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사 호수(Lake Oesa)를 출발해 오파빈 호수(Opabin Lake)로 향했다. 벼랑에서 떨어진 엄청난 크기의 돌덩이 사이를 걸어 본격적으로 육니스 레지 알파인 루트(Yukness Ledge Alpine Route)로 들어섰다. 칼날처럼 생긴 육니스 산(Yukness Mountain, 2851m) 자락에 있는 너덜지대를 가로지르는 산길을 말한다. 오른쪽 아래로 산봉우리에 갇힌 오하라 호수(Lake O’Hara)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이 알파인 루트를 걷는 목적이 높은 지점에서 오하라 호수를 보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벼랑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엔 제법 많은 신설이 쌓여 있어 발걸음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오파빈 호수까지 3km의 짧은 구간에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렸다. 머지 않아 서쪽으로 무어 호수(Moor Lakes)와 헝가비 호수(Hungabee Lake)가 자리잡은 오파빈 플래토(Opabin Plateau)가 펼쳐진다. 다른 곳에 비해 노란색으로 변한 라치가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경사를 내려선 뒤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꺽어 오파빈 호수에 닿았다. 이미 많은 호수를 지나친 때문인지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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