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스트레이모이(Streymoy) 섬에 있는 토르스하운(Torshavn)은 역사가 그리 짧지 않다. 우리가 바이킹이라 부르는 스칸디나비아인에 의해 서기 850년에 팅스(Tings)란 의회가 여기에 세워졌고, 그 때부터 수도로서 기능을 했으니 유럽에 있는 웬만한 도시보단 역사가 앞선다. 이름도 토르의 항구란 의미로, 토르가 들고다니던 망치가 이 도시의 문장에 쓰였다. 하지만 북해의 한 귀퉁이에서 교역과 어업에 의존해 살아왔고 인구도 크지 않아 도시 발전에는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다. 한 나라의 수도라 하지만 토르스하운은 볼거리가 많거나 오래된 도시로서 기품이 철철 넘치지는 않았다. 그나마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면 오랜 역사를 지닌 팅가네스(Tinganes) 지역의 아기자기한 목조 주택과 잔디 지붕, 알록달록하게 칠한 건물들, 좁은 골목길이 전부였다. 그래도 그런 요소들이 어우러진 골목길 풍경은 내 마음을 꽤나 두근거리게 했다. 발길 닿는대로 정처없이 좁은 골목길을 쏘다니고, 잔디가 무성하게 자란 지붕을 카메라에 담는 내내 가슴이 훈훈했으니 어느 정도 본전은 뽑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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