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아이슬란드 여행도 종착점을 향해 달린다. 링로드를 벗어나 아이슬란드 서쪽 권역인 웨스트 아이슬란드(West Iceland)로 들어섰다. 스내펠스네스(Snaefellsnes) 반도의 북쪽 해안에 위치한 스티키스홀무르(Stykissholmur)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과거엔 중요한 무역항으로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어업과 관광업이 주된 산업이다. 비록 인구는 1,200명이라 해도 스내펠스네스 반도에선 가장 큰 도시다. 전성기를 누렸던 19세기에 지은 목조 건물이 아직도 남아 관광객을 부른다. 바닷가에 도열한 건물도, 항구에 떠있는 어선도 원색의 색채감을 잘 살린 덕분일 것이다. 여기서 발두르(Baldur)라 불리는 페리를 타고 웨스트피오르즈(Westfjords)로 갈 수도 있다. 헐리우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의 아이슬란드 로케이션이 몇 군데 있는데 여기도 그 중의 하나다.
먼저 캠핑장에 체크인을 하곤 걸어서 도심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스티키스홀름스키르캬(Stykkisholmskirkja)였다. 욘 하랄드손(Jon Haraldsson)의 설계로 1990년에 완공되었다. 배를 모티브로 하고 외관을 하얀색으로 칠한, 꽤나 현대적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늦어 교회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어선 몇 척이 쉬고 있는 항구를 지나 수간디세이(Sugandisey) 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래는 섬이었는데 지금은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거센 파도와 차가운 북풍으로부터 항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했다. 현무암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섬이란 것도 신기했고, 꼭대기에 빨간 칠을 한 등대가 외로이 섬을 지키는 모습도 유별났다. 계단을 타고 등대로 올랐다. 섬을 한 바퀴 도는 트레일이 있어 눈 앞에 펼쳐진 바다 풍경, 항구 주변에 포진한 다채로운 색상의 가옥들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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