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고리치아(Gorizia)에서 슬로베니아의 노바 고리차(Nova Gorica)로 넘어왔다. 줄리안 알프스(Julian Alps)에 있는 산악마을, 보베츠(Bovec)로 잠시 쉬러가는 길이다. 돌로미티 트레킹으로 지친 심신을 산골마을에서 캠핑을 하며 산책이나 즐길 생각이었다. 원래 고리치아와 노바 고리차는 한 도시였다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두 개로 갈라졌고 그 사이에 국경선이 들어섰다. 슬로베니아가 EU 회원국이 되고 쉥겐조약에 가입하면서 아무런 제약도 없이 이탈리아에서 슬로베니아로 국경을 넘은 것이다. 바로 노바 고리차 역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보베츠로 가려면 모스트 나 소치(Most na Soci)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거기서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모스트 나 소치까지는 버스로도 갈 수 있지만 슬로베이나의 한적한 시골역과 낡은 기차를 타고 떠나는 철도 여행을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가슴은 이미 묘한 기대감으로 설레고 있었다.
낡은 외관에 그래피티(Graffiti)가 그려진 열차에 올랐다. 실내는 의외로 깔끔하고 의자도 괜찮았다. 거리는 23km라 하던데 속도가 워낙 느려 40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우리나라의 옛 완행열차를 탄 느낌이랄까. 모스트 나 소치 역에서 버스로 톨민(Tolmin)까지, 거기서 버스를 갈아타고 보베츠에 도착했다. 버스가 자주 없어 시간이 꽤 걸렸다. 캄프 폴로브니크(Kamp Polovnik) 캠핑장에 체크인을 하곤 텐트부터 쳤다. 캠핑장 옆으론 초원이 넓게 펼쳐졌고, 그 뒤론 제법 우람해 보이는 산들이 도열해 있었다. 보베츠 시내로 나가 마을 구경에 나섰다. 크지 않은 마을이라 한 바퀴 돌았는데도 금방 끝이 났다. 마을을 벗어나는 트레일이 있어 산책삼아 좀 걷다가 뒤돌아섰다.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 도심 한 복판에 설치된 가설 무대에서 음악회도 열렸다. 슬로베니아에선 꽤 유명한 산악마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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