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프리트 와이너리(Zorgvliet Wine Estate)에 있는 컨트리 로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였지만 쾌적한 분위기에 숙소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포도원을 한 바퀴 돌아보려고 산책에 나섰다. 푸른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낮게 깔린 아침 햇살은 포도밭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와이너리에서 키우는 말 두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포도밭 한 켠에 둥지를 튼 새는 내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 후다닥 날아올랐다. 멀리 도망가지도 않은 채 주변을 돌며 시끄럽게 울기에 수풀을 들쳤더니 알을 품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다급한 마음의 모성애가 느껴져 급히 자리를 떴다. 전반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포도원 풍경이 너무나 정겹고 푸근했다. 레스토랑으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하고 숙소 체크아웃을 했다. 이른 시각이었지만 외따로 떨어진 곳에 있는 시음장으로 향했다. 와이너리에 묵는 손님들에겐 무료 시음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레드 와인으론 카베르네 소비뇽과 말벡이, 화이트 와인으론 소비뇽 블랑이 제공되었고 로제 와인도 한 종이 나왔다. 아침에 마시는 와인이라 그런지 솔직히 맛을 느끼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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