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동부 지역인 이스트 아이슬란드(East Iceland)로 들어섰다. 피요르드가 발달한 해안선을 따라 조그만 마을들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었다. 전체 인구는 13,000명에 불과하고, 볼거리도 사우스 아이슬란드에 비해 그리 많지 않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인구 470명의 듀피보구르(Djupivogur) 마을. 1589년에 개항한 역사적 항구 도시로, 현재는 슬로우 시티를 표방하는 조그만 어촌마을이었다. 특별히 무엇을 보러 갔다기보다는 주유를 하기 위해 잠시 들렀지만, 기왕에 여기까지 왔으니 이 마을의 자랑거리까지 그냥 건너 뛸 수는 없었다. 바로 워터프론트에 있는 에긴 이 그레디비크(Eggin i Gledivik)를 찾았다. 이는 바닷가에 전시된 34개의 달걀 조각품을 말하는데 화강암을 조각한 달걀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이슬란드 조각가 시구르두르 구드문드손(Sigurdur Gudmundsson)의 작품으로 하나하나가 이 지역에 서식하는 새를 의미한다고 했다.
1번 도로를 벗어나 939번 도로로 들어섰다. 내륙으로 난 이 비포장도로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가진 길이었다. 한참을 달려 고개를 넘은 다음에 세이디스피요르두르(Seydisfjordur)로 향했다. 세이디스피요르두르는 동부 피요르드 지역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로, 에길스타디르(Egilsttadir)에서 해발 600m가 넘는 고개를 하나 넘어야 했다. 19세기에 지어진 파스텔톤의 목조건물이 많아 분위기가 무척 밝았고, 도심 곳곳에서 많은 디자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레인보우 스트리트(Rainbow Street)와 블루 처치(Blue Church)가 꽤 유명했다. 한때 청어에 해당하는 헤링(Herring)이 많이 잡혀 부를 이뤘고,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군, 영국군 기지가 여기 있었다. 지금도 덴마크와 페로제도에서 오는 스미릴 라인(Smyril Line)의 페리가 매주 한 편씩 들어온다. 레인보우 스트리트와 블루 처치를 돌아본 후 천천히 걸어 마을 구경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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