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로이(Eysturoy) 섬에 있는 슬래타라틴두르(Slaettaratindur)는 페로 제도의 최고봉이다. 그래도 해발 고도는 880m에 불과하다. 그것도 바닷가에서 바로 오르지 않고 해발 392m의 에이디스카르드(Eidisskard) 패스로 올라 산행을 시작하니 두 발로 걸어 오를 높이, 즉 등반 고도는 500m도 되지 않는다. 최고봉이라 해서 무척 힘든 곳은 아니란 이야기다. 슬래타라틴두르는 날씨가 좋으면 페로 제도에 속한 18개 섬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낮 길이가 가장 긴 6월 21일 하지가 되면 페로 제도 사람들은 이곳에 올라 일몰을 감상하고 춤과 노래로 시간을 보내다가 몇 시간 뒤에 일출까지 보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산행 거리는 왕복 5~6km로 짧다. 하지만 날씨는 대체적으로 호의적이 아니다. 구름이 몰려와 봉우리를 뒤덮는 경우가 많고 비오는 날도 흔하다. 산행에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세 시간 정도 걸린다.
슬래타라틴두르를 오르기 위해 푸닌구르(Funningur)란 고즈넉한 마을을 지나 에이디스카르드 패스에 닿았다. 아스팔트 도로 옆에 주차장이 있었다. 주차장에서 펜스를 넘어 곧바로 급경사를 치고 오른다. 점차 고도를 높이자, 에이디 호수 건너편에 자리잡은 스트레이모이 섬의 할도르스비크(Haldorsvik)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한 시간 정도 경사를 치고 오르니 바위로 이뤄진 정상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20분 정도 걸어 정상으로 올랐다. 정상은 꽤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산 이름인 슬래타라틴두르란 말도 '평평한 정상'이란 의미라고 한다. 돌을 쌓아 바람을 피하는 대피소도 만들어 놓았다. 정상으로 오르면서 본 조망도 심상치 않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조망은 정말 차원이 달랐다. 연록색 옷을 입은 봉우리가 슬래타라틴두를 에워싸고, 드넓은 바다가 그 뒤에 배경이 되어 주었다. 아쉽게도 하늘에 구름이 많아 페로 제도 전체를 일견하지는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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