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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 <14>

산에 들다 - 히말라야

by 보리올 2013. 3. 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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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십튼 패스를 오를 때보다야 부담이 한결 덜했지만 어쨌든 오늘도 십튼 패스를 올라야 한다. 전에 비해 눈이 많이 녹았다. 하지만 강한 햇빛이 내리 쬐는 날씨에 눈 위를 걷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선크림을 바르고 선글라스까지 걸쳤지만 살이 익는 듯한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마칼루 하이 베이스 캠프까지 올랐던 몸이라 하더라도 해발 4,170m의 십튼 패스를 넘는 일은 여전히 힘이 들었다.

 

점심을 먹기로 했던 콩마에 텐트를 쳤다. 하루 일정을 일찍 마감한 것이다. 십튼 패스를 넘으며 지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모두들 얼굴에 화색이 돌고 여유만만해졌다. 술 한 잔하는 사람들, 텐트에서 낮잠을 자는 사람들. 쉬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포터들도 일찌감치 도박판을 벌였다. 나도 매점에서 럭시 한 잔을 사서 마셨더니 얼굴이 붉으죽죽해졌다. 맥주 가격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며 고도를 낮추고 있음을 실감했다. 당말에서 600루피 받던 병맥주 한 병이 여기선 300루피를 받는다.

 

이태리에서 왔다는 리카르도를 콩마에서 만났다. 포터 세 명을 고용해 이곳까지 올라왔다. 이태리 어디 사냐고 물었더니 메스너가 사는 알프스 지역에서 왔단다. 리카르도에게 럭시 한 잔을 사주었다. 고추장 찍은 멸치를 안주로 건네주었더니 무척 신기해 하며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이 친구 네팔을 여행한다면서 럭시를 처음으로 마신단다. 저녁도 우리 일행과 어울려 한국식으로 먹었다. 럭시에 이어 김치, 된장국까지 먹었으니 위가 놀란만한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뭔 일이 일어날 것이라 기대했던 내가 오히려 무색해졌다.

 

물통을 가지러 텐트로 갔다. 끓는 물 넣은 물통을 침낭 속에 넣으면 그 열기로 추위를 모르고 하룻밤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잠시 누워 쉰다는 것이 깜빡 잠이 들어 버렸다. 술 기운이 올라 주체를 하지 못한 모양이다. 다시 밖으로 나왔더니 리카르도도 텐트로 돌아갔고 매점도 한산했다. 양치와 고양이 세수를 하면서 잠시 머리를 감을까 고민을 했지만 아직도 고도가 3,530m라 하루 더 참기로 했다. 뜨거운 물을 받아 텐트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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