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시청사의 길 건너편에 있는 티볼리 정원(Tivoli Gardens)은 눈길 한 번 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티볼리 정원은 예전에 자주 방문했던 곳이라 굳이 들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기 때문이다. 사실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 놓은 것은 맞지만 현재는 놀이 공원이 주된 역할이고 고급 레스토랑이 많아 흥미가 없었다. 그냥 입장하는데만 미화 20불이고, 놀이기구를 포함하면 무려 60불을 내야 한다. 그 옆에 있는 글립토테크 미술관(Ny Carlsberg Glyptotek)에 들렀다. 칼스버그 맥주의 창업주 아들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그리스와 로마, 이집트 등 지중해 지역의 조각품이 많다고 한다. 이곳도 역시 안으로 들어가진 않고 뒤뜰에 전시된 조각품 몇 점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프랑스 유명 조각가인 로뎅(Auguste Rodin)의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이 세워져 있어 이게 웬 횡재인가 했다.
발걸음을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Christiansborg Palace)으로 옮겼다. 슬로츠홀멘(Slotsholmen) 섬 안에 있는 궁전으로 사방이 운하로 둘러싸여 꽤 운치가 있는 명소다. 덴마크 의회가 여기에 있고 궁전에선 종종 왕실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먼저 발길이 향한 곳은 전쟁박물관(Danish War Museum)이었다. 1500년대부터 현재까지 일어났던 전쟁에 관한 자료와 무기변천사를 보여주는 전시물을 가지고 있다. 왕립도서관(Royal Library)의 외관만 눈으로 훑곤 바로 정원으로 들어섰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정원도 물론 아름답지만 고풍스런 건물과 나무, 연못과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까지 서로 어울려 그림같은 풍경을 선사했다. 마냥 벤치에 앉아 정원 분위기를 만끽해도 좋을 듯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을 찾았다. 이 궁전은 1794년과 1884년에 발생한 화재로 1928년에 세 번째로 완공한 것이다. 프레데릭 7세(Frederick VII)가 1863년까지 왕궁으로 사용하고는 더 이상 왕이 거주하진 않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이 궁전에 덴마크 의회와 총리 집무실, 대법원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중심인 3권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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