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 동남쪽에 자리잡은 네팔 고대 왕국 박타푸르(Bhaktapur)를 둘러봤다.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난 네와르 족들이 건설한 도시로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네팔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난 몇 번 다녀간 곳이지만 네팔에 처음 온 일행들이 있어 그냥 건너뛰기가 쉽지 않았다. 외국인에겐 입장료로 10불씩을 받지만 네팔인들은 무료로 들어간다. 고풍스런 건축물과 장식물, 사원, 석상들이 도시에 밀집되어 있어 커다란 박물관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특히 붉은 벽돌을 많이 사용해 고풍스러움을 더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해 정문을 들어서면 덜발 광장(Durbar Square)과 왕궁이 먼저 나타난다. 덜발 광장은 왕궁이란 의미로 카트만두에도 있고 파탄에도 있다. 박타푸르엔 덜발 광장 외에도 두 개의 광장이 더 있다. 중요한 건축물은 이 세 개의 광장 주변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 양식이나 장식품이 서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달라 그 차이를 가늠키 어려웠다. 네와르 부족의 뛰어난 손재주에 절로 감탄이 새어나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박타푸르엔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박타푸르의 또 다른 매력이라 하면 나만의 생각일까. 문화재도 사람과 함께 숨쉬고 온기를 나눌 때 그 존재가치가 더욱 부각되지 않을까 싶다. 광장을 벗어나면 사람들이 들끓는 골목들이 나타난다. 공예품이나 옷감, 악기를 파는 가게도 있고 먹거리를 파는 조그만 식당도 많다. 과일 가게 앞에선 한 남자아이가, 큰 나무 앞에선 여자아이가 우리를 보곤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다. 세파에 때묻지 않은 그들 표정에 우리도 모처럼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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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종감자 2014.03.22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번째 사진 참 좋네요.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이 인상적이예요.

    • 보리올 2014.03.22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참으로 부러워하는 여행을 하시는군요. 정말 멋진 삶이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토종감자님이 갑자기 부러워집니다. 네팔은 아직도 순진한 동심을 만날 수 있는 곳이랍니다. 언제 수입오이를 앞세워 한번 다녀 오시지요.

    • 토종감자 2014.03.22 2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네팔이며 인도, 라오스 등등 가보고 싶은 곳은 너무 많은데, 아직 기회가 없었네요.
      꼭 만들어야죠, 기회 ^^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블로그 제목, 너무 마음에 들어요!
      딱 제가 하고 싶은 여행이네요. ^^

    • 보리올 2014.03.22 2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역마살을 가지곤 태어났는데 그 동안은 직장생활하느라 한 곳에 매여 있었습니다. 우리 세대야 거의 비슷하겠지만 말입니다. 많이 다니시고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토종감자님 블로그 제목도 재미있던데요.

 

카트만두 관광에 하루를 할애하기로 하고 미니버스를 한 대 빌렸다. 카트만두에서 나름 유명하다고 하는 몇 군데 명소를 돌 생각이었다. 나야 몇 번씩 다녀온 곳이지만 네팔에 처음 온 사람들이 있어 다른 곳부터 보여주긴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원숭이 사원이라 불리는 스와얌부나트(Swayambhunath). 사원 주변에 원숭이들이 진을 치고 살기 때문에 원숭이 사원이라 불린다. 신자들이 공양을 마치고 남겨놓은 음식이 많아 먹이 걱정은 없어 보였다. 사원이 있는 언덕까진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했다. 불탑이 세워진 언덕에 서면 카트만두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티벳 불교와 힌두교가 함께 공존하는 묘한 사원이라 실내에선 라마승들이 불경을 외우고 밖에선 힌두교 신자들이 그들의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보우더나트(Boudahnath)도 방문했다. 티벳 불교 사원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만다라 형태로 만든 커다란 흰색 불탑이 세워져 있다. 그 높이가 36m라 하니 그 위세가 만만치 않다. 불탑에는 부처의 눈이 그려져 있다. 지혜의 눈이라 불리기도 하는 두 개의 푸른 눈동자가 이 세상 만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 사원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니차를 돌리며 시계 방향으로 이 불탑을 한 바퀴 돈다. 우리도 그렇게 불탑을 돌았다. 어떤 독실한 신자는 오체투지로 돌기도 한다. 신성한 사원이라 하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엄숙하지 않아서 좋았다. 불탑을 도는 스님들도 딱딱한 얼굴은 보기 힘들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파슈파티나트(Pashupatinath) 사원와 화장터를 마지막으로 들렀다. 예전에는 화장터 입장료가 250루피였는데 이번에는 500루피를 받는다. 바그마티(Baghmati) 강가에 있는 화장터는 시신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 곳이지만 생과 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화장이 끝나면 시신을 태운 재와 장작을 강으로 밀어 넣는데, 여기서 또 다른 삶의 현장을 만날 수 있었다. 낚시꾼처럼 줄에 자석을 달아 사자의 노잣돈을 낚는 아이도 있었고, 아예 물 속으로 들어가 강바닥을 뒤지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화장터 옆에는 파슈파티나트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힌두교 신자가 아니면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라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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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삼바탱고 2014.03.21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멋지네요 잘보고갑니다~

  2. 2014.03.21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리올 2014.03.21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블로그에 지도를 넣는 것이 거추장스러워 그 동안 올릴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한번 위시빈 블로그에 놀러가서 구경을 하고 결정을 하겠습니다.

 

대한항공 직항편을 이용해 카트만두까지 곧장 7시간을 날아갔다. 직항편이 생기기 전에는 방콕을 경유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방콕에서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트레킹으로 지친 육신을 태국 마사지로 풀어줄 기회가 있었는데, 직항 때문에 그런 낭만이 줄어든 것이다. 비행기에는 서양인 탑승객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네팔 들어가는 경유지로 인천공항이 많이 알려졌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카트만두 공항으로 착륙을 시도하는 항공기 창문을 통해 네팔의 산악 지형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산능선이나 강변에 논과 밭이 포진해 있었다. 한 평 땅을 개간하기 위해 땀흘린 농부들의 노고가 보이는 듯 했다. 그 사이를 구불구불 강줄기 하나가 한가롭게 지나고 있었다.

 

 

 

 

카트만두는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엔 좀 촌스런 구석이 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번듯한 고층 건물 하나 없다. 그래도 난 카트만두처럼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오래된 거리와 건물들을 가지고 있는 도시가 좋다. 어쩌면 도시 그 자체보다도 그 안에서 커다란 욕심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매력적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만 모여사는 도시 같아 보였다. 이번에는 몇 군데 관광지를 제외하곤 카트만두를 많이 돌아다니진 못했다. 하지만 카트만두 변두리에서 찍은 이 빨래터와 빨래를 널어놓은 광경에 마음이 끌렸다. 우리도 이들처럼 고단한 삶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우리 기억에선 모두 잊혀진 것 같다.

 

 

 

현지 여행사 장정모 사장의 초청으로 카트만두 외국인 전용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와 비슷한 보전 그리허는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이곳은 처음이었다. 보전 그리허와 비슷하면서도 분위기는 좀 달랐다. 규모도 좀 적은 것 같았다. 저녁으로는 달밧이 먼저 나왔고 우리 잔에는 럭시가 가득 채워졌다. 식사가 모두 끝나면 네팔 전통춤 공연이 뒤따랐다. 음악에 맞춰 무희들이 현란한 동작으로 춤을 선보인다. 모두들 흥에 겨워지면 손님들 손을 이끌어 함께 둥실둥실 춤을 춘다. 계속 따라주는 럭시에 흥겨운 음악과 춤을 곁들여 카트만두의 밤은 점점 취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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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PA-해룡이 2014.03.19 1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멋진 곳이네룡~ 카트만두 말로만 들어봤는데.. 직접보니 장관입니다~ 저도 기회되면 꼭 놀러가보고싶네룡 ;-)

    • 보리올 2014.03.19 1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습니다. 인천항의 마스코트가 해룡이인 모양이죠? 이름을 아주 잘 지었네요. 카트만두와 히말라야는 살아 생전 꼭 한 번은 다녀오시길 강추합니다.

  2. SUPERCOOL. 2014.03.19 11: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녁 분위기가 참 훈훈하네요!

  3. Justin 2014.03.24 0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네팔가보고 싶습니다! 그래도 죽기전에 에베르스트 정상 한번 가봐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전에 네팔가기전에 저도 꼭 방콕을 경유해서 가야겠네요 ~ 하하!

    • 보리올 2014.03.24 0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너희들이야 세월이 창창한데 어디를 가고 싶다고 염원하면 언젠가 가지 않겠냐? 올해라도 나랑 시간을 내보는 것은 어떨런지? 에베레스트 정상은 가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네팔에는 다시 가고 싶구나.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을 마치고 포카라(Pokhara)로 나왔다. 안나푸르나를 오고갈 때 늘 들렀던 곳이라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카트만두에 비해선 촌스런 느낌이 강한 곳이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거리나 도심도 번잡하지 않아 좋았다. 페와 호수(Phewa Lake) 선착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비엔 베뉴 호텔(Hotel Bien Venue)에 여장을 풀었다. 3층 증축 공사 때문에 시끄러운 것을 빼곤 방이 크고 깨끗했으며 방 안에 욕실도 갖춰져 있어 내심 흐뭇했다. 짐을 풀고 페와 호수 뱃놀이에 나섰다.

 

포카라 어느 곳에서나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를 바라볼 수가 있지만, 그래도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은 사랑코트(Sarangkot) 전망대와 페와 호수가 아닐까 싶다. 이른 새벽에 올라야 하는 사랑코트는 갈 수가 없더라도 페와 호수는 바로 옆에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닿을 수 있었다. 호수에 비치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의 반영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유명한 포카라 명물을 놓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먼저 배를 타고 호수 가운데 있는 섬까지 왕복을 했다. 이 작은 섬에는 힌두 사원이 하나 있어 여기를 찾는 현지인들이 제법 많았다. 그 다음에는 조각배와 사공을 전세내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뱃놀이에 나섰다. 배 하나에 5명까지 탈 수 있다고 해서 일행들만 배에 태우고 나는 호수 주변을 돌며 풍경 스케치에 열을 올렸다. 유유자적 호수를 떠다니는 일엽편주, 선착장에서 무료하게 손님을 기다리는 조각배들도 내겐 좋은 소재가 되었다.

 

 

 

 

 

 

 

 

 

 

 

 

뱃놀이를 끝내고 레이크 사이드를 거닐며 자유시간을 가졌다. 선물가게에서 쇼핑도 하고 마사지도 받았다. 태국 마사지에 비해선 너무 설렁설렁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트레킹 후에 받는 마사지가 어딘가. 한글 자판이 있다는 PC방에서 모처럼 인터넷도 했다. 식당 몇 군데에는 한글 간판과 한글 메뉴도 써놓았다. 호텔 리버파크란 간판에는 영어를 안써도 된다는 친절한 말까지 한글로 달아 놓았다. 홍금보식당, 산마루식당이란 간판도 발견했다. 확실히 포카라는 한국 사람들이 묵기에 너무 편한 도시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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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PERCOOL. 2014.03.18 09: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캬 포카라 풍경..좋네요

    • 보리올 2014.03.18 1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 고맙습니다. 님의 블로그도 엄청 나네요. 배낭 여행은 제 로망이었는데 님은 배낭 여행의 고수시라니 실로 부럽습니다.

 

좀솜까지 가는 오늘 구간이 우리가 직접 걷는 마지막 구간이다. 내리막 길이라 부담도 없었다. 그런데 최정숙 회장이 자꾸 숨이 차다고 한다. 고소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다른 데 있었단 말인가. 껄빌에게 최 회장을 모시고 짚으로 먼저 가라고 했다. 가능하면 고급 호텔을 잡아 편히 쉬시게 하라고 일렀다. 나머지 일행들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차로 갔으면 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난 이 구간은 반드시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구간이라 차로 휙 지나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리는 차량들이 그리 반갑지 않았다. 이제 묵티나트까지 차가 올라오니 안나푸르나 라운드 코스도 반으로 줄은 셈이다.  

 

묵티나트와 좀솜 사이엔 묘한 매력을 가진 마을들이 많다. 토롱 라를 오르기 전에 지나친 산골 마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묵티나트 바로 아래에 있는 자르코트(Jharkot)도 황량한 산악 지형에 자리잡은 무척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지저분한 건물 외벽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는 그런 마을이다. 계곡 건너편에 흙으로 된 절벽이 나타나고 거기엔 수많은 동굴들이 뚫려 있었다. 사람이 살았던 곳인지, 아니면 스님들이 수도했던 곳인지 어디 물어볼 곳이 없다. 어떻게 저 가파른 곳을 드나들 수 있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동굴에 이르는 길이 보이질 않는다. 설마 암벽 등반하면서 들락거리진 않았겠지?  

 

무스탕(Mustang) 초입에 있는 카그베니(Kagbeni)에 도착했다. 무스탕은 아직까지도 작은 왕국을 이루며 살고 있는 신비의 세계다. 지금에야 언론들이 앞다투어 소개를 해서 많은 사실들이 알려져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지의 세계였다. 무스탕 왕국에 들어가려면 특별한 허가가 필요하고 그 신청 비용도 만만치 않다. 높은 지점에서 카그베니를 내려다 보니 마을 풍경이 그리 평화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자갈과 모래가 쌓인 곳을 일일이 손으로 개간해 논을 만들어 놓았다. 마을과 논, 하천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했다. 행여 내가 네팔에 살아야 한다면 서슴없이 이곳을 택하리라 마음 먹었다.

 

에클리바티(Eklebhati)의 한 로지 마당을 빌려 점심을 준비했다. 로지에서 매식을 하지 않고 버너와 코펠을 써서 우리가 직접 준비하는 마지막 식사다. 남은 식량을 모두 처분한다고 짜파게티를 끓이고 후식으로 누룽지와 커피도 준비했다. 나름 격식을 갖춘 점심에 다들 흡족해 하는 모습이다. 지나가는 트레커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우리의 성찬이 궁금했는지 자꾸만 흘낏흘낏 쳐다보고 간다. 에클리바티부터는 강변으로 내려서 하천 바닥을 걸었다. 멀리 좀솜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빗방울이 돋기 시작했다. 다들 발걸음이 빨라졌다. 하지만 좀솜에 도착했을 때에는 물에 빠진 생쥐마냥 모두가 젖어 있었다.

 

공항과 은행이 있는 좀솜은 제법 번화한 마을이다. 지난 번에는 트랙터가 대중 교통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버스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산골 마을로서는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공항 바로 앞에 있는 스노랜드(Snowland)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좀솜에선 고급호텔에 속한다 했다. 숙박료도 지금까지 지불했던 금액의 세 배가 넘었다. 저녁 식사로 닭백숙을 할 수 있는지 주방에 알아보라고 했다.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으나 닭 한 마리에 3,500루피, 50불 넘게 달라고 한다. 이건 완전 바가지 요금이다. 50불이면 염소 한 마리를 잡을 수 있는 금액인데. 우리가 봉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닭백숙은 취소하고 통상 먹던 메뉴를 골랐다.  

 

그 동안 고생한 포터들에게 저녁을 사기로 했다. 따로 음식을 시켜 먹고 현지인 가격으로 계산해서 청구하라 했는데, 로지 주인은 그것도 외국인 가격으로 청구를 했다. 로지 주인을 불러 따졌다. 주인과 실강이 끝에 반반씩 양보하는 것으로 낙찰을 보았다. 이런 경우가 다반사라지만 뻔히 알면서 당하는 것이 더 억울하다. 트레킹 구간에 있는 로지 주인은 대체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다. 자식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경우도 많다. 내 경험으론 로지 주인들은 일반적으로 남자는 까무잡잡하고 깡마른 대신 여자는 통통하고 기름기가 흐른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호텔의 노인네 남자 주인은 피둥피둥 살이 찌고 욕심도 많아 보였다. 다음엔 절대 이 집으로 발길도 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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