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구간은 트레킹 팀에선 일정상 건너뛰었기 때문에 그 일정을 모두 끝내고 친구들과 셋이 남아 따로 보충한 구간이다. 시간순으론 좀 어긋나지만 구간을 쭉 이어서 걷는다는 개념으로 적어 본다.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West Highland Way)는 전통적으로 남에서 북으로 걷는다. 처음엔 평탄한 곳을 걷다가 점점 산악 지형으로 들어서 스코틀랜드, 아니 영국에서 가장 높은 벤 네비스(Ben Nevis)를 만나면 끝이난다. 하지만 거꾸로 걷는다고 해서 어떤 제약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트레일이 지나는 마을엔 대개 숙소가 있어 침대와 식사를 제공하지만, 여름철 성수기에는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도 이 구간에서 하룻밤 묵으려 했던 로워데난(Rowardennan)에 숙소를 구하지 못 해 결국은 중간 지점인 발마하(Balmaha)에 있는 숙소를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발마하를 지나 로워데난까지 걷고는 택시를 불러 발마하로 되돌아왔으며, 그 다음 날 역시 택시를 타고 로워데난으로 이동했다.
현지 대행사 대표인 존(Jon)의 차량을 이용해 드리먼으로 움직였다. A811 도로 상에 있는 2구간 시작점에 닿았다. 다행히 날씨는 쾌청했다. 조금 덥지 않나 싶었지만 걷기엔 더 없이 좋았다. 오늘 우리가 걸을 거리는 22.5km. 펜스를 지나 초원을 걸었다. 셋이서 단출하게 움직이니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라 부담이 없었다. 비록 호텔에 묵긴 하지만 짐 서비스는 받지 않기로 해서 60리터 배낭이3일간 사용할 용품으로 꽉 찼다. 그래도 어깨를 짓누를 정도는 아니었다. 멀리 보이던 코닉힐(Conic Hill, 361m)이 점점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봉긋한 모양새가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정상부는 꽤나 가파르게 올라야 해서 숨이 찼다. 코닉힐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근사했다. 먼저 올라온 사람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맘껏 조망을 즐기고 있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로몬드 호수(Loch Lomond)와 그 주변을 감싼 산세까지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코닉힐에서 내려오다가 그늘에서 점심을 먹었다. 미지(Midge)라 불리는 깔따구가 어찌나 많은지 두 손으로 열심히 관현악단을 지휘하며 샌드위치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곧 로크 로몬드 & 트로삭스(Lock Lomond & Trossachs)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가 있는 발마하에 도착했다. 이 마을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우리가 묵을 오크 트리 인(Oak Tree Inn)에서 잠시 휴식을 하곤 로몬드 호수를 끼고 계속 북으로 걸었다. 잔잔한 호수에 요트와 보트가 한가롭게 떠있었고, 호수를 따라 캠핑장 몇 개가 연달아 나타났다. 오늘 구간을 끝내는 로워데난에 4시까지 택시를 오라 했는데, 우리가 너무 여유를 부린건지 아니면 시간 계산을 잘 못한건지 4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더니 한국에 영어를 가르치는 조카가 있다는 말로 쿨하게 넘어간다. 숙소인 오크 트리 인에서 시원한 생맥주부터 들이켰다. 저녁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피시앤칩스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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