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 제도를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두 발로 걷는 하이킹이다. 트래라니파(Traelanipa)로 가는 길은 하이킹이라 할 것도 없는 무척 쉬운 트레일을 걷는다. 바가르(Vagar) 섬에 있는 트래라니파는 깍아지른 수직 절벽을 말한다. 해발 142m 높이의 이 절벽 위에 서면 건너편 절벽 위에 레이티스바튼(Leitisvatn) 혹은 쇠르바그스바튼(Sorvagsvatn)이라 부르는 호수가 보이고, 그 아래엔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이 풍경을 여기선 '바다 위 호수'라 소개하고 있다. 페로 제도를 대표하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로 어디서 보기 힘든 특이한 조합이라 내 눈에도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두 가지 호수 이름을 혼용해 쓰고 있어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웃한 마을들이 서로 자기네 호수라고 자기 동네 이름을 넣어 부르는 바람에 그리 되었다 한다.
트래라니파로 드는 기점은 미드바구르(Midvagur)란 마을에 있다. 길 가에 세워진 하얀 교회 옆으로 들어가 2~3분 차로 달리면 주차장에 닿는다. 트레일 입구에서 1인당 미화 30불에 해당하는 200DKK를 납부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호수를 오른쪽에 두고 쉬운 트레일을 걷는다. 트래라니파까진 편도 4km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도중에 초원에서 풀을 뜯는 하일랜드 소(Highland Cattle)와 양도 만났다. 날카롭게 솟은 절벽을 올라 트래라니파에 섰다. 드넓은 북대서양이 한 눈에 들어왔다. 호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정말 바다 위에 호수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바람이 드셌지만 망부석처럼 오랫동안 이 광경을 눈에 담았다. 절벽에서 내려와 호숫물이 바다로 떨어지는 지점으로 이동했다. 38m 낙차를 가진 이 작은 폭포는 뵈스달라포수르(Bosdalafossur)라 불린다. 폭포 너머론 게이투스코라드랑구르(Geituskorardrangur)란 이름의 촛대바위가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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