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요호 밸리 백패킹 ②

산에 들다 - 캐나다 로키

by 보리올 2013. 11. 6. 09:07

본문

 

텐트 위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깼다. 빗방울이 굵지는 않았지만 비가 내리면 텐트 밖으로 나가기가 좀 귀찮아진다. 그렇다고 텐트 안에서 마냥 죽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오전에 키웨티녹(Kiwetinok) 패스를 다녀오기로 했다. 패스에 올랐다가 어차피 캠핑장으로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비에 젖은 텐트는 그냥 두고 가기로 했다. 배낭 무게에서 텐트만 빠져도 그게 어딘가.

 

어제 건넜던 리틀 요호 계곡의 다리를 다시 건너 첫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빠진다. 빙하가 만든 모레인 지형을 꾸준히 거슬러 올랐다. 가끔 폭이 넓은 계류를 만나면 위, 아래를 뒤져 건너기 좋은 곳을 찾곤 했다. 캠핑장에서 키웨티녹 패스까지는 왕복 8km. 이 패스는 폴링거 산(Mt. Pollinger)과 커 산(Mt. Kerr) 사이에 있는 안부로 해발 2,450m 지점에 위치한다. 패스 동쪽으론 리틀 요호 밸리가 자리잡고 있고, 그 반대쪽으론 키웨티녹 밸리가 흘러내린다.

 

우리 왼쪽에 있는 봉우리 두 개의 이름이 좀 특이했다. 프레지던트 산(해발 3,138m)과 바이스 프레지던트 산(해발 3,066m). 우리 말로 하면 사장 산과 부사장 산이라 불리는데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이름을 지었을까? 1906년 캐나다 산악회(ACC)가 처음으로 결성되었고, 그 해 여기에서 창립 캠프를 열었다. 그 기념으로 인근 산에 캐나다 횡단 철도 부설에 공이 컸던 캐나다 태평양 철도회사(CPR)의 사장과 부사장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나중에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에 그 이름을 붙인 산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사람 이름 대신에 그들의 직책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굵은 빗줄기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구름을 보니 잠시 스쳐 지나가는 소나기다. 커다란 바위를 찾아 그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비가 그치자 다시 오르막 길로 들어섰다. 고도를 높일수록 시야가 트이며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패스 아래에 있는 호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곤 눈으로 덮힌 키웨티녹 패스로 올랐다. 젊은 친구들은 눈 위에서 달리고, 뒹굴고 난리다. 한여름인 7월 말에 이렇게 눈 위에서 뒹굴 수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요호 국립공원은 밴프(Banff)나 재스퍼(Jasper)에 비해 그 유명세는 좀 떨어지지만 산세의 웅장함이나 아름다움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필드(Field)라는 조그만 마을 외에는 공원 내 편의 시설도 없다. 알버타(Alberta)에 있는 국립공원과 비교하면 산길이 꽤나 한적한 편이다. 물론 타카카우 폭포나 에머랄드 호수의 유명세를 쫓아 차를 몰고 오는 관광객들은 제법 많다. 하지만 우리같이 백패킹에 나서면 관광객은 모두 사라지고 이렇게 청정무구한 대자연만이 우리 앞에 존재할 뿐이다.     

 

캠핑장으로 내려와 텐트를 거뒀다. 이젠 리틀 요호 밸리를 따라 내려선다. 트레일 주변에 여기저기 야생화가 피어 우리를 반긴다. 마폴(Marpole) 호수를 지나 트윈(Twin) 폭포로 향했다. 이 구간 3km는 대부분이 너덜지대였다.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로 엄청난 돌사태 지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트윈 폭포는 우리 시야에 들어오기도 전에 엄청난 천둥 소리와 물보라로 그 존재감를 표시하고 있었다. 물보라를 맞으며 그 앞에 서니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이런 낙차를 가진 폭포가 산속에 숨어 있다니 그저 놀랍기만 했다.

 

트윈 폭포 캠핑장은 트윈 폭포에서 1.5km 떨어져 있다. 평탄한 내리막 길이라 큰 어려움없이 캠핑장에 닿았다. 젊은 친구들은 힘든 기색도 없이 팔팔하기만 했다. 벌써 백패킹에 몸이 적응을 한 모양이다. 운행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 일찍 도착했더니 여유가 많았다. 훼일백 리지(Whaleback Ridge)로 돌아왔으면 좀 더 걸었을텐데 날씨가 궂어 바로 내려온 때문이었다. 백패킹에선 오늘처럼 하루 15km 정도 운행하는 것이 적당한 것 같다. 일찌감치 텐트를 치고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물이 너무 차서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