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레이크 루이스를 떠나 재스퍼로 향한다. 그 유명한 아이스필즈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를 달리는 것이다. 캐나다 로키에는 겨울에 눈을 치울 수 없어 도로를 폐쇄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 도로는 간선도로라 제설작업을 해서 연중 통행이 가능하다. 30여 분을 달려 보 호수(Bow Lake)에 도착했다. 보 빙하(Bow Glacier)에서 녹아내린 물이 호수를 만들었고, 여기서 보 강을 이루어 밴프와 캘거리를 지나 대서양으로 흘러간다. 대서양으로 흐르는 물줄기 두 개를 나누는 역할을 하는 보 서미트(Bow Summit) 바로 아래 위치해 있어 해발 고도가 1920m에 이른다. 하지만 고산에 있는 호수 같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겨울철이라 호수에 반영되는 웅장한 산세는 볼 수 없었지만 설원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산세는 산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호수 위에 쌓인 설원을 걸었다. 아무도 걷지 않은 설원에 우리가 들어가 흠집을 내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이한 모양새를 한 결정체들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그 또한 자연의 경이로운 세계를 보는 듯 했다. 다시 차를 몰아 북상을 했다.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들어서기 전에 위핑 월(Weeping Wall)에서 빙벽 등반을 하고 있는 클라이머들을 만났다. 위핑 월은 눈물방울(Teardrop)라는 폭포를 비롯해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있는 절벽을 말하는데, 겨울이면 물줄기가 얼어붙어 훌륭한 빙벽을 만든다. 아이스 클리이밍을 즐기는 장소로 바뀌는 것이다. 절벽에 초점을 모으니 빙벽에 붙어있는 클라이머를 볼 수 있었다. 개미처럼 조그맣게 얼음에 붙어 오름짓을 하는 그들의 동작이 마치 슬로우 모션을 보는 것 같았다.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이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



 레이크 루이스와 재스퍼를 연결하는 230km 길이의 아이스필즈 파크웨이를 달렸다.



크로우푸트 빙하 전망대(Crowfoot Glacier Lookout)에 차를 세우고 잠시 보 호수로 내려섰다.


빨간 지붕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넘티자 로지(Num-Ti-Jah Lodge)1923년에 지은 목조건물로 보 호숫가에 자리잡고 있다.




설원으로 변한 보 호수로 들어가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으며 우리의 흔적을 남겼다.


왑타 아이스필드(Wapta Icefield)를 구성하는 빙하 가운데 하나인 보 빙하는 아이스필즈 파크웨이에서도 눈에 들어온다.



아무도 밟은 적이 없는 하얀 설원에 길을 내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양한 형태로 생성된 눈 결정체가 빛을 받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이 얼어붙어 훌륭한 빙벽으로 변하는 위핑 월은 

캐나다 로키에서 아이스 클라이밍 대상지로 유명하다.



위핑 월 앞에 있는 호수 건너편에 멋진 산악 풍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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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2.08 1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핑 월의 빙벽자체도 너무 장엄하지만 빙벽에서 클라이밍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정말 멋지고 존경심이 듭니다!

 

어떤 사람은 뚜르 드 몽블랑에서 이 구간이 가장 아름다웠었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풍경을 보고 느끼는 방식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게 만든 한 마디가 아닐 수 없다. 쿠르마이어를 벗어난 버스는 우리를 조그만 다리 앞 공터에 내려주었다. 상큼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한 시간은 족히 숲길을 오른 것 같았다. 숲을 빠져 나오자, 우리 뒤로 몽블랑이 흰 눈을 뒤집어 쓴 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앞으론 알프스 3대 북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그랑 조라스(Grandes Jorasses, 4208m)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산허리를 에두르는 산길을 걸으며 두 봉우리를 보고 또 보았다. 이런 행운이 주어진 것에 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탈리아의 유명 산악인 월터 보나티(Walter Bonatti)의 이름을 딴 보나티 산장은 페레 계곡(Val Ferret)을 사이에 두고 그랑 조라스와 마주보는 위치에 있었다. 바깥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병 시켜놓고 마냥 그랑 조라스를 올려다 보았다. 다시 산길을 걷다가 급하게 고도를 낮춰 계곡 아래로 내려섰다. 아르프 누바(Arp Nouva)란 마을엔 쿠르마이어 가는 버스가 있었다. 여기 냇가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막간을 이용해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마지막 경사가 남았다. 오전에 내려온 고도만큼 다시 치고 올라야 했다. 젖소 방목지를 지나는데 소똥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지뢰를 피하듯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한 시간 정도 걸려 엘레나(Elena) 산장에 도착했다. 150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시설이라 커다란 방에는 이층 침대가 가득했다. 숙박 인원 전부가 7시에 모여 함께 저녁을 먹었다.

 

길이 여러 갈래 얽혀 있어 트레일 상에 있는 이정표는 꽤나 복잡했다. 돌에 그려진 TMB 표식이 오히려 이해가 쉬웠다.

 

 

숲을 벗어나면서 우람한 산괴가 나타나더니 그 뒤로 몽블랑 정상이 시야에 들어왔다.

 

 

7~8월의 알프스엔 온갖 야생화가 피어있어 다채로운 색깔을 뽐낸다.

 

 

 

수많은 클라이머들의 투혼을 불태우게 만든 그랑 조라스가 우리에게 민낯을 보여주었다.

 

 

보나티 산장은 그랑 조라스를 보기엔 아주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서도 말을 이용해 짐을 나르고 있다. 계류 위 좁은 다리는 사람이 다니고 말은 그냥 물 위를 걸어 건너야 했다.

 

울퉁불퉁한 산세를 바라보며 산 중턱을 에둘러 가는 산행이 무척 여유로웠다.

 

얼마 있으면 UTMB라는 산악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까닭인지 이렇게 연습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아르프 누가 마을까진 버스가 들어오는 데다 산장과 식당 등이 있어 휴양지로 좋을 것 같았다.

 

오전에 낮춘 고도만큼 다시 올라야 했다.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걷는 길이라 피곤을 느낄 새가 없었다.

 

여기도 산악자전거 행렬이 이어져 트레일을 나누어 써야 했다.

 

 

아르프 누가 마을에서 엘레나 산장까진 고도 300m를 올리는 데도 고산을 오르는 느낌을 풍겼다.

 

 

해발 2,061m에 위치한 엘레나 산장 또한 장엄한 풍경을 선사했다.

시설도 본옴므 산장에 비해선 훨씬 깔끔하고 현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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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6.11.09 0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 ㅑ~ 그랑 조라스를 바라보면서 맥주 한잔이란~ 가본 적은 없지만 그 느낌이 너무 실감나듯이 상상이 갑니다!

    • 보리올 2016.11.10 13: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상상만 해도 분위기 너무 좋지 않냐? 우리 언제 맥주 한잔 앞에 놓고 산봉우리 보면서 30분간 멍때리기 하자꾸나. 몽블랑이나 그랑 조라스면 더 좋겠고. 맥주값은 물론 아들이... 맥주 맛 정말 끝내주겠다.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다큐멘터리 산악 영화를 찍는 임일진 감독이 캐나다 부가부로 촬영을 왔다. 우리 나라에서 내노라 하는 클라이머 세 명도 함께 동반하고 말이다. 내가 현지 코디를 맡아 지원을 해주기로 약속을 해서 몇 차례 부가부를 다녀왔다. 그 팀이 촬영을 모두 마치고 귀국을 위해 밴쿠버로 돌아왔다. 밴쿠버에 며칠 머무르는 동안 촬영팀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바로 스쿼미시(Squamish)에 있는 스타와무스 칩(Stawamus Chief)이었다. 이 세상 바위꾼이라면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거대한 암벽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 나선다.

 

씨투스카이 하이웨이를 달려 거벽 앞에 섰다. 함께 한 일행들은 우리 나라에서 암벽 등반으로 한 가닥씩 하는 친구들이라 스쿼미시 암벽에 대해선 귀가 따갑게 들었을 것이다. 아래에서 위를 보며 다들 입이 벌어졌다. 우린 암벽 등반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볼더링조차도 생각치 않았다. 헌데 거벽 아래서 볼더링을 하고 있는 현지 젊은이들을 보고는 마음이 변해 우리도 잠시 흉내를 내보았다. 바위에 붙을 코스를 이리저리 가늠해 보곤 몇 군데는 직접 시도도 해 보았다. 아무런 준비도 못해 높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바위 몇 개를 시루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내려서길 몇 차례.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그냥 바위만 바라보아도 행복해할 친구들인데 직접 바위에 붙어보기도 했으니 또 하나의 꿈을 이루지 않았을까 싶다. 그 친구들 얼굴에서 행복해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어 나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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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록차 2014.07.05 04: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새가 방앗간을, 주당이 술집 앞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겠죠...
    맛만 보면 더 애가 타는데 어찌 발길을 돌리셨을까요...

    • 보리올 2014.07.05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전장구만 갖추고 갔더라면 어떤 루트건 시도를 했을 겁니다. 아무리 아쉬워도 참아야 할 때 참을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산악인 아니겠습니까.

 

루이스 호수 주변에 있는 다른 산행지, 센티널 패스를 오르려면 모레인 호수(Moraine Lake)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모레인 호수는 루이스 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 피크스 계곡(Ten Peaks Valley) 안에 있어서 루이스 호수 못지 않은 뛰어난 경치를 선사한다. 산행은 왕복 11.6km 거리에 등반고도가 725m. 보통 5시간 정도 소요가 된다. 우리에겐 초등생 꼬마가 있어 산행 시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이가 힘들어 하면 수시로 쉬어 가고 투정을 부리면 한대장이 등에 업고 가곤 했다. 이상 못가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처음부터 지그재그 오르막 길이 지루하게 펼쳐졌다. 가끔 나무 사이로 보이는 모레인 호수의 비취색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루이스 호수와는 다른 색깔이었다. 히말라야를 드나들듯 했던 한대장도 로키의 울창한 숲과 없이 많은 호수에 대해서는 부러운 기색이 역력한 보였다. 2.4km 지점에서 갈림길을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가야 라치 계곡(Larch Valley) 경유해 센티널 패스에 닿는다. 라치 계곡은 9월이면 온통 오렌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데, 또한 로키가 자랑하는 장관 하나이다. 흔히 단풍하면 활엽수를 생각하는데 라치는 단풍이 드는 침엽수다. 우리 말로 하면 낙엽송에 해당한다. 바늘같은 침엽들이 노랗게 변해 벌써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라치 계곡을 지나면 고산 특유의 초원지대가 나타난다. 여러가지 색깔의 야생화가 만발한 평원을 지나면 센티널 패스가 손에 잡힐 앞에 보인다. 왼쪽으로는 봉우리가 우리를 호위하듯 따라오고, 오른쪽은 템플 (Mt. Temple, 3,543m) 공간을 채워놓고 있었다. 템플 산은 캐나다를 동서로 횡단하는 1 하이웨이에서도 확연히 눈에 띄는 산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방향이 하이웨이에서 보는 방향과 정반대라서 느낌이 다를 뿐이다. 저절로 휘파람이 나올 정도로 풍경에 취해 걸었다.

 

센티널 패스 아래에 있는 미네스티마 호수 가장자리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급경사를 오르는 지그재그 길이 우리 앞에 훤히 드러났다. 걸음에 닿을 같아 보이지만 여기서 다시 30 발품을 팔아야 패스에 도착할 있었다. 아침부터 흐렸던 날씨가 구름이 걷히며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센티널 패스에선 사람을 무서워 않는 다람쥐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센티널 패스는 템플 산과 피나클 산의 안부에 위치해 있다. 해발 고도는 2,611m. 건너편으로 파라다이스 계곡이 펼쳐졌다. 오랜 시간 풍화작용을 겪은 송곳처럼 뾰족한 바위들이 눈에 띄었다. 유난히 눈에 띄는 촛대바위에는 명의 클라이머들이 개미처럼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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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멋대로~ 2014.05.16 0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와 함께 대단하신데요...

    모레인 호수만 찍고 왔었는데..
    트래킹으로 보니... 록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네요

    • 보리올 2014.05.16 2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산악인의 초등생 아들인지라 강단이 있더군요. 캐나다 로키는 두 발로 직접 걸어 들어가셔야 훨씬 장엄한 풍경을 접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꼭 걸어 보세요.

  2. justin 2014.05.20 1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밴프에서 정말 좋아하는 코스입니다. 저때는 저 장난꾸러기 아이때문에 배낭을 앞뒤로 매고 산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어렸을때 개구쟁이였나요?

    • 보리올 2014.05.21 0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코스는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경치가 아름다워 나도 좋아한다. 매번 가도 늘 감동이 이는 곳이지. 저 때는 네가 대성이 돌보느라 고생했지. 저 때로 돌아가고 싶구나.

  3. 설록차 2014.06.06 04: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자 부자가 함께 산행을 하셨어요...
    아버지는 아들의 모델이다~는 말이 틀림없습니다...말하지 않아도 보여주는대로 따라가는것 같습니다...공통화제가 있으면 대화도 많아지고~그럼 서로를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되겠지요...세대차이?? 그게 뭔 말이더라~하시겠어요...ㅎㅎ

    • 보리올 2014.06.06 09: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앞의 부자는 돈 많은 부자였으면 좋았을 걸 싶네요. 아무래도 산행을 가선 둘만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죠. 아들을 데리고 산엘 다닌 것이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납니다.

  4. 안영숙 2015.12.23 07: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entinel pass, round trip 하고 나와 홍성근씨가 ,hitchhiker로 성공한 그때가 그립습니다,
    지금 보니 종인이가 Justin?
    Canada의수상이 된 Justin Trudeau의 이름과 같아 더욱 좋네요,

    저는 올해 여름에도 또 갈 기회가 되어 신났었지요,

    • 보리올 2015.12.23 0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때 센티널 패스에서 파라다이스 밸리로 나왔나요? 근데 왜 홍선생님이 차를 가지러 갔죠? 기억에 별로 없네요. 전 올해도 파라다이스 밸리로 나와 히치하이킹을 해서 차를 가지러 갔던 적이 있었지요.

  5. 김치앤치즈 2016.07.20 06: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가 모레인 호수에 갔을 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저는 좀 무서웠답니다.^^
    저희도 센티널 패스를 걸었는데, 칩멍크가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서인지 사람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더군요.ㅎ

    • 보리올 2016.07.20 0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모레인 호수에는 늘 사람들이 붐비는데 사람이 없었다니 신기하네요. 캐나다 로키에 사는 야생동물들은 사람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모양입니다.

 

부가부(Bugaboo)는 엄청난 바위산을 지칭한다. 클라이머들의 가슴을 들끓게 만드는 거대한 암벽들이 있는 곳이라 북미에선 요세미티와 버금간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접근성에서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호젓하게 등반을 원하는 바위꾼들이 가끔 찾는 곳이다. <일요다큐 산> 촬영에 앞서 사전 답사를 한답시고 소문으로나 들었던 곳을 내 발로 직접 걷게 되었으니 그 감격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부가부 주립공원은 현지에선 바가부라 불리는데, 우리에겐 이미 부가부란 지명으로 알려진 곳이라 여기서도 부가부라 적는다.   

 

부가부는 컬럼비아 강을 사이에 두고 로키 산맥과 마주보고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캐나다 로키 산맥에 속하진 않는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의 주요 산맥 중에 하나인 퍼셀 산맥(Purcell Mountains)에 속해 있다. 석회암으로 구성된 로키산맥과는 달리 부가부는 주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가부(3,176m), 스노패치(3,063m), 하우저(3,398m), 피젼(3,124m) 등 해발 3,000m가 넘는 침봉들이 즐비한 까닭에 전세계 클라이머들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원정대를 꾸려 여기를 찾을 정도이니 가히 클라이머들의 메카라 부를만했다.

 

침봉들이 모여 있는 언저리에 콘래드 케인(Conrad Kain) 산장이 있다. 우리의 부가부 산행 목적지였다. 주차장에서 산장까지는 5km 거리에 등반고도는 720m. 배낭의 무게에 따라 2시간에서 3시간이 소요된다. 차를 세우고 그 주위를 철망으로 감싸야 했다. 여기 서식하는 다람쥐들이 고무 배관이나 바퀴를 갉아 먹기 때문이다. 개울을 따라 평탄한 숲길을 걷다가 갑자기 경사가 가팔라졌다. 숲길을 벗어나면 하늘이 열리며 시야가 탁 트인다. 하얀 빙하와 시커먼 침봉들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그 중에서 부가부 빙하에 둘러싸인 하운드스 투스(Hound’s Tooth)가 단연 압권이었다. ‘사냥개의 이빨이란 별난 이름을 가진만큼 그 생김새도 독특하게 생겼다.

 

가끔 로프가 매어진 벼랑길을 걷기도 하고 때론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도 했다. 발걸음만 조심하면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다. 해발 2,230m의 높이에 있는 산장에 도착해 오르막을 멈추었다. 헬리콥터가 산장으로 뭔가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가픈 숨을 진정시키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파노라마 풍경이 대단했다. 멀리 로키 산맥의 연봉이 모습을 드러내고, 뒤로는 오늘날 부가부의 명성을 있게 한 침봉 몇 개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다. 그 광경에 감탄사가 절로 새어 나왔다. 역시 부가부다웠다. 날씨까지 맑아 산장을 내려서는 우리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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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4.04.22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포터로 열심히 활약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아마 제가 등산하면서 가장 큰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갔다가 내려온 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 보리올 2014.04.22 15: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거운 등짐을 지고 뒤쫓아 오느라 고생이 많았지. 그 덕분에 우린 쉽게 촬영을 마쳤고. 나중엔 다 아름다운 추억이란다.

  2. 설록차 2014.04.24 1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 덮힌 산도 좋지만 푸릇푸릇 나무가 보이는 것도 보기 좋습니다..
    산이 살아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요...^^

    • 보리올 2014.04.25 0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푸른 초목이 우거진 것이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산 본연의 모습이겠지요. 안타깝게도 푸른 색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일 년에 반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눈에 덮혀 있다 보면 됩니다.

    • 설록차 2015.05.17 0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빨랫대(?)에 매달아 놓은 배낭..철망으로 바퀴를 감싼 자동차..재미있습니다...
      산장에서 보는 경치, 진짜 멋질 것 같아요...

    • 보리올 2015.05.18 05: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빨랫대에 매달아 놓은 배낭이라뇨? 어디에 빨랫대가 있고 배낭이 있는지 한참을 찾았지만 실패했습니다. 혹시 헬기가 끌고 가는 포대를 말씀하시는지요?

    • 설록차 2015.05.18 0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2014/5/21 포스팅 하신 '부가부 주립공원'14 번째 사진에서 봤는데요...산동물이 장난치지 못하게 배낭을 매달아 둔다고 생각했습니다만...아닌가 봐요..

    • 보리올 2015.05.18 08: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다른 포스팅에 있는 사진을 말씀하셨군요. 전 여기에 그런 사진이 있는 줄 알았죠. 야영장에 배낭을 보관하는 것은 통상 베어 폴(Bear Pole)이라 해서 곰의 팔이 닿지 않는 3m 정도 높이로 배낭을 매다는데 이건 너무 낮아 용처를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가면 물어보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