르막이 계속된다. 아베라우 산을 뒤로 돌아 우리가 묵을 아베라우 산장(Rifugio Averau)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누볼라우 산장(Rifugio Nuvolau)까지 다녀올까 했으나 구름에 가려 조망이 없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산장에서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오른쪽으로 돌로미티 최고봉인 마르몰라다(Marmolada, 해발 3,343m)가 시야에 들어왔고, 그 뒤로는 하루를 마감하는 붉은 노을이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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