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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슈잉] 요호 국립공원 오하라 호수 ②

산에 들다 - 캐나다 로키

by 보리올 2014. 1. 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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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가 새벽부터 난롯불을 피운다,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설쳐대서 새벽 6시도 되기 전에 모두들 일어났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어 수면은 충분히 취한 듯 했다. 우리도 아침 준비에 들어갔다. 아침 식사는 내가 준비한다. 설렁탕 면을 끓이면서 거기에 누룽지와 떡점을 넣어 함께 끓였다. 간단한 아침 식사로는 안성마춤이었다. 누룽지의 고소한 맛에 떡점의 질감, 따끈한 국물까지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안 회장이 점심에 먹을 베이글 샌드위치도 준비했다.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고 열량도 충분해 자주 이용하는 점심 메뉴다.

 

스노슈잉에 나섰다. 먼저 오하라 호수를 한 바퀴 돌고나서 오파빈 호수(Opabin Lake)까지 갔다가 올 생각이었다. 레인저 사무실 밖에 걸어놓은 온도계부터 확인을 했다. 현재 기온은 영하 6. 눈발이 조금 날리긴 했지만 그리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레인저 사무실 뒤로 돌아 오하라 호수를 만났다. 석 달만에 다시 보는 것이다. 호수도, 호수를 싸고 있는 봉우리들도 모두 하얗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 오하라 호수의 비취색 물빛이 사라진 탓에 가을에 보았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사방이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지만 눈의 양은 그렇게 많다고는 할 수가 없었다. 예전이라면 호수 위에 최소한 1m 가 넘는 눈이 쌓였을텐데 우리가 걸은 곳은 대부분 20cm 내외였다. 여기도 밴쿠버처럼 눈이 적게 내린 것이다. 하지만 스노슈잉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호수 가장자리엔 바람에 날린 눈이 쌓여 제법 깊었다. 시계 방향으로 오하라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흩날리는 눈발에 봉우리들이 모습을 감추었다 다시 얼굴을 내밀곤 한다. 오하라 호수를 감싸고 있는 봉우리들의 진면목을 볼 수가 없어 유감이었다. 그래도 오하라 호수의 아름다움을 모두 감추진 못했다. 호숫가에 자리잡은 로지도 눈을 뒤집어 쓴 채 겨울을 나고 있었다. 호수와 로지, 산봉우리가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호수를 도는 중간에 오파빈 호수를 가려 했지만 길이 분명치 않았고 어림짐작으로 눈을 치고 올랐더니 눈에 빠지는 깊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산기슭엔 호수보단 눈이 훨씬 많이 쌓여 있었다. 여기서 눈과 실강이를 하느니 산장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맥아더 호수(Lake McArthur)를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3시간을 눈 위에서 보내고 산장으로 돌아왔다. 꺼진 난롯불도 다시 피웠다. 아침에 준비한 베이글 샌드위치를 꺼내 따뜻한 커피를 겯들여 점심을 해결했다. 실내가 훈훈해지면서 다들 식곤증이 몰려오는 모양이었다. 두 양반은 침낭 속으로 들어가 낮잠을 청한다. 나만 홀로 난로 앞에 우두커니 앉아 유리창 밖으로 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혼자서 즐기는 겨울철 로키 풍경에 절로 심취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깊은 산속에 외롭게 자리잡은 산장에서 이렇게 홀로 깨어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이리 좋다니 나도 자유로운 영혼에 속하나 싶었다.

 

정오가 넘어 오후 산행 준비를 서둘렀다. 아침에 비해 눈발이 거세졌다. 오하라 호수를 감싸고 있는 봉우리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날씨가 춥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맥아더 호수로 향했다. 예전에 걸었던 산길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어림짐작으로 가거나 스키어들이 만들어 놓은 트랙을 따라야 한다. 맥아더 호수로 가는 방향이나 지형을 익히 알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쉐퍼 호수(Shaeffer Lake)까진 잘 올라갔다.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났지만 어제보단 쉽게 올랐다. 호수를 돌아 맥아더 호수로 오르는 길로 들어섰다. 스키 트랙을 따랐지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고는 바로 뒤돌아섰다. 맥아더 호수 방향으로 길을 내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곳도 쉽진 않았다. 여기도 스노슈즈가 무릎 이상 눈에 빠지는 상황이었다. 루트를 바꿔 몇 번을 시도하다가 여기서 돌아서기로 했다. 쉐퍼 호수로 내려와 호수 위를 걷는데 우리 발 아래에서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쨍하고 두 번이나 났다. 걸음을 빨리해 호수 밖으로 빠져 나왔다.

 

다시 산장으로 돌아왔다. 오전에 3시간, 오후에 3시간이면 겨울철 하루 스노슈잉으로는 충분했다. 이른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 메뉴는 간단한 짜장밥. 나만 맛있게 먹고 다른 사람들은 잘 먹지를 않는다. 입에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따로 누룽지를 끓여 먹겠다 한다. 백패킹까지 와서 이렇게 입이 까다로우면 어쩌나 싶었다. 5시가 조금 넘어 저녁 식사를 마쳤다. 젊은이 셋은 아침에 산장을 떠났고 새로 들어온 사람이 없으니 오늘 저녁은 우리만 묵는다. 훨씬 자유롭고 여유로운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7시가 되지 않아 일행들이 잠자리에 든다. 또 나만 홀로 남았다. 천장에 있는 가스등이 그리 밝지 않아 헤드랜턴을 키고 책을 읽었다. 산장엔 20여 권의 책이 비치되어 있었다. 이렇게 호젓한 시간이 나는 좋았다. 다음엔 혼자 와서 고독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간은 족히 독서를 한 모양이다. 9시가 조금 넘어 나도 침낭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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