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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 5일차 (브리지 오브 오키 ~ 킹스하우스 구간)

산에 들다 - 유럽

by 보리올 2022. 10. 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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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트레킹 팀과 함께 걸은 구간이다. 무거운 짐은 카고백에 넣어 우리가 묵을 숙소까지 차량으로 운반되기 때문에 배낭이 가벼웠다.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에선 이런 배기지 캐링 서비스(Baggage Carrying Service)를 받을 수 있어 걷기가 무척 수월했다. 하일랜드 지역에 있는 택시 회사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곤 한다. 브리지 오브 오키(Bridge of Orchy)부터는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 지형이 바뀌는 것을 우리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은 비교적 평탄한 트레일을 걸었다면 이제부턴 본격적인 산악 지형으로 들어선다는 의미다. 브리지 오브 오키에서 킹스하우스(Kingshouse)까지는 21km로 약 5~6시간이 걸린다. 다리를 건너 바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강가에는 와일드 캠핑(Wild Camping)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스코틀랜드는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야영을 할 수 있는 와일드 캠핑이 허용된다. , 로몬드 호수 인근 지역은 지정된 곳 외에는 캠핑을 제한한다.   

 

산길을 따라 언덕으로 오르니 조망이 탁 트인다. 바로 아래로 툴라 호수(Loch Tulla)가 내려다보였고, 그 뒤론 래녹 무어(Rannoch Moor)라 불리는 황무지와 블랙 마운트(Black Mount)가 펼쳐졌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숙소 몇 채가 전부인 인버로란(Inveroran) 마을을 지날 즈음엔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우비를 꺼내 입고는 예전에 가축을 몰고 갔던 드로브 로드(Drove Road)를 따라 걸었다. 비포장이긴 하지만 폭이 넓고 노면 상태가 좋았다. 바 브리지(Bà Bridge)에 있는 다리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는데, 잠시 멈췄던 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급히 짐을 싸고는 다시 길을 나섰지만 잠시 후에 비가 그쳤다.  날씨 변화가 심한 스코틀랜드 날씨를 다시 한 번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비가 내리면서 본래 황량했던 래녹 무어의 풍경이 더 을씨년스러워졌다. 양 외에는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지역이라 진짜 오지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난 그 황량함이 좋았다. 그 속에 숨은 아름다움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꾸준히 걸어 폐허로 변한 바 커티지(Bà Cottage)를 지났다. 트레일에서 옆으로 빠져 글렌코 마운틴 리조트(Glenco Mountain Resort)를 들렀다. 스키 슬로프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었다. 1692년에 캠벨 가문에 의해 자행된 글렌코 학살(Glencoe Massacre) 현장이 여기서 가까웠지만 들를 수 없는 것이 좀 유감이었다. 리조트에서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맥주 한 잔을 시켜 갈증부터 달랬다. 아까부터 시선을 잡아끌던 부클 에티브 모르(Buachaille Etive Mor, 1022m)가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왔다. 스코틀랜드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먼로다. 이 산은 007 영화 <스카이폴>을 촬영한 로케이션 가운데 하나로, 피라미드 형상의 생김새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킹스하우스에 도착할 즈음에 다시 비를 뿌렸다. 빗방울이 제법 굵었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오니치(Onich) 마을의 호텔로 이동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음식도 괜찮았고, 호수같은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어 아침, 저녁으로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오키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트레킹을 시작했다.

 

툴라 호수가 보이는 언덕을 넘어 래녹 무어와 블랙 마운트가 펼쳐진 지역을 지났다.

 

17, 18 세기에 우시장으로 소를 몰고 가던 드로브 로드를 따라 걷는다.

 

병풍처럼 펼쳐진 산악 지형 가운데 래녹 무어 황무지가 넓게 자리잡고 있었다.

 

예전에 드로브 로드였던 산길은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가 되어 킹스하우스로 뻗어 있다.

 

글렌코&nbsp; 마운틴 리조트에 있는 카페에 들러 맥주 한 잔 했다.

 

글렌코 마운틴 리조트를 나와 A82 도로를 만났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사슴 한 마리의 환영을 받으며 킹스하우스에 도착했다.

 

A82 도로를 타고 오니치로 이동하는 중에 글렌코 산악 지형이 차창을 통해 눈에 들어왔다.

 

이틀을 묵을 오니치 호텔은 로크 린네(Loch Linnhe)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어 풍광이 훌륭했다.

 

호텔에서 제공한 3코스 저녁 식사로 하루 일정을 멋지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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