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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들다 - 밴쿠버

[밴쿠버 산행] 이글 피크 & 딜리-댈리 피크

 

 

번젠 호수(Buntzen Lake) 동쪽에 위치한 이글 리지(Eagle Ridge)에 해발 1,280m의 이글 피크(Eagle Peak)와 그보다 조금 낮은 1,250m 높이의 딜리-댈리 피크(Dilly-Dally Peak)가 서로 인접해 있어 두 봉우리를 연달아 오르고자 홀로 산행에 나섰다. 이글 리지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능선으로 이글 피크는 이글 리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어떤 사람은 이글 피크를 마운트 뷰티풀(Mount Beautiful)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아름답다는 단어를 쓴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실제 이글 피크 정상에도 마운트 뷰티풀이라 적은 표식이 많았다. 이글 피크가 있는 능선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진 파노라마 조망이 아주 훌륭하다. 리지 동쪽으론 코퀴틀람 호수(Coquitlam Lake), 서쪽으론 인디언 암(Indian Arm)을 조망할 수 있다.

 

번젠 호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호수 동쪽의 파워하우스 로드(Powerhouse Road)를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스완 폭포(Swan Falls)가 보인다. 곧 크릭을 지나 오른쪽으로 급히 방향을 꺾으면 스완 폭포 트레일의 기점에 닿는다. 이글 리지로 오르는 산길은 상당히 급한 경사를 가지고 있었다. 30분쯤 치고 오르면 로워 폭포에 닿는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급경사를 두 시간 가까이 오르면 이글 리지 상의 스완 폭포 정션(Swan Falls Junction)에 닿는다. 여기서 이글 피크 정상은 오른쪽 능선을 타고 10여 분 가면 된다.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었다. 다시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20분 가면 딜리-댈리 피크에 닿는다. 딜리-댈리란 미적거리다, 꾸물거리다란 의미가 있으니 여유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딜리-댈리 패스로 내려서 크록커 룩아웃(Croker Lookout) 갈림길을 지나 번젠 호수로 내려섰다. 이 루프로 한 바퀴 도는데 22.6km9시간이 소요되었다. 도로를 걸어 산행 기점까지 오가는 거리가 꽤 되었다. 등반고도는 1,150m에 이른다.

 

하산 길에 한 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거의 다 내려와 파워하우스 로드에 닿기 직전의 임도에서 베리를 따먹던 곰 한 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배를 채우던 이 녀석도 갑작스러운 내 출현에 놀란 표정이었다. 홀로 산행에 나섰는데 곰과 20m 떨어진 거리에서 1:1로 대치하다니 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 곰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행여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이유를 알리고 싶었다. 베어 스프레이(Bear Spray)를 꺼내 한 손에 쥐고 천천히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한데 곰도 내 방향으로 계속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곰이 달려들거나 적의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등을 보이고 냅다 도망칠 수도 없는 일이라 100여 미터 뒷걸음을 치다가 오른쪽 숲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덩치가 큰 나무 뒤에 숨어 15분 숨을 죽이고 있다가 길로 나오니 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십년 감수한 느낌이었다.

 

파워하우스 도로를 한 시간 이상 걸어 스완 폭포로 오르는 산행 기점에 도착했다.

 

급경사 오르막 길을 걸어 로워 폭포 상단으로 올라섰다.

 

산길 옆에서 보라색꽃을 피운 다기탈리스(Foxglove)와 괴상한 형상을 한 버섯을 발견했다.

 

종아리가 퍽퍽해질 무렵에 이글 리지에 있는 스완 폭포 정션에 닿았다.

 

스완 폭포 정션에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이며 멋진 조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발 1,280m의 이글 피크에 올랐다.

 

이글 피크 정상에서 리지 양쪽으로 펼쳐진 파노라마 풍경을 만나 눈이 시원했다 .

 

이글 리지 능선을 걸어 어렵지 않게 딜리-댈리 피크에  도착했다.

 

딜리-댈리 피크 역시 이글 피크와 비슷한 파노라마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하산길에 만난 흑곰 한 마리가 내 쪽으로 계속해 다가와 가슴을 졸였던 순간이 있었다.

 

곰과의 대치 상황에서 벗어나 번젠 호수에 닿으면서 마음이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