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동경 츠키지 어시장을 방문했다. 새벽 5시부터 경매가 시작된다고 해서 아침 식사도 시장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이 시장은 주말을 이용한 도깨비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일본 만화 <어시장 삼대째>로 우리나라에도 이미 소개된 바 있다. 츠키지 시장은 하루 2,300톤의 생선을 취급하며 20억엔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시장 가운데에 도매를 주로 하는 장내시장이 있고, 그 외곽으론 장외시장이라 하여 소매를 맡는 시장으로 구분된다. 장내 시장에선 아무래도 참치 가게가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냉동 참치뿐만 아니라 낚시로 잡아 냉장 보관한 참치도 경매에 붙여진다. 이런 참치를 경매에서 사와 통째로 해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스시집이나 생선 가게에서 이것을 사간다고 한다. 참치는 냉장이냐, 냉동이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엄청 난다.
시장의 볼거리가 생선으로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화물을 나르는 차량들도 우리 혼을 빼놓긴 마찬가지였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차량에서부터 둥근 드럼통을 앞에 달고 다니는 삼발 차량까지 시장 안을 헤집고 다닌다. 그 좁고 붐비는 공간에서 요리조리 운전하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장내 시장과 장외 시장을 둘러보고 츠키지 인근에 있는 재래 시장도 잠시 둘러 보았다. 왁자지껄 사람사는 냄새를 풍기는 것이 우리 재래 시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장외 시장 근처에 식당들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이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이와(大和)란 스시집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인파들이었다. 주위가 온통 스시집인데 이 집만 유별난 명성을 얻고 있는 모양이었다. 점심 식사 시간에는 한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란다. 한 집은 길게 늘어선 인파들로 즐거운 비명이고, 다른 집들은 그 줄만 쳐다보며 속을 태워야 하니 이웃사촌끼리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공항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바로 긴자(金座). 동경을 대표하는 번화가다. 만화를 그리는데 필요한 도구를 구하러 다닌다고 다들 분주했다. 나는 그런 물품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어느 백화점에서 열린 범선 모형 전시회를 둘러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배 만드는 회사에 오래 근무했던 적이 있기에 이런 범선을 보면 절로 가슴이 뛴다. 뱃사람도 아니고 우리가 만들던 배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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