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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 4일차 (인버라난 ~ 브리지 오브 오키 구간)

산에 들다 - 유럽

by 보리올 2022. 10. 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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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버스 인(The Drovers Inn)에서의 하룻밤은 별일없이 조용하게 지나갔다. 소문처럼 귀신도, 유령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 32km를 걸어야 하는 구간이라 출발을 서둘렀다. 조식 대신 숙소에서 샌드위치와 음료를 준비해주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주룩주룩 비가 내려 우비를 꺼내 입어야 했다.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는 워낙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일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바람이 강하고 수시로 구름이 몰려와 소나기를 뿌리기 때문에 어떤 날은 하루에 4계절을 모두 경험하기도 한다. 악명이 높은 일기 변화를 피해 5월에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를 걷는 사람이 많다. 보통 5월은 날씨가 푹하고 비 내릴 확율이 적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날씨를 확언할 수 있겠는가. 일기불순도 트레킹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산길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완만한 사면을 트래버스하거나 성긴 나무 숲을 지났다. 주변이 푸르름으로 가득해 비 맞으며 걷는 우리를 위로하는 듯했다.

 

보통은 인버라난에서 틴드럼(Tyndrum)까지 19.5km를 하루 구간으로 끊는다. 우리는 하루를 줄여 7일에 전체 구간을 걷기 때문에 틴드럼을 지나 브리지 오브 오키(Bridge of Orchy)까지 가기로 했다. A82 도로와 철로를 따라 흐르는 팔로크 강(River Falloch)을 왼쪽에 두고 걸었다. 폐허로 변한 농가와 강 위에 놓인 다리를 지났고, 곧 철로와 A82 도로도 건넜다. 길이 넓어졌다. 18세기에 군사도로로 쓰였던 곳이 지금은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로 변한 것이다. 주변 풍경이 비구름에 가려 희미한 것이 조금 아쉽긴 했다. 삼거리에서 크리안라리크(Crianlarich)는 오른쪽으로 빠지고 우리는 왼쪽으로 꺽어 숲으로 들어섰다. 서서히 고도를 낮추더니 A82 도로를 건넜다가 다시 돌아왔다. 파인 트리 레져 파크(Pine Tree Leisure Park)를 지나니 곧 틴드럼이 나왔다. 점심을 샌드위치로 준비했지만 비 맞으며 먹기도 그래서 틴드럼에 있는 호텔 식당에서 따뜻한 음식을 주문했다.

 

틴드럼에서 옛 군사도로를 따라 계속 걸었다. 널찍하고 평탄한 길이라 부담이 없었다. 우리 시야에 또 다른 먼로인 베인 도라인(Beinn Dorain, 1076m)이 들어와 공연히 마음이 들떴다. 베인 도라인은 브리지 오브 오키가 그리 멀지 않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발걸음이 가벼워지자, 비도 서서히 그치면서 파란 하늘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베인 도라인 기슭의 초원에 방목 중인 양 떼가 겁없이 우리 옆을 지나쳤고, 그토록 만나기 어려웠던 하일랜드 소(Highland Cattle)도 무리지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왜 머리털이 눈을 가리도록 진화했는지 궁금증이 일었지만 답변을 해줄 사람이 없으니 그냥 가슴에 묻을 수밖에. 철로를 건너 옛 기차역을 지나니 A82 도로가 나왔고, 그 건너편에 브리지 오브 오키 호텔과 조그만 교회가 나타났다.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시켜 무사히 32km를 걸은 것을 자축했다.

 

빗방물을 맞으며 인버라난을 출발해 팔로크 강을 따라 걷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팔로크 강이 조그만 폭포를 하나 만들었다.

 

과거엔 농장이었을 폐가가 길가에 방치되어 있다.

 

성긴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는 산길엔 푸르름이 가득했다.

 

철로 아래를 지나는 터널에서 비를 피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옛 군사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산자락을 조망하고 솔방울을 만져보는 시간을 가졌다.

 

계곡 아래로 내려서 틴드럼으로 다가서고 있다.

 

틴드럼에 도착해 호텔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수프와 햄버거를 주문해 점심을 해결했다.

 

브리지 오브 오키 직전에 있는 옛 군사도로에서 베인 도라인의 웅자를 만났다.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던 양과 하일랜드 소

 

스코틀랜드 먼로에 해당하는 베인 도라인의 우아한 모습

 

브리지 오브 오키에 가까워지자 비가 그치면서 푸른 하늘이 비쳤다.

 

브리지 오브 오키 호텔에 도착해 맥주부터 한 잔씩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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