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둘러싸인 레벨스톡(Revelstoke)에서 이틀을 묵었다. 캐나다 로키에서 흘러내리는 컬럼비아 강이 마을을 지난다. 마을 뒤로 장벽처럼 우뚝 솟아 있는 산이 바로 마운트 레벨스톡(Mount Revelstoke, 1939m)이다. 1914년에 이 산을 중심으로 조그만 크기의 국립공원이 생겼다. BC주에 마운트 레벨스톡 국립공원이 탄생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운트 레벨스톡을 캐나다 로키에 속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산은 로키 산맥에 속하지 않는다. 로키 산맥에서 서쪽으로 한참 떨어진 설컥 산맥(Selkirk Mountains)에 있는 산이다. 산악 풍경이 장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여름철이면 정상부 인근에 야생화가 만발해 꽤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 게다가 메도우즈인더스카이 파크웨이(Meadows-in-the-Sky Parkway)라 불리는 공원도로를 타고 정상 부근까지 차를 가지고 오를 수 있다. 그 덕분에 정상부에서 출발하는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엔 이만한 곳도 드물다.

 

이 하이킹 또한 BC주 관광청에서 주관한 팸투어의 일환이라 관광청에서 배정한 현지 산악 가이드가 붙었다. 레벨스톡에서 가이드 차량을 이용해 정상부로 올랐다. 먼저 파이어타워(Firetower) 트레일을 타고 1927년에 세웠다는 산불감시초소로 올랐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곳은 사방으로 조망이 트이는지라 아름다운 산세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에바 호수(Eva Lake)로 가는 트레일로 이동했다. 성긴 숲과 초원이 나타났고 돌사태가 난 너덜지대도 지났다. 그리 힘들이지 않고 편도 6km를 걸어 에바 호수에 닿았다. 호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산 속에 자리잡은 고즈넉한 호수에 비친 산봉우리와 줄지어 선 나무들이 인상적이었다. 호수 옆에 나무로 지은 캐빈이 하나 있었다. 그 안에 비치된 방명록에 이름도 적었다. 산행 기점으로 나오다 왼쪽 사이드 트레일을 타고 밀러 호수(Miller Lake)에 들렀다. 에바 호수와 같이 한적한 호수라는 점 외엔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공원도로 26km를 오르면 정상부 주차장에 닿는다. 차로 1,600m나 고도를 올린다.

 

 

 

파이어타워 트레일을 걸어 정상에 있는 산불감시초소로 올랐다.

 

 

에바 호수로 가는 트레일을 걸었다.

 

 

 

고산 초원지대와 돌사태가 만든 너덜지대도 지났다.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뒤돌아보면 이런 멋진 산악 풍경도 만난다.

 

 

 

산 속에 호젓하게 자리잡은 에바 호수는 한없이 맑고 고요해서 좋았다.

 

에바 호수 건너편에 펼쳐진 산세가 제법 옹골차다.

 

 

한때 레인저가 사용했다는 캐빈 안에는 방명록이 비치되어 있었다.

 

 

 

트레일을 되돌아 나오다가 잠시 밀러 호수에도 들렀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오투레레 산장에서 에머랄드 호수(Emerald Lakes)와 레드 크레이터(Red Crater), 망가테포포 산장를 지나 화카파파 빌리지로 나가는 날이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 하늘이 맑아지길 빌었건만, 밤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더니 아침에도 변함이 없다. 레인저가 일기 예보를 업데이트 하기를 기다렸다. 오전 8시 직전에 새로운 일기 예보가 벽에 붙었다. 강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날씨야 하늘이 정하는 일인만큼 어쩔 수 없다 쳐도 내 운이 박한 것은 온전히 내 탓이다.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란 미련을 떨치고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는 것이 상책일 듯 했다. 비옷을 갖춰 입고 빗속으로 들어섰다. 바람도 제법 불었다. 금방 옷이 젖는 것 같아 카메라도 배낭에 집어 넣었다. 기분이 좀 울적했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빗속에 기기묘묘한 바위가 나타나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드 크레이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희한한 모양으로 굳은 것이다. 두 시간 가량 걸린다는 에머랄드 호수를 1시간 20분만에 도착했다. 흐릿하게 호수가 보였지만 몇 개인지는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웠다. 카메라를 꺼내 억지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당일 산행 코스로 꽤나 유명한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랙(Tongariro Alpine Crossing Track)을 만났다. 블루 호수(Blue Lake)로 가는 것은 이미 포기를 했기 때문에 휴식도 없이 바로 레드 크레이터로 오르기 시작했다. 푹푹 빠지는 모랫길이 나왔고 운무가 짙어 불과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도 엄청 불어 몸을 휘청거리게 만든다. 행여 크레이터 안으로 떨어지면 비명횡사할 판이라 최대한 바깥쪽으로 걸었다.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거센 비바람만 불어오는 상황이라 아무런 감흥도 없이 해발 1,868m의 레드 크레이터를 넘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상에선 가장 높은 지점인데 발길을 재촉하기 바빴다. 통가리로 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도 그냥 지나쳤고, 응가우루호에 산으로 가는 갈림길도 시선 한번 주는 것으로 그쳤다. 내리막을 꾸준히 걷자니 제법 많은 인원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중에 평상복 차림의 중국인 젊은이 예닐곱이 올라왔다. 관광을 온 것 같은데 이런 복장으로 비와 바람을 어찌 견디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세 시간 걸려 소다 스프링스(Soda Springs) 갈림길에 닿았다. 운무가 조금씩 걷히더니 햇살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풍경이 뛰어난 구간을 지나고 나서야 햇살이 들면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응가우루호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흘러내린 용암이 굳은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젖은 옷과 카메라를 말렸다. 이제서야 통가리로와 응가우루호에 산자락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정도도 고마울 뿐이었다.

 

계류를 따라 망가테포포 산장에 도착했다. 데크 위에 우비와 배낭 커버, 등산화를 널고 한 시간 반을 쉬었다. 레인저가 여기 묵을 거냐고 물어 예약을 하지 못 해 화카파파 빌리지로 나간다 했더니 침상에 여유가 있단다. 온라인으론 없던 자리가 현장에선 이처럼 나온다. 쿠키로 점심을 대신하고 산장을 나섰다. 정상을 잠깐 보여준 응가우루호에 산을 뒤로 하고 걷다 보니 눈 앞에 통가리로 최고봉인 루아페후 산이 빤히 보인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가 곧 끝난다는 의미다. 화카파파 마을을 20여 분 남겨놓고 개울에서 세수도 하고 발도 물에 담갔다. 화카파파 마을에 도착해 샤토 통가리로에 있는 바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무사 일주를 자축했다. 오늘 하루 21.3km를 걸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좀 길게 느껴지는 거리였다. 잘 걷는 사람이라면 전구간을 1 2일에 진행해도 될 것이라 판단이 섰다. 국립공원에서 추천하는 일정은 여유를 누리고 싶은 사람에게나 맞을 것 같았다.


오투레레 밸리는 화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랙을 만났지만 비바람은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에머랄드 호수 가운데 하나




짙은 운무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레드 크레이터를 올랐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반대편에서 올라왔다.



소다 스프링스를 지나면서 하늘이 조금씩 개기 시작했다.


응가우루호에 산이 거의 대부분 모습을 드러냈다.



날씨가 개면서 기분도 덩달아 좋아져 망가테포포 산장으로 하산하는 길이 즐거웠다.



산길에서 만난 헤더(Heather)와 커먼 마운틴 데이지(Common Mountain Daisy)


지의류에 해당하는 라이킨이 돌 위에 기묘한 그림을 그려 놓았다.



트레킹 끝자락에 응가우루호에 산과 루아페후 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멀리 화카파파 빌리지에 있는 샤토 통가리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통가리로 노던 서키트 시작점이면서 동시에 종착점인 표지판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7.10.12 14: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읽는내내 날씨가 좀만 더 일찍 개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산행 끝나기 전에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저도 저번에 산행하면서 느낀거지만 표지판에 걸리는 시간과 저희가 실질적으로 걷는 시간의 차이가 꽤 있습니다~

    • 보리올 2017.10.14 1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후에 비가 그쳐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 아니겠냐. 이정표에 표시된 시간은 너무 여유로운 일정이라 좀 줄여도 별 문제 없겠더라.



그런대로 괜찮을 것이라던 일기 예보가 아침이 되니 바뀌어 버렸다. 약한 비가 내린다 해서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산장을 나서니 하늘은 곧 비를 뿌릴 듯 잔뜩 찌푸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변을 감싸고 있는 봉우리도 모두 구름 속으로 자태를 감췄다. 와이호호누 산장에서 오투레레 산장까지 지도 상에는 7.5km, 3시간이라 적혀 있지만 산장 앞 이정표에는 8.1km, 3시간 45분으로 쓰여 있었다. 이 정도 오차면 꽤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오투레레 산장에 도착한 것은 와이호호누 산장을 출발한지 두 시간 뒤였다. 두 시간 걷고 하루 산행을 마무리하는 경우는 난생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망가테포포 산장이 만원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해도 좀 황당하긴 했다. 한 마디로 두 산장의 간격이 너무 가까웠다. 그럴 줄 알았더라면 어제 여기까지 와서 전체 일정을 1 2일에 끝낼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와이호호누 산장을 출발한 직후 능선을 넘기 위해 오르막을 탔다. 너도밤나무가 무성한 숲도 지났다. 일정에 여유가 있는지라 고개를 돌려 주변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지표에서 자라는 식생에도 눈길을 주려 애썼다. 조그만 개천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넜다. 응가우루호에 산의 남동쪽 사면을 걸었다. 작은 돌과 모래로 된 바닥 위에 누워 살아가는 식생들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화산 지형인데다 고도는 높고 날씨 또한 변화무쌍한 곳이니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퍽퍽할까. 오전 11시도 되기 전에 아무도 없는 산장에 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지만 구름에 가린 풍경 외에는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산장에 비치된 책을 읽으며 무료함을 달랬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름이 점점 짙어지더니 6시부턴 꽤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때문인지 레인저가 오지 않았고 자연 헛톡도 무산됐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와이호호누 산장 앞에 세워진 이정표를 살피고 나서 오투레레 산장으로 향했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풍경 또한 칙칙했다.




지표면에서 살아가는 야생초나 관목도 자연에선 소중한 존재다.


커다란 혹을 안고 살아가는 나무도 눈에 띄었다.


비치라 불리는 너무밤나무 숲을 지났다.


유속이 제법 빠른 와이호호누 스트림의 지류를 건넜다.


원형으로 군락을 지어 살아가는 이끼류



응가우루호에 산의 남동쪽 사면은 황량한 지형을 이루고 있었다.




땅바닥에 누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식생들도 있었다.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지형을 걸어 오투레레 산장에 닿았다.


26명이 묵을 수 있는 오투레레 산장은 시설이 좀 낡은 편이었다.


저녁 무렵부터 밤새도록 거센 빗줄기가 쏟아져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7.10.10 15: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김이 새는 일정인 것 같습니다~! 날씨도 시원찮고 남은 시간에 혼자서 뭐 하셨을까 상상해봅니다.

    • 보리올 2017.10.14 1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 날이 하루 있어도 좋을 것 같더니만 솔직히 너무 심심해서 혼났다. 산장에 비치된 책을 읽다가 낮잠도 자고 산장 주변을 배회하기도 했지.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의 케플러 트랙을 상징하는 키워드라 하면 럭스모어 산을 오르는 능선에서 바라보는 장쾌한 산악 풍경과 두 개의 커다란 호수, 그리고 터석(Tussock)과 비치(Beech)를 들지 않을 수 없다. 테아나우 호수를 내려다 보는 풍경과 능선을 뒤덮은 터석은 처음 이틀 동안 많이 보였고, 그 뒤론 마나포우리 호수(Lake Manapouri)를 보며 비치가 무성한 숲길을 걸어야 했다. 우리 말로 풀숲이라 불린다는 터석은 뉴질랜드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지만 뉴질랜드 남섬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식생이다. 특히 케플러 트랙에선 산악 풍경을 결정짓는 의미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각종 조류들이 그 안에서 서식하며 새끼를 부화한다고 한다.

 

아이리스 번 산장은 계곡으로 내려선 위치에 있어 장쾌한 산악 풍경은 볼 수가 없었다. 비치가 우거진 숲길을 걸어 마나포우리 호숫가에 있는 모투라우 산장(Moturau Hut)까지 16.2km를 걸어야 했다. 난 산장에서 하루 더 묵기 때문에 늦장을 부리다 길을 나섰다. 오늘 전구간을 끝내는 사람들은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을 한 뒤였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다. 폭우가 만든 산사태 지역이 나왔다. 여기선 빅 슬립(Big Slip)라 부르는 곳이다. 로키 포인트에서 오르막이 나왔지만 대체적으로 길은 평탄했다. 걷는 속도 또한 빨랐다. 로빈(Robin)이라 불리는 새 한 마리가 길에 내려앉아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이 녀석은 사람을 도통 무서워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은 사람이 반가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 접근에 놀라 달아나는 곤충을 사냥하기 위한 것이다. 자연에선 먹이를 구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네 시간을 걸어 마나포우리 호수를 처음으로 만났다. 산길 옆으로 거대한 호수가 나타난 것이다. 호수가 워낙 커서 파도 소리 또한 대단했다. 거기서 30분을 더 걸어 모투라우 산장에 도착했다. 길이 좋은 편이라 거리에 비해선 일찍 닿은 것이다.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낮잠도 한숨 잤다. 오후는 무척 여유롭게 보냈다. 카메라를 들고 몇 번인가 호숫가로 나가 홀로 어슬렁거리기도 했다. 시간이 무척 더디게 흘러갔다. 원래 이 호수 이름이 모투라우였는데 백인들이 잘 못 표기하는 바람에 마나포우리라 불린다고 한다. 한때 여기에 댐을 건설하려던 움직임을 무산시키곤 대신 200m 낙차를 이용해 호숫물로 발전을 하고는 지하 터널을 통해 바다로 내보낸다 한다. 모두 헛톡 시간에 레인저에게 들은 이야기다. 대낮부터 낮잠을 잔 탓인지 밤에 잠을 이루지 못 하고 꽤 오래 뒤척거려야 했다.


이정표엔 모투라우 산장까지 6시간 걸린다 적혀 있지만 실제는 4시간 반에 닿을 수 있었다.



너도밤나무라 불리는 비치가 많았던 산길엔 고사리도 많이 보였다.




빅 슬립이라 불리는 넓은 계곡을 지났다.



로빈 한 마리가 나타나 지나는 사람들 발길을 붙잡는다.



고즈넉한 숲길을 홀로 걷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길 옆으로 고사리가 많이 보이던 구간도 지났다. 오늘날 고사리는 뉴질랜드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숲길에서 벗어나 마나포우리 호수를 처음 만났다.


마나포우리 호숫가를 따라 다시 숲길을 걸었다.


모투라우 산장





여유롭게 마나포우리 호수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시절인연 2017.08.28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올 초 1월 내내 남섬에서 있었습니다.날씨가 생각보다 추웠고 비도 많이 왔습니다. 사진 보니 비온 날짜가 적은듯한데 언제부터 언제 까지 체류 하신건가요? 여기 댓글 다시 들어오는 방법도 자신없으니 010 9060 5582 폰으로 몇글자 부탁드립니다

    • 보리올 2017.08.28 2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국에 살지 않는지라 저도 전화로 문자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올해 2월 23일 퀸스타운으로 들어가 3월 13일 오클랜드에서 나왔습니다. 케플러 트랙에서 딱 하루 비를 맞았지만, 북섬에 있는 통가리로에선 며칠 계속해 비를 맞았습니다.

  2. Seattle 2017.08.29 0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댓글을 남겼섰는데 시애틀에 살고있는 저를 기억 하실런지 모르겠군요..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여전히 걷고 계시는군요. 정말 하이킹을 좋아하시는것 같습니다.
    하이킹을 왜?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하군요. 저도 하이킹을 좋아하는데 산장이나 텐트에서 자가면서
    계속 몇일씩 걷는건 힘들어서 마음먹었다가도 주저하게 되더군요. 2014년부터 여름방학 시작되면 식구모두
    유럽에가서 한달씩 걷고 오는데 2015년에는 텐트를 가지고 인스부르크에서 인터라켄까지 걸었습니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는 캠핑장이 좋아서 쉬는데 불편한점은 없었지만 무거운 가방과 했빛이 힘들더군요.
    거친자연 속에서 자가며 걷는 보리올님은 진짜 하이커란 생각이 드는군요.^^
    올여름은 가족이 이탈리아 친퀘 테레, 폼페이 베수비오 화산, 그리고 돌로미테를 걷고 왔습니다. 보리올님은 전에 벌써
    걸으셨을것 같군요. 주변에 요즘 JMT도 많이 걷던데 보리올님도 걸어 보셨는지요?
    지금도 어딘가를 걷거나 계획이 있으실듯 하군요.ㅎㅎ 항상 건강하시길요.^^

    • 보리올 2017.08.29 03: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당연히 기억하고 말구요. 오랜만입니다. 전 하이킹이 좋다는 것보단 자연에 안겨 보내는 시간을 무척 좋아합니다. 다행히 튼튼한 두 다리가 있어 어디라도 갈 수 있으니 행복한 사람이죠. 올해 유럽을 걷고 오셨군요. 저도 뚜르드 몽블랑과 돌로미테 지역에서 두 달을 보내고 며칠 전애 밴쿠버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캐나다 로키를 가려고요. JMT는 그리 어렵게 생각하진 않지만 아직입니다. 절 피해 도망가진 않을테니 언젠가 가겠죠.

  3. justin 2017.09.20 16: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아버지께서는 하루 더 산장에서 묵으셨어요? 마나포우리 호수가 있는 곳은 높이가 꽤 있을텐데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크네요!

    • 보리올 2017.09.24 04: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래 국립공원측에서 3박 4일 일정을 권하는 편이고 밀포드간 사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 그와 가능하면 동일하게 일정을 짰지.



테아나우 인근에 뉴질랜드가 자랑하는 밀포드 트랙과 루트번 트랙이 있다. 1908년 런던 스펙테이터(London Spectator)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소개된 밀포드 트랙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표현을 자랑스럽게 쓰고 있다. 난 그 표현에 동조하고픈 마음이 없다. 세계 여행을 하기 힘들었던 시절에 쓰여진 우물 안 개구리 식의 문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 매년 성수기엔 하루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3 4일의 일정에 따라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여야 한다. 그에 비해 장쾌한 산악 풍경을 자랑하는 루트번 트랙은 일정이 자유로운 편이고 양방향 통행도 가능하다. 케플러 트랙은 밀포드 트랙과 루트번 트랙을 섞어 놓은 듯한 풍경이라 보면 된다. 일정 자체도 루트번처럼 통제가 그리 심하지 않아 좋았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강풍에 비가 내린다고 했다.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태양이 떠올라 내심 예보가 틀리기를 바랬다. 오늘이 케플러 트랙에서 산악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구간이기 때문이다. 8시 조금 넘어 럭스모어 산장을 출발했다. 산길이 넓고 뚜렷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한 시간 가량은 바람이 좀 셌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산 아래로 테아나우 호수가 눈에 들어왔고 그 건너편으론 멀치슨 산맥(Murchison Mountains)이 버티고 있었다. 럭스모어 산(Mount Luxmore)으로 오르는 갈림길에 닿을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이 시속 80km가 넘는 바람에 실려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 능선을 걸을 때는 바람에 밀려 똑바로 걸을 수가 없었다. 배낭 무게까지 합하면 100kg이 넘을 텐데도 속수무책으로 밀린다. 가끔 돌풍이 몸을 때려 바닥에 주저앉거나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입에서 단내가 났다. 럭스모어 정상에 가려던 계획도 포기해야만 했다. 배낭 커버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말았다.

 

산에서 강풍을 처음 맞는 것도 아닌데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잠시라도 바람과 비를 피하려 포레스트 번(Forest Burn) 쉘터와 행잉 밸리(Hanging Valley) 쉘터를 기웃거렸지만 이미 만원이라 그냥 지나쳐야 했다. 쉬지 않고 걸은 후에야 비치가 우거진 숲으로 들어섰다. 비는 내렸지만 바람과는 작별할 수 있었다. 5시간 산행을 하고 나서야 아이리스 번 산장(Iris Burn Hut)에 도착했다. 오늘 걸은 거리는 14.6km. 침상부터 잡고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산장이 소란해졌다. 오후 들어 비가 그치고 햇살이 들면서 숲과 초원이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아이리스 번 폭포로 나들이를 갔다. 규모가 큰 폭포는 아니었지만 오고 가는 길이 예뻤다. 저녁 무렵엔 케아(Kea) 몇 마리가 산장을 찾았다. 뉴질랜드 산악 지역에 서식하는 앵무새로 배낭 지퍼를 열 정도로 영리한 녀석들이다. 관리가 허술한 배낭을 찾아 저녁 식사를 나온 듯 했다.


.

럭스모어 산장 근처에서 스토우트(Stoat)를 잡기 위한 덫을 발견했다.



아침 날씨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산행을 시작하니 강풍과 비가 몰려왔다.



누런 터석으로 뒤덮인 산길이 약간은 황량해 보였다.


산길 아래로 테아나우 호수와 멀치슨 산맥이 보였다.


해발 1,472m의 럭스모어 산 정상





초원 지대와 능선을 지나 럭스모어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바람이 너무 거세 30분이면 왕복한다는 럭스모어 정상을 포기했다.


포레스트 번 쉘터엔 이미 대피 중인 사람으로 만원이었다.



두 개 쉘터를 지나고 빗방울이 가늘어지자 시선에 여유가 생겼다. 무지개도 나타나 눈을 즐겁게 했다.



아이리스 번 산장에 짐을 풀고 폭포를 다녀왔다.


아이리스 번 산장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되는 레인저의 헛톡


알파인 앵무새인 케아는 영리하기 짝이 없어 방치된 배낭을 열기도 한다.



Posted by 보리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ustin 2017.09.18 15: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씨가 야속하게 하이라이트 구간에서 짖궂게 굴었네요~ 비가 얼마나 세차게 내렸으면 럭스모어 산 정상을 코 앞에 두고 가셨을까 생각해봤습니다!

    • 보리올 2017.09.24 04: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평소 정상이라면 어느 정도 욕심을 부리는 편인데 이 날은 그저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더구나. 지금도 럭스모어 정상에 가지 못 한 게 좀 아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