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마지막 날이 밝았다. 몽블랑 둘레를 엿새간 걷는 일정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느낌이다. 쾌청한 날씨 덕분에 그 섭섭함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트리앙을 벗어나 산으로 들었다. 발므 고개(Col de Balme)까진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지그재그 산길을 따라 꽤 지루하게 고도 900m를 올려야 했다. 그늘 속을 걸었던 숲길을 벗어나자 조망이 트이는 대신 땡볕은 피할 도리가 없었다. 능선 위로 발므 산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발 2,191m의 발므 고개가 멀지 않은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발목이 잡혀 다들 사진을 찍는다고 야단법석이다. 드디어 발므 고개에 올랐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건만, 사람들은 그보단 언덕배기에 올라 에귀뒤드루(Aiguille du Dru)와 몽블랑, 브레방, 샤모니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파노라마 풍경에 환호성을 질렀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으로 대미를 장식할 줄이야…… 이건 진정 축복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발므 고개에서 한 시간 정도 하산을 하면 미드 스테이션(Mid Station)이란 케이블카 탑승장이 나온다. 이곳 카페에서 커피나 맥주를 시켜놓고 점심으로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이런 영업점에서 외부 음식을 먹을 때는 사전에 허락을 구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무시해 주인과 마찰을 빚곤 한다. 어느 산장에선 한국인이라면 손사래를 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시 하산을 시작해 뚜르(Le Tour)까지 한 시간 가까이 걸었다. 뚜르에서 공식적인 산행을 모두 마치고 샤모니행 시내버스를 탄다. 하이파이브로, 때론 가벼운 허그로 서로 축하 인사를 나누곤 샤모니로 돌아왔다. 이렇게 우리는 뚜르 드 몽블랑 트레킹을 마쳤다. 계단 하나 없이 자연 그대로 이어놓은 산길도 부러웠고, 산봉우리과 계곡, 빙하,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린 알프스 산자락도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스위스 산골마을 트리앙을 출발해 마지막 일정을 시작했다.

 

 

 

 

발므 고개로 오르는 길은 좀 지루한 편이었다. 숲길을 벗어나자 조망이 트이며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기슭에 쌓인 눈이 아직도 녹지 않고 남아 있었다. 물줄기가 그 아래에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발므 고개의 스카이라인에서 가장 두드러진 존재는 단연 발므 산장이었다.

푸른 하늘과 대조를 이루는 빨간 창문이 눈에 띄었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을 의미하는 표지석을 지나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다.

 

발므 고개에 서면 몽블랑을 포함한 파노라마 조망이 눈 앞에 펼쳐진다.

 

 

에귀뒤드루는 샤모니 인근에선 꽤나 유명한 등반대상지다. 그랑 드루(Grand Dru, 3754m)와 프띠 드루(Petit Dru, 3733m)

란 두 뾰족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 왼쪽의 커다란 설봉이 에귀 베르트(Aiguille Verte, 4122m).

 

발므 고개에서 미드 스테이션으로 내려서는 중에 마주친 조망 또한 일품이었다.

 

 

 

미드 스테이션엔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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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11.16 1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아쉬울것 같아요! 그래도 발므 고개가 대미의 장식을 해줬네요~ 아버지 블로그만 오면 가야할 곳이 계속 생겨서 큰일났어요~

    • 보리올 2016.11.23 05: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기 소개한 모든 곳을 가야 한다는 부담은 버리거라. 이것으로 어느 정도 간접 체험을 하고 네 마음에 절실히 닿는 곳만 다녀와도 좋을 듯 하다.

 

밀포드 트랙의 최고점인 맥키논 패스(해발 1,154m)를 넘어가는 날이다. 가장 힘들지만 반면에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지나는 것이다. 밀포드 트랙의 하이라이트를 걷기에 부푼 마음으로 민타로 산장을 출발했다. 지그재그로 난 산길을 걸어 퀸틴 맥키논의 기념비가 있는 지점까지 두 시간을 꾸준히 올랐다. 밀포드 트랙을 걸으며 처음으로 숨이 차고 땀도 났다. 기념비가 있는 고개에 오르자, 앞뒤로 시야가 탁 트이며 시원한 산악 풍경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풍경이라는 것이 히말라야처럼 장쾌하지도 않았고 캐나다 로키처럼 아름답지도 않았다. 이것이 전부란 말인가? 듣던 것과는 달라 주변을 서성거렸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전부였다. 실제 맥키논 패스는 거기서 조금 더 가야 했다. 고도를 급격히 낮춰 퀸틴 쉘터에 도착하자, 서덜랜드 폭포(Sutherland Falls)로 가는 사이드 트레일 나왔다. 왕복 한 시간 반을 투자하면 낙차 580m의 거대한 폭포를 바로 눈 앞에서 볼 수가 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낙차가 큰 폭포라고 알려져 있다. 14km의 산길을 걸어 덤플링 산장(Dumpling Hut)에 도착함으로써 또 하루를 마감했다.

 

 

민타로 산장에서 맥키논 패스를 오르는 길은 줄곧 오르막이었지만 풍경은 점점 살아났다.

 

 

클린턴 밸리를 되돌아보며 맥키논 패스를 오르면 건너편 산악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퀸틴 맥키논의 기념비가 있는 고개로 오르면 밀포드 트랙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파노라마 풍경이 펼쳐진다.

 

 

밀포드 트랙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맥키논 패스에 닿았다.

악천후를 대비한 것인지 쉘터가 세워져 있었고, 그 안에서 물을 끓일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맥키논 패스를 넘어 반대편으로 고도 970m를 내려서야 했다.

 

 

로어링 번(Roaring Burn) 강에는 낙차가 크지 않은 아담한 폭포들이 계속해 나타났다.

퀸틴 쉘터에 도착하기 직전엔 린지 폭포(Lindsey Falls)도 만났다.

 

 

 

3단으로 구성된 서덜랜드 폭포는 낙차 580m를 자랑하는 거대한 폭포였다.

 

고도를 낮춰 계곡으로 내려서자 평화롭고 아름다운 산길이 다시 나타났다.

 

 

덤플링 산장에 도착해 예외 없이 레인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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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못난이지니 2016.04.09 2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단체셨나봐요? 제가 걸을때는 검은머리는 저 딱 하나여서 더 눈에 많이 띄었었는데... 그때가 그립습니다. 4일간의 여정이 그때는 많이 고단한 하루하루였지만 지나고 보니 꽤 기억이 납니다.^^

    • 보리올 2016.04.10 14: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래 전에 밀포드를 다녀오신 모양이군요. 요즘은 한국 사람들도 많이 찾습니다. 지니님은 오스트리아에 사시는군요. 아름다운 곳이죠. 저도 독일에서 5년을 살았는데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 독일어 잘 하냐고 묻더군요. 실은 저도 서바이벌 독일어였거든요.

  2. Justin 2016.04.28 1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아버지말마따나 3일째가 가장 볼거리도 많고 주변 경관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도 핸드폰과 디카 충전을 할 수 없어서 첫날, 이튿날 열심히 아껴놨다가 삼일째에 전력을 다해 찍어놓았습니다~!

    • 보리올 2016.04.29 05: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밀포드 트랙에선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지만 난 사실 실망을 금치 못 했다. 그래도 자연이 청정해서 힐링은 되었지만 말이다.

 

해발 657m의 검단산은 하남에 위치해 있다. 한강을 끼고 있어 해발에 비해선 산세가 꽤나 웅장한 편이다. 홀로 떨어져 있는 산세라 검단산 위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풍경이 뛰어나다. 동으로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가 내려다 보이고, 서로는 하남과 서울의 빼곡한 건물들이 겹쳐 보인다. 남으론 남한산성, 북으론 팔당댐 건너 예봉산이 자리잡고 있다. 새해 첫날에는 여기서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엄청 붐비는 산이기도 하다. 어느 해인가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안까지는 가지 못하고 검단산을 올랐던 기억이 났다.

 

밴쿠버에서 산행을 함께 했던 이도경 여사께서 초등학교 동창생 한 분을 불러내 함께 검단산을 걸었다. 애니메이션고에서 출발해 현충탑을 경유,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했다. 배낭을 메지 않은 사람도 많이 보였다. 서울 인근에 위치한 산이라 산길은 사람들로 붐볐다. 정상에 오르자, 정말 뛰어난 파노라마 풍경이 펼쳐진다. 하산은 산곡초등학교 방향으로 내려섰다. 이렇게 걸어도 7km 조금 넘는 거리라 부담이 없어 좋았다. 더구나 일행들의 산행 속도가 느려 천천히 걸으며 숲 속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산행을 마치는 지점에 장승이 세워져 있어 작별 인사를 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하남 시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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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드래곤포토 2014.10.30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외로 멋진곳이네요

 

시모어 산은 동계 산행지로 그만이다. 울퉁불퉁한 바위 산에 눈이 쌓이면 설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으며 오히려 여름보다도 오르기가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 발로 걸어 오르는 높이나 산행 거리도 그리 길지 않아 낮이 짧은 겨울 시즌에 4~5시간이면 산행을 끝낼 수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여름철 시모어의 모습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여름에는 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여름철에 시모어를 찾은 적이 한 번인가, 두 번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하얀 눈을 밟으러 시모어를 다시 찾았다. 봄으로 접어드는 3월이라 하지만 산에는 눈이 무진장 쌓여 있었다.

  

함께 산행에 나선 일행들이 열을 지어 마운트 시모어 트레일(Mount Seymour Trail)을 타고 줄곧 북으로 걸었다. 아직도 스노슈즈 착용은 기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간혹 허벅지까지 빠지는 상황을 감수해야 했다. 브록톤 포인트(Brockton Point)에 닿아 잠시 휴식을 취하곤 다시 제1(First Pump Peak)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1봉으로 가파르게 치고 오르는 코스도 있지만, 일행이 많을 경우는 안전을 고려해 뒤로 우회하는 코스를 택한다. 1봉에 오르자 사방으로 확 트인 파노라마 풍경이 나타나 우리 눈을 즐겁게 했다. 이 맛에 시모어를 자주 찾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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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6.06 04: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삽질 시범을 보여주시던 곳이네요...ㅎㅎ
    제겐 꿈도 꾸지 못할 풍경입니다...뭘 본게 있어야 꿈에 나오지 않겠어요...ㅠㅠ

    • 보리올 2014.06.06 09: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진을 열심히 보다 보면 언젠가 꿈을 꾸지 않겠습니까? 천천히 체력을 기르시고 그 뒤엔 하늘의 처분에 한번 맡겨 보시죠,

  2. 해인 2014.06.12 15: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여름에 시무어 산 다녀왔었는데! 등산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시무어 산 올라간 것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오빠랑 친구들이랑 같이 올라갔었는데~ 히히 검은 파리들한테 이리저리 쏘여서 산행한 다음에 간지러워서 혼나는 줄 알았어요...

    • 보리올 2014.06.12 16: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빠 따라서 여름에 시모어를 올랐다고? 나도 한두 번밖에 다녀오지 못했는데 의외구나. 블랙 프라이에게 곤역을 치뤘던 모양이지? 여름엔 모기, 블랙 프라이 각오해야지.

 

 

이 트레일은 클루어니 국립공원에서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우선 자기 체력에 맞추어 킹스 쓰론 서크(King’s Throne Cirque)까지만 가도 되고, 체력에 문제가 없으면 킹스 쓰론 서미트(King’s Throne Summit)에 올라도 좋다. 어느 곳이라도 그 위에서 보는 캐슬린 호수의 모습과 탁 트인 조망이 이름답다 소문이 났다. 산행 기점은 우리가 묵었던 캐슬린 호수 쉘터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코튼우드(Cottonwood) 트레일도 여기서 출발한다. 점심으로 베이글과 계란, 에너지 바를 배낭에 넣고 산행에 나섰다.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해 곧 비를 쏟을 것 같은 날씨였다. 일단 킹스 쓰론 서크까지 올라가 거기서 킹스 쓰론 서미트를 갈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처음엔 캐슬린 호수를 따라 옛 마차길을 걸었다. 중간에 갈림길 두 개가 나오는데 모두 왼쪽을 택하면 된다. 산길엔 가을색이 완연했다. 밴쿠버에서는 이런 가을색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유콘의 가을은 완연히 달랐다. 코튼우드(Cottonwood)도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조금 더 고도를 높이자 숲에서 벗어나면서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했다. 바위가 잘게 쪼개진 낙석지대가 나타난 것이다. 지그재그로 난 길은 미끄러웠고 샛길도 많았다.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그리 굵지 않아 맞을만 했다. 캐슬린 호수가 우리 눈 앞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날씨가 궂은 것이 좀 아쉬웠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자켓을 꺼내 입었다.

 

킹스 쓰론 서크에 도착했다. 해발 고도는 1,442m. 여기까진 등반고도 548m에 왕복 10km, 4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 서크라 하면 산으로 둘러싸인 원형 분지를 일컫는데, 이곳 산중턱에 있는 원형 분지가 왕이 앉는 의자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캐슬린 호수의 풍경도 이름다웠다. 킹스 쓰론 써미트도 그리 험봉은 아니었다. 캐나다 로키나 밴쿠버 산에 비해 산세가 그리 위압적이지 않아 별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서미트까지 오르지 않기로 했다. 빗길에 왕복 6km의 리지 등반을 해야 하고, 구름 속에 갇혀 있는 정상에 올라가도 파노라마 풍경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비가 그칠 기미가 없어 하산을 재촉했다. 비록 가을비가 내리긴 했지만 붉게, 노랗게 물든 가을 산색에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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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식전당포 2014.02.27 0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익하게 얻어 갑니다~^^

  2. 설록차 2014.03.04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의 독점이네요...환희에 찬 남자와 개고생인 불쌍한 멍멍이를 빼면요...
    단풍이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오나 봅니다...멋~진 풍경, 멋~진 사진이에요...^^*

    • 보리올 2014.03.04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 외에는 산길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캐슬린 호숫가에 텐트를 쳤던 저 젊은이 외에는 말이죠. 그런데 저 강아지 표정이 매우 밝았었습니다. 주인보다 산에 오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고생은 아니지요. 다음엔 강아지 표정까지 잡아 보아야겠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