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으로 이동하는 양과 염소들 울음 소리에 잠을 깼다. 푸릇푸릇 돋아나는 풀을 찾아 본격적으로 산에 드는 시기인 모양이다. 하긴 벌써 5월이니 고산지대인 히말라야도 봄이라 부를 수 있겠다. 고소 적응에 대한 걱정이 없으니 다들 발걸음이 가볍다.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잠시 걸음을 멈추면 내 앞을 걷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내 시야에서 사라지곤 했다. 그만큼 하산에 스피드가 붙었다. 산을 오를 때는 타시가온에서 콩마까지 하루 종일 걸었지만 그 길을 역으로 내려갈 때는 불과 두세 시간 걸었던 것 같다.

  

타시가온에 들어서기 직전, 산에서 내려오는 계류에 머리를 감았다. 이 얼마만에 때빼고 광내는 것인가. 2주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았는데도 별다른 불편이 없었다. 이제 머리까지 감았으니 우리 입장에선 문명으로의 귀환이라 할만했다. 머리 감는 행위 하나에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아니한가. 타시가온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먹었다. 우리를 반기는 꼬마들이 있어서 좋았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한 무리의 트레커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루크라로 라운드 트레킹을 한다며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해발 고도를 낮춰 2,000m 아래로 내려왔더니 서늘했던 고지대가 그리울 정도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쬔다. 무더위에 녹아날 지경이다. 무더운 날씨를 싫어하는 나에겐 또 다시 인고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는 곳이었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그런 것은 그림의 떡일터. 카트만두에 가서 배 터지게 먹자고 스스로를 달래 본다. 한 대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후미로 도착했다.

 

오늘 야영지는 세두아. 저녁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 쾌적했다. 저녁으론 닭도리탕이 나왔다. 김인식 회장께서 닭을 7마리 사서 일행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나도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 맥주 10병을 쐈다. 사실은 한 대장이 은근히 눈치를 주긴 했지만서도. 누가 양주를 꺼내와 폭탄주가 한 순배 돌았다. 우리 술 파티를 시샘하듯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축축한 텐트 안에서 또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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