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무렵에 도착해 미처 둘러보지 못한 온천 주변을 새벽에 일어나 둘러보았다. 단풍이 물든 산책로를 따라 홀로 걷는 것도 분위기 있었고, 온천 옆을 졸졸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를 듣는 것도 좋았다. 고즈넉한 산속에 자리잡은 온천이라 더더욱 정감이 간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언젠가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이 온천은 집사람과 꼭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을 떠나야 하는 시각이 되자, 짐은 차에 실어 보내고 우리는 단풍을 즐기며 걸어가자는 의견이 나와 일행 모두 소풍가는 기분으로 30여분 경사길을 걸었다.
공항으로 향하기 전, 허 화백께서 아오모리 부지사를 만나러 간 사이 일행들은 아오모리에서 잠시 쇼핑할 시간을 가졌다. 쇼핑에 관심이 없던 나는 일본 라면을 먹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호준이를 데리고 고죠켄(五丈軒)이란 전문점을 찾아 들었다. 난 ‘미소 라멘’이라 부르는 된장 라면을 시켰는데 묵직한 국물 맛이 대단했다. 그 위에 고명으로 고기와 파를 숭숭 썰어 올렸다. 라면 하나를 끓여도 마치 예술 작품을 만들 듯 정성을 들이는 일본인들이 감탄스러웠다. 라면 한 그릇에 700엔이라는 금액은 적지 않았지만 그 값어치는 하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해서 5박 6일의 아오모리 여행을 마치게 되었다. 함께 여행을 했던 허영만 화백과 멤버들이 너무 좋았고, 아오모리현 홍보팀에서 나와 우리와 전일정을 함께 한 현지 직원들의 친절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특히, 일본인 부인과 결혼해 아오모리에서 정착해 살고 있는 통역 윤성범 씨의 자세한 설명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단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오모리 덕분에 잘 먹고 잘 쉬었다. 두고두고 이 여행이 생각날 것 같았다. 자, 이제 아오모리에게 안녕을 고해야겠다.
<여행 개요>
이 아오모리 여행은 일본 지자체 홍보 조직인 클레어(CLAIR)에서 만화가 허영만 화백을 초청해 이루어진 것으로,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경비를 부담하고 그 여행에 동행으로 나선 것이다. 모두 11명이 함께 움직였다. 2009년 10월 23일부터 10월 28일까지 5박 6일 동안 진행된 내용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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