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동부에 있는 인구 34,000명의 고리치아(Gorizia)는 줄리안 알프스(Julian Alps)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슬로베니아(Slovenia)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슬로베니아로 가던 중에 하루를 묵게 되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옛 유고슬라비아(Yugoslavia)와 영토 분쟁을 겪다가 1947년 국경선이 합의되어 이탈리아에 남은 지역은 고리치아로, 노바 고리차(Nova Gorica)는 유고 땅으로 되었다가 유고 연방 붕괴 후 슬로베니아로 남게 되었다. 과거엔 국경을 넘기가 꽤 엄했다고 하던데 2007년 슬로베니아가 쉥겐조약에 가입하면서 지금은 자유롭게 왕래한다. 옛 고리치아 역이 있던 트란살피나 광장(Piazza della Transalpina)엔 2014년 금속디스크를 박아 국경선을 표시하고 있지만 국경을 넘는데 아무런 제약도 없다. 그 표식을 두고 두 다리를 벌려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도 보였다. 2025년에 세계 최초로 두 도시가 초국가적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되어 많은 관광객의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들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곤 밖으로 나섰다. 고리치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꼽히는 고리치아 성(Castello di Gorizia)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발 115m의 위치에 세워져 도시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중세 시대인 1146년에 세워진 성벽이 우아하면서도 견고해 보였지만,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성벽 밖에서 타워와 예배당 건물만 주마간산으로 바라볼 뿐이다. 밖에 위치한 박물관도 문이 닫혀 들어가진 못 했다. 멋진 골목길을 굽이굽이 돌아 18세기 이래 고리치아 도심으로 불리는 비토리아 광장(Piazza della Vittoria)으로 갔다. 크지 않은 광장은 파스텔 풍의 레스토랑이나 공예품 가게로 둘러싸여 있었다. 광장 가운데는 1756년에 설치된 해왕성 분수(Neptune Fountain)가 자리잡고 있었다. 비토리아 광장에 면해 있는 성 이그나치오 성당(Chiesa di Sant'Ignazio)도 문이 닫혀 들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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