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브뤼겐(Bryggen)과 트르겟 어시장(Torget Fish Market), 플뢰옌 전망대까지 둘러보았으니 중요한 숙제는 마친 셈이다. 이제부턴 행선지를 내 두 다리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발길 닿는대로 걸었단 이야기다. 가장 먼저 간 곳이 릴레 룽게고드스바네트(Lille Lungegardsvannet)란 도심 속 호수였다. 베르겐 시립 공원으로 크기는 5 에이커에 둘레가 700m에 이르는 크지 않은 호수였다. 하지만 공원 외곽으론 고색창연한 분위기의 건물, 즉 베르겐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 기차역이 포진하고 있고, 플레옌 산 아래엔 다채로운 색깔의 주택들이 늘어서 있어 나름 눈이 즐거웠다. 발걸음을 남서쪽으로 돌렸더니 언덕배기에 성 요한 교회(Johanneskirken)가 우뚝 솟아 위용을 자랑한다. 신고딕 양식으로 1894년에 지은 교회로 붉은 벽돌을 써서 다른 교회완 대비를 이뤘다. 높이 61m에 690명을 수용할 수 있어 베르겐에선 가장 큰 교회라 한다. 안을 들여다 보았지만 특별히 시선을 끄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교회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 베르겐 도심으로 내려오는 길에 어느 골목에서 길거리 벽화를 몇 점 만났다. 그래피티의 수준이 제법 괜찮았다. 예전에는 시당국에서 길거리 예술과 맞서 싸우다가 이제는 그것을 수용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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