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쪽에서 바라보는 브뤼겐(Bryggen) 풍경도 일품이지만, 브뤼겐 안쪽으로 들어서 좁은 골목길을 걷는 것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내가 원래 골목길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사진 찍을 소재가 넘쳐난다고나 할까. 역사와 전통이 서린 브뤼겐의 골목길이라면 하루 종일 머물러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워낙 규모가 작은 구역이라 한두 시간을 보내니 더 이상 헤멜 곳이 없었다. 좁은 골목길 한 켠에 있는 허름한 창고에선 과거 14세기에 뤼벡(Luebeck)에서 온 독일 상인이 로포텐(Lofoten)의 노르웨이 어부를 만나 말린 대구를 구입하곤 곡물이나 소금, 직물로 그 대금을 지불하는 모습을 머릿속에서 그려볼 수 있었다. 노르웨이산 대구에서 얻은 오일을 수출해 유럽의 많은 집들이 등불을 밝힐 수 있었던 것도 대부분 브뤼겐을 통한 교역 덕분이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한자 동맹이 쇠락해가고 몇 차례 화재와 건물의 노후로 인해 브뤼겐의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았으나, 1950년대 이후 보존의 길을 걷게 되어 오늘날 이렇게 멋진 문화재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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