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호주의 남동부 빅토리아 주에 있는 해안도로를 말한다. 공식적으론 토키(Torquay)와 알랜스포드(Allensford) 사이의 243km길이의 도로다. 좀 더 큰 도시로 표기하면 지롱(Geelong)에서 워남불(Warnambool)까지라 보면 된다.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지형을 지나고 12사도 바위 등 자연의 랜드마크를 품고 있기 때문에 빅토리아, 아니 호주에서도 유명 관광지로 통한다. 멜버른에서 이 도로를 따라 12사도 바위와 그 주변의 특이한 지형을 구경하기 위해 당일 여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B100번 도로로도 불리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살아서 귀환한 병사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되었고, 1차 대전에서 산화한 호국영령들에게 헌정되었다.

 

멜버른을 출발해 지롱까지는 브이 라인(V/Line)이란 기차를 이용하고, 워남블까지 이어지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 구간은 브이 라인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탔다. 열차와 버스를 연계해 하나의 티켓으로 두 가지를 모두 탈 수 있었다. 호주 국립 서핑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서핑이 유명한 토키는 그냥 버스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아폴로 베이(Apollo Bay)에서 내렸다. 인구 1,600명의 소읍이었지만 넓은 비치가 펼쳐졌고 바다 내음을 풍기는 선착장도 있었다.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Great Otway National Park) 안에 있는 케이프 오트웨이(Cape Otway)를 찾았다. 1848년에 세워진 하얀 등대가 있는데 입장료가 비싸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버스는 프린스타운(Princetown)을 거쳐 포트 캠벨 국립공원(Port Campbell National Park)으로 들어섰다.

 

12사도 바위 직전에 있는 깁슨 스텝스(Gibson Steps)부터 들렀다. 절벽에 계단을 놓아 비치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Gog)과 마곡(Magog)이라는 두 개의 바위가 서있지만 이건 12사도에 들어가지 않았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12사도 바위(The Twelve Apostles)가 있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특히 단체로 몰려온 중국인들 때문에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임에도 감흥이 많이 떨어졌다. 전망대에 올라 12사도 바위를 한 눈에 담아보았다. 바닷물에 의해 침식된 12개의 돌기둥을 예수의 12제자로 칭했지만 그 중에 네 개는 무너지고 현재는 8개만 남아 있었다. 절벽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다에 서있는 바위의 위용이 대단했지만 이 정도로 어찌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을까 속으로 궁금증이 일었다. 여기보다 한 수 위라고 여겨지는 곳을 이미 몇 군데 다녀온 터라 좀 시시하게 느껴졌다.




멜버른에서 브이 라인을 타고 지롱에서 내린 다음 브이 라인 버스를 타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다가섰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기점인 아폴로 베이에선 넓은 해변을 거닐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케이프 오트웨이 등대는 호주 본토에서 가장 오랜 기간 등불을 비춘 등대였다지만 1994년 다른 방식으로 대체되었다.




깁슨 스텝스에선 계단을 타고 비치로 내려서 바다에 서있는 두 개의 바위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호주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12사도 바위를 만났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몹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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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8.06.13 1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의미를 부여해서 사람들이 몰리게끔 하는 것이 서양 사람들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3대 부자가 12사도 바위를 보러갈 기회가 있을때 8개라도 전부 멀쩡했으면 좋겠습니다!

    • 보리올 2018.06.14 0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바닷가에 남아 있는 돌기둥에 예수의 12제자 명칭을 붙인 것은 좀 너무한 것 같더라. 그리 볼품도 없던데... 아들이 보내주는 호주 여행 기대하마.



우리가 걸은 오버랜드 트랙은 호주에서 가장 작은 주인 태즈매니아를 대표하는 장거리 트레일이다. 워낙 땅덩이가 큰 호주에선 작은 주라고 부르지만, 솔직히 그 크기가 대한민국의 70%에 이른다. 그 땅에 인구 52만 명이 살고 있다. 호주 본토에서는 남으로 240km 떨어져 있는데, 지도를 보면 하트 모양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사과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하다. 호주 본토와 비교할 때 지형이나 풍경 측면에서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준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산악 지형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 그림 같은 호수와 초원을 품고 있어 자연의 보고라 부를 만했다.

 

크레이들 밸리의 로니 크릭(Ronny Creek)을 출발해 세인트 클레어 호수까지 6~7일간 걸어야 하는 오버랜드 트랙의 전체 길이는 65km. 혹자는 세인트 클레어 호수 구간을 넣어 78km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오버랜드 트랙 끝지점에 있는 나르시서스 산장(Narcissus Hut)에서 보트를 이용해 호수를 건너면 65km, 하루 더 투자해 신시아 베이(Cynthia Bay)까지 걸으면 78km라 보면 된다. 대부분의 하이커는 나르시서스 산장에서 트레킹을 마치고 보트를 이용해 신시아 베이로 이동한다. 우리도 나르시서스 산장에서 트레킹을 마쳤다.

 

둘째 날 구간은 7.8km로 거리가 무척 짧았다. 오르내림도 심하지 않아 세 시간도 안 돼 윈더미어 산장(Windermere Hut)에 닿을 수 있었다. 거리가 짧다고 앞이나 뒤로 붙이기도 딱히 마땅치 않았다. 하루를 더 걷게 하려는 공원 당국의 절묘한 한 수로 보였다. 산장 앞에 우뚝 솟은 반 블러프(Barn Bluff, 1559m)에 햇살이 드는 것을 보며 산장을 출발했다. 중간에 윌 호수(Lake Will)를 다녀오는 트레일이 있었으나 멀리서 보기에도 거기까지 갈 필요는 없어 보였다. 해발 1,000m에 이르는 고원지대를 쉬엄쉬엄 걸었다. 덕보드(Duckboard)라 불리는 판잣길이 잘 놓여 있었다. 이런 판잣길이 오버랜드 전체 구간의 1/3이 넘는다고 한다. 식생들이 등산화에 밟혀 훼손되지 않도록 일부러 설치한 것이다,

 

윈더미어 호수(Lake Windermere)에 닿으면 산장이 그리 멀지 않다. 먼저 산장에 도착한 일본 팀이 좋은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우리와 규모가 비슷한 일본 팀과는 어제부터 은근히 자리 경쟁을 하게 되었다. 꼭두새벽에 출발하는 일본 팀에 비해 우린 좀 출발이 늦었다. 우리 산행 속도가 훨씬 빠르기에 쉽게 일본 팀을 따라잡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리가 짧은 이 날은 일본 팀을 추월하지 못 했다. 16명 수용하는 산장의 좋은 자리를 모두 빼앗기고 하마터면 캠핑장으로 밀려날 뻔 했다. 우리 뒤에 도착한 사람들은 부득이 야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낭을 풀고 윈더미어 호수로 산책을 나갔다.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여유로움이 좋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지루함까지 모두 떨치진 못 했다.



우리가 지나친 반 블러프와 크레이들 산이 모습을 바꾸어 우리를 배웅했다.




덕보드 위를 걸어 해발 1,000m가 넘는 고원지대를 지나고 있다.




황량함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지는 태즈매니아 특유의 풍경이 우리 눈 앞에 펼쳐졌다.



윈더미어 호수






야생화나 단풍이 든 나뭇잎, 라이킨이 자라는 바위, 하늘로 솟은 나무에도 자연의 신비가 깃들어 있다.



윈더미어 산장.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쓰는 물탱크도 보인다.


산장 주변에 있는 캠핑장에 학생들이 텐트를 치고 있다.


왈라비 몇 마리가 산장 주변에 머물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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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28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즈매니아가 그런 큰 섬인지는 글을 읽고 지도로 확인하고 알았습니다. 뉴질랜드랑 남극이랑 가깝네요~! 호주의 제주도 같습니다~



빅토리아 주 해안선을 따라 걷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Great Ocean Walk ; GOW) 2006년에 오픈했다. 멜버른 남서쪽에 자리잡은 아폴로 베이(Apollo Bay)를 출발해 12사도 바위까지 100km에 이르는 장거리 백패킹 트레일을 지칭한다. 각자의 능력이나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6일에서 8일이 소요된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그레이트 오션 워크보다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다. 멜버른 남서부를 가로지르는 B100번 도로를 일컫는데, 토키(Torquay)에서 워남불(Warrnambool)까지 240km에 이르는 해안도로가 이에 해당한다. 12사도 바위를 비롯한 명승지가 많아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손꼽히게 되었고, 그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해안선을 따라 나란히 지나는 두 길의 차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관광객의 길인 반면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트레커, 아니 백패커의 길이라 보면 된다.

 

멜버른에서 오전 9 10분에 출발하는 기차에 올랐다. 한 시간을 달려 지롱(Geelong)에 도착했다. 역 앞에 기다리고 있던 버스로 갈아타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달려 아폴로 베이에 닿았다. 방문자 센터에 들러 직원에게 캠핑장 예약을 도와달라고 청했다. 솔직히 캠핑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전에 온라인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여직원의 친절한 도움을 받아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애초에 계획한 5 6일의 여정 가운데 두 군데 캠핑장은 만원이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조한나 비치(Johanna Beach)는 인근에 있는 드라이브인 캠핑장으로 대체하고, 다른 한 곳인 라이언스 덴(Ryan’s Den)은 건너 뛰어 이틀 구간을 하루에 가기로 했다. 이틀 구간을 하루로 묶은 곳이 세 군데나 되면서 공원 당국에서 권장한 7 8일 일정이 4 5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방문자 센터에서 지도와 조수표를 구하고, 수퍼마켓에 들러 부식과 취사용 가스, 정수용 알약을 샀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는 날이 밝았다. 밤새 비가 내렸는지 땅이 젖어 있었지만 첫 발을 내디딜 당시엔 구름만 가득할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기온도 섭씨 15도로 아주 쾌적했다. 아폴로 베이 방문자 센터에 세워진 거대한 표지석 앞에 섰다. ‘빅토리아(Victoria)의 아이콘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폴로 베이 해변에 잠시 들렀다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 인근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직진 표식을 보고 앞으로 걸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 그 자리에 멈춰 지도를 보고 있자니 한 아주머니가 테라스로 나와 길을 알려준다. 홀리데이 파크로 돌아와 바닷가를 걸었다. 사람 사는 마을은 눈에서 사라지고 대신 농장지대의 푸른 초원과 엄청난 파도가 눈에 들어왔다.

 

해변을 떠나 내륙으로 들어서 고도를 올린다. 산 속으로 드는 느낌이 들었다. 내 앞에서 걷던 두 그룹을 만났다. 모녀로 보이는 그룹과 멜버른에서 왔다는 14명 그룹이었다. 모두들 등에 작은 배낭을 메고 있어 처음엔 당일 하이커로 알았는데, 이들도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걷고 있다고 한다.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캠핑장에 미리 텐트를 설치해 놓고 저녁 식사도 준비한다고 했다. 그레이트 오트웨이 국립공원(Great Otway National Park)으로 들어섰다. 아폴로 베이를 출발한지 3시간 만에 엘리어트 리지(Elliot Ridge) 캠핑장에 도착해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호주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더니 나무 위에 있는 코알라를 보았냐고 묻는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보니 20m 높이의 나뭇가지에 코알라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엉덩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코알라와의 첫 조우치곤 너무 어설펐다.

 

바다 쪽으로 벼랑이 많은 곳엔 내륙으로 길을 내놨다. 텐트와 식량을 담은 배낭 무게는 계속해 어깨를 짓눌렀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빼곡한 숲을 지나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경고판이 하나 붙어 있었다. 만조에는 해변으로 내려서지 말고 우회로로 돌아가라는 안내문이었다. 우회로를 걸어 조그만 계류 하나를 건넜더니 바로 브랭키 베이(Blankey Bay) 캠핑장이 나왔다. 오후 3시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6시간 반 걸려 22km를 걸은 것이다. 공원 당국에서 이틀에 걸으라는 것을 하루에 걸었는데도 여유가 많았다. 텐트를 치고 해변으로 나갔다. 만조 시각이라 바닷물이 해변 끝까지 덮고 있었다. 드라이브인 캠핑장이 바로 옆에 있어 가족 단위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란스런 분위기에서도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이파리를 뜯는 코알라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아폴로 베이 방문자 센터에 세워진 표지석


아폴로 베이 비치


이런 표지판이 갈림길마다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가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따라 마렝고를 지나고 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


이런 이정표도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마렝고 홀리데이 파크를 벗어나면 바닷가 초원을 걷는다.


볼드 힐(Bald Hill)에 있는 경고판에는 해안길은 위험하니 내륙으로 우회하라고 적혀 있었다.



바닷가 초원을 가로질러 내륙으로 들어섰다.




바다를 벗어나 내륙을 걷는 길엔 제법 숲이 우거졌다.


유칼립투스 나무의 줄기 표피


길가에 코알라 사체가 버려져 있었다.


브랭키 베이 캠핑장


브랭키 베이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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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ustin 2017.10.14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에 WCT 를 떠올리면서 글과 사진을 보는데 GOW 는 사뭇 그 분위기가 WCT 와 틀리네요~? 바로 옆에 마을이 있고 GOR 도 있어서 뭔가 격리되어있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 보리올 2017.10.14 12: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안선을 따라 걷는 것은 비슷하지만 기후 조건이나 지형, 식생은 너무 차이가 많더구나. 특히, 온대우림으로 가득한 WCT의 자연 조건은 호주에선 찾아보기 어렵지.

 

하나코아 밸리에서 칼랄라우 비치까지는 아직도 5마일이 남았다. 그리 힘이 들지는 않았지만 땀을 많이 흘린 탓에 갈증을 심하게 느꼈다. 수통에 담아온 생수는 이미 동이 난지 오래라 계곡에 흐르는 물을 그냥 마실 수밖에 없었다. 7마일 표식이 있는 지점부터 산길은 경사가 급한 낭떠러지를 따라 이어졌다. 칼랄라우 트레일은 호우가 내리면 급속히 수위를 높이는 계류 외에도 이 벼랑길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미국의 백패커 잡지에선 칼랄라우 트레일을 미국 내에서 위험한 트레일 10군데 중 하나로 꼽았다. 내 눈엔 그렇게 위험해 보이진 않았으나 그래도 중심을 잃고 벼랑에서 미끄러지면 바다로 곧장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는 했다. 전체 1마일 구간에 너댓 군데 낭떠러지가 나타났지만 발끝에 힘을 주며 조심조심 그 구간을 지나쳤다.

 

칼랄라우 트레일 상에는 이정표나 거리 표시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정표라곤 갈림길에서나 겨우 볼 수가 있었고, 1마일 간격으로 돌에다 숫자만 달랑 적은 거리 표시도 쉽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 아름답다는 나팔리 코스트의 진면목은 아무래도 칼랄라우 비치가 가까워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그 동안은 산악 지형보다는 바다만 보면서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에둘러 칼랄라우 비치에 도착했다. 열대우림과 깊은 계곡, 깎아지른 절벽, 그리고 광할한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이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주름잡힌 커튼 형태로 침식된 산악 지형은 이곳이 왜 유명한 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상징 같은 존재였다. 석양녘의 낮게 깔린 빛을 받아 붉게 타오르는 봉우리들은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해변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 캠핑장은 숲 속에 마련되어 있었다. 지정된 사이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평평한 곳을 찾아 아무데나 텐트를 치면 됐다. 텐트와 텐트 사이의 간격도 넓어 한적한 분위기를 풍겼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이들의 생활 철학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텐트부터 치고는 해변으로 석양을 보러 나갔다. 아쉽게도 해가 바다로 떨어지진 않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닷가 풍경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찍다가 스마트폰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고 말았다. 배터리 충전을 할 수 없어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가슴에 담기로 했다.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어둠이 내려앉은 바닷가로 나갔다. 별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하늘을 가득 메우는 것이 아닌가. 비치에 홀로 앉아 한참을 미동도 않고 하늘만 바라보았다. 문득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이 생각났으나, 그 싯구만 입에서 맴돌뿐 한 구절도 제대로 기억나진 않았다.

 

   

 

 

위험 구간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면 낭떠러지 구간이 몇 군데 나타난다.

칼랄라우 트레일에선 위험한 구간으로 소문난 곳이다.

 

 

 

태평양에 면한 해안선은 여태 본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파도는 더 거세게 밀려오는 것 같았다.

 

나팔리 코스트 산악 지형이 가까이 눈에 들어오면서 칼랄라우 비치가 멀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붉은 토양을 드러낸 구간도 몇 군데 있었다. 푸른 바다와 묘한 대조를 이뤄 잠시 눈이 즐거웠다.

 

칼랄라우 비치로 진입하는 초입에 칼랄라우를 알리는 표지판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영문 표기에 앞서 하와이 원주민들의 하와이어가 먼저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칼랄라우 비치로 내려서면서 목적지에 도착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 몽돌 구간이 끝나는 곳에 해변이 있다.

 

나무에 해먹을 치고 낮잠을 즐기는 사람과 그 옆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 모두 여유가 흘렀다.

 

낭만적인 잠자리를 제공한 1인용 텐트는 무겁지도 않고 부피도 적어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겐 제격이었다.

 

칼랄라우 비치에 서면 앞으론 태평양이 넓게 펼쳐지고 그 뒤론 나팔리 코스트의 산악 지형이 버티고 있다.

 

 

칼랄라우 비치가 끝나는 지점에 2단으로 된 칼랄라우 폭포가 나왔다.

이 근방에서 캠핑하는 사람들은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폭포 가까이에 바닷물에 의해 형성된 해식 동굴이 있었다. 그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꽤나 묘미가 있었다.

 

 

칼랄라우 비치에서 석양을 맞았다. 해가 바다로 떨어지는 대신 바다로 돌출한 땅 위로 살며시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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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12.14 0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몽돌, 폭포, 해식동굴, 석양이 지는 해변...
    지형적으로도 봐도 골고루 다양하게 갖춘 지상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역시 하와이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 보리올 2016.12.16 0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해안길을 걷는 것은 일반적으로 산을 오르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오르내림이 꽤 많고 풍경도 사뭇 다릅니다. 나팔리 코스트를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에 기분이 많이 업됐지요.

  2. justin 2016.12.19 15: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와이에 해변가 근처에 저런 산악 지형이 있을줄 몰랐네요~ 완전 민낯을 드러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풀로 가득찬 것도 아닌 솜털만 난것 같은 모습이에요~ 저런 해변에서 낮잠도 즐기고 책도 보고 사진도 찍고 캠핑하는 것이 전부 상상만해도 즐거울것 같아요~

    • 보리올 2016.12.20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와이를 구성하는 주요 섬마다 산악 지형이 서로 다른 것은 사실이지. 나름대로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단다. 이 풍경은 카우아이에만 있고.

  3. 칼랄라우 2017.12.13 1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칼랄라우 트레일 정보를 찾다가 블로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몇가지 궁금한게 있어서 문의 드립니다.

    키에비치까지 접근 방법이 렌트카 이외에는 없나요?? 만약 그렇다면 렌트카를 주차장에 놓고 가도 괜찮은지요?? 어떤 여행에이전시 홈피에는 유리창을 부수는 강도가 있다 쓰여져 있어서,,

    두번째 한국에서 잠깐 가는 휴가이다보니 시간을 절약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칼랄라우 비치에서 1박 후 되돌아 오는 길은 가능하다면 생략하고 싶은데, 비치에서 접안하여 키에비치까지 가는 보트가 있나요??

    세번째 카우아이에서 버너에 연결할 가스를 구매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요??

    혹시라도 아시는 부분이 있으면 답변 부탁드려요.

    • 보리올 2017.12.14 0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곳을 가시는군요. 제가 아는 한도에서 답을 드리겠습니다.
      1) 소형차를 빌리면 렌트카가 싸고도 편한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 공항 픽업해서 트레일 입구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도 있다 합니다. 리후에에서 하날레이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지만 배낭 사이즈에 시비를 걸고 시간 맞추기가 어렵고 하날레이에서 트레일 입구까지는 또 히치하이킹을 해야 합니다. 배낭 메고 걸어갈 거리는 아닙니다.
      2) 주차장이 그리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근데 사고가 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증할 수는 없지만 차 안에 귀중품이나 현금이 보이지 않도록 하면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괜찮았으니까요.
      3) 칼라라우 비치에서 트레일 입구로 나오는 편을 픽업하는 업체나 원주민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이것은 시도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네요. 이젠 그런 서비스 없다는 이야기도 들리더군요.
      4) 리후에 다운타운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쿠쿠이 그로브(Kukui Grove) 쇼핑센터에 가면 큰 수퍼마켓이 있어 거기서 가스를 샀습니다.

  4. bikenara 2018.02.20 2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곳을다녀오셨군요.나도 올가을에 친구부부 하고 계획하고 있습니다만 1박 2일에 가능할지가 의문입니다.
    꾸준한 운동과 등산은 해오고 있는데 중간지점인 하나코아에서 하루 1박을 해야하는지 감이잡히지가 않네요.
    다른 오하우 섬이나 빅아일랜드등에서도 켐핑장에 텐트치고 백패킹할려고 합니다.
    먼저 다녀오신 경험을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보리올 2018.02.20 2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쎄, 제가 님의 산행 능력을 몰라 1박 2일에 가능한지를 판단하기는 좀 어렵네요. 꾸준히 등산이나 백패킹을 하셨다면 충분히 해내리라 봅니다. 다른 섬은 산행은 했지만 백패킹을 하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지 못 합니다.

  5. bikenara 2018.02.28 23: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답변감사드립니다.
    켐핑장퍼밋은 꼭해야되나요?

    • 보리올 2018.02.28 23: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칼랄라우 트레일에서 캠핑하려면 퍼밋 꼭 필요합니다. 온라인에서 쉽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누가 검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걸리면 벌금이 큽니다.

 

하와이 제도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카우아이(Kauai) 섬의 칼랄라우 트레일(Kalalau Trail)을 홀로 백패킹하기 위해 다시 리후에(Lihue) 공항에 내렸다. 칼랄라우 트레일은 하에나 주립공원(Haena State Park)의 케에 비치(Kee Beach)에서 시작해 칼랄라우 비치까지 나팔리 코스트(Napali Coast)를 따라 걷는 하이킹 코스를 일컫는다. 거리는 편도 11마일, 17.6km로 당일에 왕복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텐트와 침낭, 식량을 가지고 들어가 캠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백패킹 트레일로 알려져 있다. 이 트레일은 워낙 인기가 높아 성수기에는 원하는 날짜에 캠핑 허가를 받기가 어렵다. 나도 원래는 칼랄라우 비치에서 2박을 하려 했으나 허가가 여의치 않아 하루만 머물기로 한 것이다. 리후에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산행기점으로 이동했다. 케에 비치 직전에 있는 하에나 비치 캠핑장에서 하루를 묵었다.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있었지만 하늘엔 달과 별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엄청난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아침 일찍 서두른 덕분에 케에 비치에서 오전 7 30분에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11월 날씨에도 공기는 후덥지근했으나 그래도 바람이 세게 불어 땀으로 범벅이 되는 일은 없었다. 트레일 또한 질척이는 구간이 많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걸음에 꽤나 신경을 써야 했다. 10여 분을 오르니 오른쪽으로 케에 비치가 내려다 보이더니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이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대가 뒤이어 나왔다. 나팔리 코스트와 처음으로 조우하는 곳이라 사람들의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2마일 지점에 있는 하나카피아이 비치(Hanakapiai Beach)에서 휴식을 가졌다. 여기서부턴 당일 하이킹이라 해도 캠핑 허가가 필요하다. 해안선을 따라 산길은 다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때론 나팔리 코스트의 높은 벼랑과 주름진 침식 지형을 보면서, 때론 푸른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6마일 지점에 있는 하나코아 밸리(Hanakoa Valley)에 도착했다. 조그만 캠핑장도 보였다. 여기까지는 전에 다녀간 적이 있어 풍경이 눈에 익었다. 계곡에 널린 돌 위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케에 비치에 있는 산행 기점에서 칼랄라우 트레일로 들어서고 있다.

 

물기가 많은 산길은 미끄러운 구간이 많아 제법 신경이 쓰였다.

 

 

숲을 벗어나 시야가 트이면 왼쪽으로 나팔리 코스트의 봉우리들이 그 자태를 드러내곤 했다.

 

태평양과 나팔리 코스트를 조망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면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강우량에, 그리고 태평양의 거센 파도에 침식된 지형이 해안선을 따라끝없이 펼쳐져 있다.

 

 

하나카피아이 계곡을 건너 하나카피아이 비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자연보호지구(Natural Area Reserve)를 알리는 철조망을 지나자, 옹골찬 산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칼랄라우 트레일의 속살로 들어갈수록 해안선이 급하게 바다로 떨어지는 구간이 많았다.

 

트레일 상에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많지 않았다.

1마일 간격으로 돌에 음각한 숫자만이 거리 표지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다 색깔이 점점 에머랄드 빛을 띠며 나팔리 코스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나코아 밸리에 가까워지자, 비가 많은 지역임에도 산기슭에는 선인장이 자라고 있었다.

 

Posted by 보리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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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치앤치즈 2016.12.14 0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하와이입니다. 정말 멋지네요.^^

    • 보리올 2016.12.16 0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와이를 대표하는 트레일이라는 배경에는 뭔가 이유가 있겠죠. 토론토가 춥다 느껴지면 한번 다녀오실만한 곳입니다.

  2. justin 2016.12.16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밤하늘의 달과 별과 함께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는 느낌이 먼지 잘 알거같아요~ WCT 할때 추억이 그립습니다!

    • 보리올 2016.12.17 0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밴쿠버 아일랜드의 웨스트 코스트도 느낌은 비슷하지. 그래도 열대우림과 온대우림의 차이는 풍경에 상당히 다른 면모를 만들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