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와인에 대해 들은 적은 없지만 의외로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야 와인 전문가는 아니지만 평소 와인에 관심은 많이 쏟는 편이라 피란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비파바 밸리(Vipava Valley)를 찾았다. 유명하진 않지만 슬로베니아 와인산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피란에서 멀지 않은 이유도 한몫했다. 이 지역엔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가 17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와이너리는 낮시간이면 예약없이도 방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오너가 대부분 와이너리에 기거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레파 비다(Lepa Vida)란 와이너리를 가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그 날따라 문을 닫았다. 거기서 멀지 않은 틸리아(Tilia) 와이너리로 변경을 했다. 1996년에 오픈한 와이너리로 이 또한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예약도 않고 찾아갔더니 사무실이나 시음장엔 아무도 없었다. 난감해하는 우리를 보곤 포도밭에서 일하던 인부가 전화로 주인장을 불러주었다. 마티야스(Matjaž Lemut)란 주인장이 달려와 인사를 건넨다. 먼저 포도밭으로 이동했다. 피노 그리(Pinot Gris)와 피노 누아(Pinot Noir), 메를로 순으로 포도를 재배한다고 했다. 와인 제조 설비와 저장고를 둘러보고 오크통이 쌓여있는 시음장으로 이동해 더 많은 설명을 들었다. 스위스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와인 공부를 했다고 한다. 와인을 만드는 것이 행복하다는 소리에 약간은 부럽단 생각도 들었다. 틸리아 와이너리의 상징인 린덴나무가 그려진 그림 속에 자신의 얼굴이 있으니 찾아보라고도 했다. 시음장에서 레드 두 종류와 화이트 세 종류를 시음했다. 그 중에서 와이프 입맛에 맞는 와인 두 병을 샀다. 시음으로 금세 얼굴이 붉어져 한참을 쉰 다음에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틸리아 와이너리 초입에 도착하니 린덴 나무를 그린 입간판이 우릴 맞았다.

 

현대 장식과는 거리가 먼 시음장 입구가 마음에 들었다.

 

 

 

 

세 종류의 포도를 주로 재배하는 포도밭은 수확이 끝나 한가롭게 보였다.

 

 

 

 

포도를 수확해 파쇄하고 압착하는 과정을 통해 포도주스를 얻는 설비를 살펴보았다.

 

 

 

와인은 보통 오크통에 담겨 저장고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다.

 

슬로베니아의 독립을 상징하는 린덴나무가 틸리아 와이너리의 심볼로 자리잡았다.

린덴나무 그림 속에는 주인장 얼굴이 숨어있다.

 

 

 

 

 

화려하거나 현대적이 아닌 시음장이 오히려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모두 다섯 종의 와인을 시음하며 모처럼 와인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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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싹세싹 2019.12.24 1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이런데서 마시는 와인은 어떤 맛일지 참 궁금하네요~! 시중에 파는 와인이랑 비교불가겠죠 ㅋㅋ

    • 보리올 2019.12.24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직접 생산한 와인을 와이너리 시음장에서 마시면 기분이 업되는 것은 사실이죠. 여러 가지 와인을 비교하며 맛보는 시간이 좋답니다. 맛은 더 특별나지는 않지만요.

  2. 건축창고 2019.12.24 12: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
    와인을 이렇게 보는건 처음인데 신기하네요!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 보리올 2019.12.24 17: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현재 외국에 체류 중이라 오늘 처음으로 성탄 인사를 받네요. 건축창고님도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제 여행하시면서 와인 테이스팅할 기회가 있으면 꼭 다녀오세요. 후기도 부탁드리고요.

  3. 투자를좋아하는지구별여행자 2019.12.24 14: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지만 고즈넉한 와이너리네요!^^

 

미국 북서부에 있는 다섯 개 주를 한 바퀴 도는 로드트립에 나섰다. 두 쌍의 부부와 함께 움직였는데, 연로하신 부부가 있어 그 분들 컨디션에 맞춰 진행을 해야 했다. 캐나다와 미국 국경을 통과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컬럼비아 강(Columbia River) 유역에 있는 조지(George)란 마을이었다. 워싱턴 주에 있는 조지란 지명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워싱턴을 생각나게 했다. 나중에 그 유래를 살펴 보았더니 역시 조지 워싱턴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특이한 지명을 가진 곳으로 꼽힌다. 이 마을이 유명한 이유는 1985년에 개장한 야외 콘서트장(Gorge Amphitheatre)이 있어서다. 잔디밭에 앉아 콘서트를 감상할 수 있는데, 무려 27,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해서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콘서트가 열리기에는 시즌이 좀 일렀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콘서트장 가운데 하나로 월스트리트 저널이 꼽았다 해서 더욱 그랬다.

 

매년 여름 사스쿼치 음악제(Sasquatsch Music Festival)가 열리면서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자연적인 지형을 제대로 활용한 예가 아닌가 싶었다. 야외 콘서트장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무슨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지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안내 요원이 가르켜준 대로 콘서트장이 내려다 보이는 벼랑 위로 올랐다. 음악도, 사람도 없는 황량한 분위기라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조지가 자랑하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미국 건국일인 7 4일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체리 파이를 만드는 행사가 열린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파이를 나눠준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이런 행사를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기획력이 돋보이는 마을이었다. 우리가 오른 벼랑 바로 옆에 케이브 비 에스테이트 와이너리(Cave B Estate Winery)가 있었다. 포도밭이 펼쳐진 계곡에서 숙박시설도 운영하고 있었다. 테이스팅 룸에서 레드 와인인 케이브맨 레드(Caveman Red)를 두 병 시켰다. 레이블도 멋졌지만 기격에 비해 맛도 훌륭했다. 이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레드와인인 듯 했다.

 

262번 도로를 타고 오 설리번 댐을 지나 좌회전해서 블라이스 호수(Blythe Lake)를 찾아갔다. 컬럼비아 야생동물 보호구(Columbia National Wildlife Refuge) 안에 있는 이곳은 흔히 드럼헬러 채널스(Drumheller Channels)라 불리는 지형으로 유명하다. 드럼헬러 채널스는 컬럼비아 고원 내에 세월이 만든 여러 갈래의 물줄기를 일컫는데, 현무암 절벽과 협곡, 호수가 어우러져 있다. 오랜 기간 화산과 빙하가 세월과 엮어 만든 작품이다. 빙하기가 끝날 무렵 빙하가 녹은 물이 수 차레 대규모 범람을 일으켜 침식시킨 지형이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풍경이 그리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진 않았으나 다양한 지형을 지녔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브라이스 호수를 따라 좀 걷고는 발길을 돌렸다. 262번 도로를 타고 오셀로(Othello)로 향하다가 언덕 위에 넓게 자리잡은 유채밭을 발견했다. 오랜 만에 노란꽃 앞에 서서 행복한 표정으로 포즈를 잡아 보았다.

 

 

 

 

 

워싱턴 주의 작은 마을, 조지를 유명하게 만든 야외 콘서트장을 벼랑 위에서 내려다 보았다.

 

 

 

 

 

 

 

케이브 비 에스테이트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시음하는 기회도 가졌다.

 

 

 

 

 

컬럼비아 야생동물 보호구 안에 있는 드럼헬러 채널스는 화산, 빙하, 빙하 녹은 물이 만든 대표적인 침식 지형이다.

블라이스 호수 주변을 30여 분 거닐며 분위기를 느껴 보았다.

 

 

오셀로로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유채밭에서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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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03.09 1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싱턴주 저런 곳이 있었다니! 저도 몰랐네요~ 미국도 가볼 곳이 넘넘 많은 것 같아요~ 저렇게 드넓은 유채밭도 보기 드문 것 같아요. 제주도는 조그마한 유채밭도 돈 내고 사진 찍으라는 세상인데 너무 틀리네요!

    • 보리올 2017.03.10 16: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행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풍경을 만나는 우연도 있지 않겠냐. 이 유채밭만 해도 그렇고. 세상 참으로 넓다는 것이 실감나지.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나파 밸리(Napa Valley)를 가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좀 일찍 빠져 나왔다. 애초엔 이곳을 갈 것이라 생각조차 못 했는데 와인 산지로 유명한 곳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캘리포니아의 여름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계속되고 햇볕도 무척 강하다. 한 마디로 일조량이 풍부해 포도 재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나파 밸리에는 수백 개의 와이너리가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 나파와 소노마(Sonoma)엔 유명 와이너리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1976년에 실시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나파 밸리의 와인들이 프랑스의 유명 와인들을 물리치며 전세계 와인업게를 놀라게 한 사건 이후로 나파 밸리 와인에 대한 평가는 무척 높아졌다. 난 와인 매니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와인에 해박한 것도 아니지만 와인에 대한 관심은 많은 편이다.

 

포도 수확이 모두 끝난 포도밭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겨울철은 새로 만든 와인을 시음하기 딱 좋은 시기였다. 또한 미슐랭 스타를 자랑하는 레스토랑들은 자기들 메뉴에 걸맞는 새로운 와인을 찾기에 바빠질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방문을 환영하는 와이너리들은 많지 않았다. 모두 문을 닫고 겨울잠에 빠진 듯 했다. 와이너리 정문에서, 또는 철조망 밖에서 포도밭을 들여다 보는 것이 전부였다. 몇 개의 와이너리를 거쳐 나파 밸리의 대표 주자인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Robert Mondavi Winery)에 도착했다. 밖에서 보는 건물 외관도 훌륭했지만 격조있는 실내 장식도 우리 눈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예약도 없이 무턱대고 방문한 까닭에 와이너리 투어는 할 수가 없었다. 와인 만드는 현장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와이너리를 구경하며 여기 있다는 자체만으로 마음은 즐거웠다.

 

 

 

121번 도로로 올라가다가 소노마 밸리에 속하는 비안사(Viansa) 와이너리를 만났다.

구릉 위에 넓게 펼쳐진 포도밭엔 적막이 감돌았다.

 

 

스파클링 와인으로 유명한 도메인 카르네로스(Domaine Carneros)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나파 밸리를 상징하는 포도밭 한 가운데 환영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29번 도로를 타고 오크빌에 있는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로 가다가 만난 욘트빌(Yountville) 마을.

조그만 시골 마을이지만 미슐랭이 인정한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이 있는 곳이다.

 

 

 

 

 

 

 

 

 

 

1966년에 설립되어 캘리포니아 와인의 인지도를 세계적으로 높여놓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건물 외관이나 인테리어 모두 상당한 격조를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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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07.20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파밸리 와이너리에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이 기대됩니다!

    • 보리올 2016.07.20 14: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9월이면 수확을 할테니 지금 포도알이 한창 영글고 있겠네. 오카나간 밸리도 포도원이 많으니 나중에 거기에서 기분 한번 내보자.

 

인스턴트 미역국에 가는 면을 넣어 따끈한 수프를 끓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을 수 있다니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너무 사치스럽단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바게트에 버터를 발라 먹는 것보단 속이 든든했고 돈도 적게 들었다. 알베르게를 나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산티아고 성당 앞을 지나는데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어놓은 것이 아닌가.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제단 장식이 다른 성당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 제단에 있는 산티아고 상은 그렇다 쳐도 그 아래에 대문 모양의 장식은 무엇이고, 왼쪽 제단에 있는 저 신기한 문양은 또 뭐란 말인가. 외계인이 만든 디자인이 이럴까 싶었다.

 

로그로뇨는 대도시답게 도심을 빠져나오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외곽에 있는 공장지대를 지나는데 동녘에서 해가 떠오른다. 붉은 햇살이 공장 건물을 비추는 가운데 서서히 도시를 벗어났다. 커다란 저수지를 만났고 거기서 먹이를 찾아 이른 아침부터 밖으로 나온 청설모와 인사를 나눴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는 순례길 주변엔 온통 포도밭 천지였다. 와인 산지에 들어섰음을 진즉에 알 수 있었다. 고가다리를 건너 나바레테(Navarrete)에 닿았다. 고대부터 도기를 만든 도시답게 아순시온(Asuncion) 성당 옆에는 도공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성당에서 11번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성당 안에 들어가 내부를 살펴보았다. 화려한 제단 장식이 먼저 눈에 띄었다.

 

벤토사(Ventosa)에서 점심을 먹었다. 카페에 들러 보카딜료스(Bocadillos)를 시켰는데 엄청 큰 바게트 안에 하몽과 치즈가 들어 있었다. 너무 뻑뻑해 맥주가 없었더라면 먹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포도밭은 계속되었다. 수확이 끝난 곳도 있었고 아직 포도송이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곳도 있었다. 와인을 담그려면 이미 수확을 마쳤어야 할텐데 아직 수확을 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설마 여기서 아이스 와인을 만들 생각은 아니겠지. 배고픈 순례자들이 포도밭에 손을 대는 것 같았다. 내 앞을 걷던 부부도 수시로 포도밭을 드나들었고, 어떤 사람은 비닐 봉지에 한 가득 포도를 따서는 손에 들고 가기도 했다. 달콤한 포도 과즙을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였지만 주인 허락이 없는 이상 포도밭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오후라 그런지 몸이 나른했다. 나헤라(Najera)까지 기껏 10km 남짓한 거린데 가도가도 끝이 없는 것 같았다. 햇볕은 따가운데 바람은 의외로 차다. 하루 종일 자켓을 벗을 수가 없었다. 나헤라로 내려서기 전에 멀리 데만다(Demanda) 산맥이 눈에 들어왔다. 해발 2,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도열해 있었다. 가장 높은 봉우리라는 해발 2,262m의 산 로렌쏘(San Lorenzo)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나헤라는 꽤 현대화된 도시로 보였다. 산 밀란(San Millan)에 있는 수도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 그곳으로 가는 대중교통이 있나 알아봤지만 버스편은 없었다. 그렇다고 택시로 다녀오기엔 부담이 컸다. 나헤라에서 하룻밤 묵을 계획을 바꿔 좀더 가기로 했다.

 

나헤리야(Najerilla) 강을 건너 절벽 아래 있는 마을로 향했다. 고풍스런 골목을 지나 산타 마리아 라 레알 수도원에 도착했다. 4유로의 입장료를 받는 것까진 좋은데 여기도 시에스타를 하는지 오후 4시에 다시 문을 연다고 적혀 있었다. 절벽에 있는 동굴과 연결된 수도원은 가르시아 3세를 비롯한 왕족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 했지만 오후 4시까지 기다릴 순 없었다. 거기서 6km를 더 가면 나온다는 아쏘프라(Azofra)까지도 꽤나 지루하게 걸었다. 오후 5시를 알리는 교회 종소리를 들으며 아쏘프라에 들어섰다.

 

아쏘프라는 그리 크진 않았지만 알베르게는 아주 훌륭했다. 2인실로 되어 있는 방도 좋았고, 깨끗한 시설도 마음에 들었다. 사람도 많지 않았다. 같은 방을 쓰는 스페인 친구 호르헤(Jorge)와 인사를 나눴다. 감기 기운이 있다고 침낭 안에 들어가 나오질 않는다. 와인을 반주 삼아 밥과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식당에서 한국인 부부를 만나 인사를 나눴다. 부부가 모두 대전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큰 마음 먹고 휴가를 맞춰 함께 순례를 하고 있었다. 대전에서 병원을 하는 친구 이름을 댔더니 잘 알고 있다고 해서 세상 참 좁다 했다. 셋이 와인을 나눠 마시다가 식당으로 나온 호르헤와 일본인 요코까지 가세해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로그로뇨의 산티아고 성당이 아침 일찍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로그로뇨 외곽 공장지대를 지나는데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수지 주변의 나무숲으로 청설모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나섰다.

 

 

포도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나바레테로 들어섰다.

 

나바레테 초입에서 만난 돈 하코보(Don Jacobo) 와이너리 광고판에 산티아고가 576km 남았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나바레테의 아순시온 성당. 제단 장식이 아주 훌륭했다.

 

 

나바레테를 벗어난 곳에 세워진 공동묘지.

13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정문은 나바레테 초입에 있던 순례자 병원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벤토사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시켜 점심으로 먹었다.

 

벤토사를 빠져나오는데 순례자 석상을 올려놓은 특이한 이정표를 만났다.

 

지자체마다 이정표 관리가 제멋대로라 이정표 상의 거리 표시 또한 혼란스러웠다. 나바레테를 들어서면서 산티아고가

576km가 남았다는 표식을 보았는데 10km를 더 걸은 지점에서 이번엔 592km 남았다는 표식이 나왔다.

 

 

포도밭이 연이어 나타났고 가끔은 와이너리도 보였다.

 

포요 데 롤단(Poyo de Roldan)은 롤랑이 던진 돌이란 의미다.

이 지역에 살던 골리앗의 후손 페라구트(Ferragut)를 물리치기 위해 샤를마뉴 대제가 기사들을 보냈지만

번번히 실패한 끝에 롤랑(Roland)을 보내 페라구트를 죽였다는 전설이 어린 곳이다.

 

 

 

 

나헤리야 강을 건너 절벽 아래에 형성된 나헤라 구시가로 들어섰다.

 

 

 

산타 마리아 라 레알 수도원은 문을 닫아 바깥만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포도밭에 물을 대기 위한 관개시설이 잘 되어 있는 아쏘프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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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돌이 2015.11.26 16: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독일 지나는데 포도밭이 노랗게 물들었더니,,, 가을입니다
    여긴 첫눈이 폭설로 왔습니다
    엄지발그락 저녁에 많이 주물르면 피로회복이 빠릅니다
    할 수 있으면 물 따끈하게 데워서 복숭아뼈까기 채우고 알콜 조금 넣고 족탕?
    건승을 빕니다

    • 보리올 2015.11.26 17: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국에 오늘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은 접했습니다. 폭설이 아니길 빕니다. 오래 걸은 발의 피로를 푸는 쉬운 요법이 있었군요. 다음에 꼭 시도를 해봐야겠네요.

  2. 스페니 2015.11.27 06: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기다리며 잘 읽고있습니다
    여러분야에 해박하신것같아 부럽습니다~^^

    • 보리올 2015.11.27 0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렇게 격려의 말씀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블로그를 찾아와 주시기만 해도 고마운데 말입니다. 해박한 것은 아니고 그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3. Justin 2015.12.31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페인에도 큰 산들이 많은가봅니다. 유럽에 알프스산맥 빼고는 아는 산들이 거의 전무해서 스페인에 그런 큰 산들이 있는줄 몰랐습니다.

    • 보리올 2015.12.31 16: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페인과 프랑스 경계를 이루는 피레네 산맥엔 제법 높은 산이 많지. 최고봉은 3,400m가 넘고.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 내가 걸은 프랑스 길은 산을 세 개 넘는데 가장 높은 지점은 1,500m 정도 되더구나.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고.

 

아침 8시를 훌쩍 넘겨 눈을 떴다. 늦잠을 잔 것이다. 부리나케 출발 준비를 마쳤다. 시카고에서 온 마가렛과 함께 알베르게를 나서게 되었다. 길을 가면서 아침 먹을 곳을 찾자고 해서 따라 나섰는데 에스테야(Estella)를 지날 때까지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지 못해 결국은 아침을 굶었다. 먹은만큼 간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끼니를 챙겨 먹었는데 오늘은 뜻하지 않게 아침을 건너뛴 것이다. 에스테야는 8월 첫째주에 축제를 여는데 여기서도 소몰이 행사를 한다고 한다. 물론 팜플로나에 비해선 유명세는 많이 떨어지지만 말이다. 마가렛은 자전거를 끌고 가다가 내리막이 나오면 먼저 타고 가곤 했다. 그래도 곧 따라잡을 수 있었다. 60대 후반의 나이에 왜 혼자 왔냐고 물었더니 남편은 태국에서 골프에 반쯤 미쳐 산다고 했다. 시카고에서 자전거를 좀 탔다곤 했지만 내가 보기엔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도 못한 것 같았다.

 

에스테야 외곽에서 이라체(Irache) 와이너리로 우회하는 길로 들어섰다. 거기엔 순례자를 위해 와인과 물이 나오는 두 개의 수도꼭지를 준비해 놓았는데 이것이 순례길의 명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길로 걷는다. 물통에 와인을 조금 담아 두세 모금 마셨다. 이렇게 소비되는 양도 꽤 많을텐데 돈보다는 순례자를 우선으로 하는 배려가 고마웠다. 어떤 사람은 와인 병을 가져와 병이 넘치게 받아갔다. 히피 차림의 한 젊은이는 2리터 콜라병에 와인을 가득 담더니 그 현장을 찍는 CCTV 카메라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고마움을 욕으로 갚는 식이라 눈쌀이 절로 찌푸려졌다.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와인 박물관도 잠시 둘러보았다.

 

이라체를 벗어날 즈음 도로 옆으로 캠핑장 시설이 나타나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땅 위에 텐트를 친 모습은 볼 수가 없었고 몇 명이 쓸 수 있는 방갈로가 죽 늘어서 있었다. 어린이 놀이터도 있고 각종 스포츠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유독 많았다. 카페테리아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하나는 계란 스크램블이, 다른 하나는 하몽과 치즈가 들어간 보카타(Bocata)를 시키고 맥주 한잔도 주문했다. 아침을 굶었다는 핑계로 와이너리에서 아침부터 와인을 마시고 이제는 맥주까지 마셨으니 술 기운으로 순례길을 걷는 셈이다.

 

앞에서 혼자 걷던 제이슨을 만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일에서 잠시 쉬고 있다는 그는 본래 시애틀에서 알래스카를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화물선 선장이라 했다. 집도 밴쿠버에서 30분이면 닿는 벨링햄에 있단다. 국가는 다르지만 서로 가까운 곳에 산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친해졌다. 더구나 여행과 사진을 좋아한다니 취미도 둘이 비슷하지 않은가. 바에서 와인 한잔 사겠다고 나를 잡아 끌었다. 이러다가 진짜 술에 취해 걸을까 싶어 와인은 사양하고 애플 파이를 하나 시켰다.

 

비야마요르(Villamayor) 뒤로는 야트마한 산 위에 몬하르딘(Monjardin) 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얼마 전에 KBS 2TV <영상앨범 산>에서 방영한 산티아고 순례길 2부작에 나온 성이 바로 여긴 모양이구나 싶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후배 이상은이 몬하르딘 성에 올라 멋진 풍경을 보여준 적이 있어 나도 올라가고는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길을 걷다보니 순례길에서 벗어나 산 정상까지 올라갈 마음은 나지 않았다. 아래에서 보는 풍경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길 양쪽으론 황토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새로 씨를 뿌리려는지 농기계가 열심히 땅을 고르고 있었다. 포도밭도 눈에 많이 띄었다.

 

예상보다 이른 시각에 로스 아르코스(Los Arcos)에 도착했다. 6유로를 받는 무니시팔 알베르게에 들었다. 한국인들이 엄청 많았다. 알베르게 정원이 70명인데 누구 말로는 그 중 1/3이 한국인이라 했다. 너무 연약하게 큰다고 걱정을 했던 젊은이들이 많은 것을 보곤 우리 나라 국운이 피려나 하는 기대도 갖게 되었다. 부엌에선 한국 젋은이들이 파스타를 만들고 있었다. 나에게도 함께 저녁을 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그러마 했다. 나중에 보니 재료를 구입한 비용을 각자 나누는 방식이었다. 2~3유로면 한 끼가 해결되는 모양인데 그냥 5유로를 주었다. 그래도 밖에서 먹는 것보단 훨씬 싸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긴 처음인데 괜찮은 방법 같아 보였다.

 

 

서둘러 알베르게를 나섰더니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을에서 보는 일출이라 그런지 감동은 크지 않았다.

 

알베르게부터 한 시간 가량 동행이 되어준 마가렛. 자전거로 순례를 하는데 하루 운행거리가 내 걷는 거리와 비슷했다.

 

 

 

 

에스테야도 제법 큰 도시였지만 식당을 찾는데 정신이 팔려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지나치고 말았다.

 

에스테야의 어느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문구. 바스크 지역의 독립 열기를 대변하는 듯 했다.

 

 

 

이라체 와이너리에는 무료로 물과 와인을 받을 수 있는 수도꼭지가 설치되어 있어 순례길의 명물이 되었다.

 

 

 

이라체 와인 박물관. 조그만 공간에 125년의 역사를 담았다.

 

 

도로에 인접한 캠핑장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텐트보다는 방갈로가 주를 이뤘다.

 

 

캠핑장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으로 먹은 샌드위치

 

미국 워싱턴 주 벨링햄에서 온 제이슨은 화물선 선장이라 배를 만드는 회사에 다녔던 나와는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비야마요르를 지나면서 저 위에 있는 몬하르딘 성을 갈까말까 망설임이 좀 있었다.

 

 

 

 

붉은 색깔의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 나바라 지역은 황량하면서도 한편으론 아름다워 보였다.

 

 

꽤 이른 시각에 로스 아르코스에 도착했건만 먼저 온 사람들이 대낮부터 광장에서 맥주와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알베르게에서 한국 젊은이들과 어울려 파스타로 저녁을 해결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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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5.12.16 2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인과 물을 공짜로 주는 주인장의 인심이 후하네요. 5일차는 아침밥을 거르셨지만 술의 힘으로 걸으셨겠어요.

    • 보리올 2015.12.17 0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라체 와이너리는 이제 순례길의 명물이 된 듯 하더구나. 순례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많이 심어주었지. 종교적인 소신이 없으면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2. 제시카 2016.04.15 18: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과의 소소한 대화들도 재밌게 들리네요~ 조용한 길을 둘이서 얘기하면서 걷고, 또 다음날은 다른사람과 걷고. 나름 매력이있네요~~ 친구사귀는것도 늘겠어요 ㅎㅎㅎ

    • 보리올 2016.04.16 0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 막내에게 딱 어울리는 매력적인 곳이야. 이 길에 선 사람들은 모두 오픈 마인드라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거나 친구가 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