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는 인구 6천 명의 크지 않은 산골 마을이지만 돌로미티(Dolomiti)로 드는 동쪽 관문도시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아담한 사이즈란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여러 차례 다녀간 곳이니 낯설지 않고 도심도 눈에 꽤 익었다. 구석구석 돌아본다고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그래도 아침 일찍 침대에서 일어나 호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시간은 예전보다 더 많아졌다. 거리는 텅 비어 적막하지만 아침 햇살에 기지개를 켜는 성당과 고색창연한 건물들의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그 뒤에 버티고 있는 크리스탈로(Cristallo) 산군과 인사를 나누는 순간도 내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트레치메 (Tre Cime) 트레킹을 한다고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으로 오를 때면 매번 전세버스를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시내버스를 타고 올랐다. 대중교통으로 도비아코(Dobbiaco)를 경유해 볼차노(Bolzano)로 가는 길에 미수리나(Misurina)에서 버스를 갈아타기 때문이다. 그 동안 차를 세우지 못 하고 그냥 지나쳤던 미수리나 호수를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호숫가를 따라 조성된 데크길을 걸으며 발걸음에 여유를 부렸다. 파란 하늘과 역시 파란 호수의 조합도 좋았고 그 뒤에 자리잡은 산악풍경도 훌륭했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 주변에 세워진 호텔이 눈에 좀 거슬렸지만 풍경을 크게 해치진 않았다. 호수에는 수초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고, 그걸 먹기 위해 물 속으로 다이빙하는 오리 한 마리도 정겨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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