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쥬스티나 수도원을 나오면 도로 건너편에 큰 광장이 나타난다. 프라토 델라 발레 광장(Piazza Prato della Valle)이라 불리는 파도바의 명소로, 9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혹자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광장이라고도 한다. 예전엔 늪지였던 곳이 1775년 안드레아 멤모(Andrea Memmo)에 의해 광장으로 변신했다. 가운데에 운하로 둘러싸인 작은 타원형 섬이 있고, 그 운하 바깥과 안에 모두 78개의 인물 조각상이 열을 지어 도열해 있다. 많은 조각가가 이 작업에 참여를 했고, 그 중에 하나는 안드레아 멤모의 석상이었다. 광장 안 어느 곳이든 시민들에게 편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 여유롭게 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고나면서 광장을 둘러보았다.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도 보였고, 조깅이나 산책,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등 아웃도어를 만끽하는 사람들도 보여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스크로베니 예배당(Cappella degli Scrovegni)으로 이동하는 길에 보태닉 가든(Orto Botanico di Padova)를 지나쳤다. 정문이 닫혀 있어 안으로 들어가진 못 했다. 하지만 그 주변을 흐르는 운하가 오래된 건물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여 파도바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상승했다. 스크로베니 예배당은 그 벽과 천장에 아름다운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어 유명한 곳이다. 1305년에 조토(Giotto)가 그렸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현장에서 입장권을 팔지 않고 당일에는 예약도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행 일정을 즉흥적으로 짜는 경우가 많아 이 유명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그냥 지나친다는 사실이 좀 아쉬웠다. 언제 다시 파도바를 방문하는 기회가 있으리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대신 강쪽에 위치한 가든에서 맥주 한 잔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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